[인터뷰] 취임 100일 앞둔 양진영 대구첨복재단 이사장…"글로벌 신약·의료기기, 기술개발~사업화 전과정 적극 지원"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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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16  |  수정 2021-11-16 11:43  |  발행일 2021-11-16 제17면
코로나 대처 대구시민 성숙

8월 취임후 46개 기관 만나

첨복재단 아직도 안 알려져

임기 동안 홍보활동에 집중

입주기업 성장 점차 가시화

2년만에 수출 160배 증가도

내년 첨단임상시험센터 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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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7일 취임한 양진영 제 4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이 향후 재단 운영 계획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편견과 우려가 있었다. 앞선 중앙부처 출신의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재단) 이사장이 대구경북 지역 의료계, 그리고 지역 의료 관련 기업 등과 적극적인 교류를 하지 않았고, 이에 지난 8월17일 취임한 양진영(53) 이사장(4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만나지도 않으니 관심이 생길 리 없고 , 그런 탓에 중앙부처 인맥이라는 '서말의 구술'을 지역 발전을 위해 꿰지 않을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8월17일 취임한 양 이사장이 90여 일 동안 보인 행보는 '편견과 우려' 대신 새로운 기대를 갖게 했다. 역대 이사장 중 가장 젊은 양 이사장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46개 기관 50명가량을 만났다. 이틀에 한 명 이상의 지역 인사를 찾아가 만난 셈이다. 이 중에는 13개 입주 기업 대표도 포함돼 있다. 행동으로 보인 입주 기업 등에 대한 관심 덕분인지 2년 만인 지난 10일 다시 열린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입주 기업협의회 정례회에는 평소보다 3배 많은 30여 업체가 참석했다.

"전임 이사장의 경우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있었고, 조직 내부를 탄탄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 외부 활동이 적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조직이 안정화된 만큼 저는 지역 기업등을 자주 만나 사소한 이야기부터, 제가 속했던 부처가 진행하는 인허가 업무까지 제가 도울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이런 '편견과 우려'에 대해 양 이사장은 지난 12일 이렇게 말했다. 양 이사장은 "취임 이후 가장 아쉬운 부분이 평범한 대구경북 시·도민은 물론 당연히 알 것 같은 위치에 있는 분들조차도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어디 있는지, 어떤 일을 해왔고, 해내고 있는지를 잘 모른다"면서 "탄탄해진 조직 내부 기반을 바탕으로 임기동안 보다 많은 이들이 우리 재단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에는 개인적인 연고가 없는데 지원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코로나19와 최전선에서 싸웠다. 지난해 봄 대구는 코로나19 전쟁의 격전지였다. 식약처도 대구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는 마음으로 감염병과 사투를 벌였다. 그러던 와중에 경험한 당시 대구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놀라웠다. 처음 겪어보는 사태임에도 일사불란하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자제에도 차분히 협조해줬다. 민란은커녕 '턱스크'를 쓰는 사람을 시민들이 스스로 자제시키는 모습을 봤다. 올해 재단 이사장 공모를 봤을 때 지난해 봤던 도시 대구에서, 제가 평생을 몸담아 온 의료와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이라면 잘할 수 있겠다는 도전의식이 생겼다."

▶재단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재단은 정부가 미래 먹거리 동력으로 '의료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조성한 공공기관이다. 재단은 항암제 등을 국산화하려는 연구를 진행하는 '신약개발지원센터', 수술로봇·진단기기 등을 개발하는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동물실험을 지원하는 '실험동물센터', 국내최초 공공기관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시설을 갖추고 의약품 생산이 가능한 '의약생산센터', 이 연구소들을 지원하는 '전략기획본부'로 이뤄져 있다. 재단은 2010년 12월 설립됐다. 지난 10년이 재단의 초석을 다잡는 시기였다면 지금부터는 성장을 드러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특히 기존 국가기관과 다른 점은 이론적 연구에 집중하는 연구소가 아니라 실제 제품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재단은 기술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내시경처치구 같은 일회용 수술도구부터 MRI 같은 영상장비까지 대부분의 의료기기를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7조8천억원 규모이지만, 이 중 62%는 수입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언제까지 의료시장을 수입에만 의존할 수 없기에 재단은 글로벌 신약과 의료기기가 국내에서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기업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기술개발로 이어가기는 막막한 게 현실이다. 연구개발을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을 채용하고 장비를 구매하는 건 엄청난 부담이고, 실패할지도 모르는데 개인의 용기만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재단의 설립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재단은 첨단의료기기의 설계, 시제품 제작부터 성능평가까지 개발의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혈뇌장벽(BBB-Blood Brain Barrier) 조절 기술, 인체유래 폐지방에서 콜라겐을 추출하는 기술 등 독보적인 기술들을 보유한 재단은 산·학·연·병에 공동연구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개발뿐만 아니라 회로기판(PCB) 설계와 제작, 표면실장(SMT), 3D 프린팅, 회로검사 등 시제품 제작 단계도 지원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이 시험평가를 통과할 수 있도록 성능평가부터 신뢰성시험, 생체적합성시험, 전자파적합성평가까지 한자리에서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국내 산·학·연·병 누구나 재단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단지에 입주한 기업이라면 개발부터 평가까지 전과정을 보다 빨리 효과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또 입주 기업이라면 여기에 더해 세제지원과 연구개발 예산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이제 입주기업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재단 내 입주 기업 중 하나인 내시경처치구류 제조기업은 입주 후 2년 만에 수출액이 160배 증가했다."

▶하지만 의료 분야 세계의 벽은 높다.

"높지만 충분히 넘을 수 있다. 또 이번 코로나19로 이를 증명해냈고, 증명에 성공한 기업들은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봄 코로나19의 빠른 방역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단시약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원래 80일 걸리던 허가심사를 7일 이내로 단축시켰고, 그 덕분에 세계 110여 개국으로 진단시약을 수출했다. 국내 마스크 수급 비상으로 1인당 제한량을 두고, 전국 약국을 이용해 보급하면서 단순해보였던 마스크조차 쉽게 컨트롤되지 않는 곤란도 겪었지만, 결국 해외에서 대한민국 마스크가 최고로 인정받으면서 KF가 자랑스러움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 기업은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고, 대한민국 제품이 세계시장을 뚫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

▶끝으로 이사장으로서 각오 한마디.

"재단을 대한민국 의료산업 허브로 육성시키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 재단에는 400여 명의 연구원들이 신약과 의료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연구실의 불을 밝히고 있다. 그들의 연구를 성공시키고, 그래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튼튼히 하는데 앞장서겠다. 지난달 18일 대구식약청이 단지 내로 이전했고, 내년 11월 단지 내에 60병상 규모의 첨단임상시험센터가 개소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동쪽에서 연구하고 서쪽에서 만들어보고 북쪽에서 평가받느라 우왕좌왕할 필요없이 재단에서 모든 지원이 가능해지고,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오랜 시간 믿고 기다려준 모든 분에게 좋은 기업 육성으로 보답하겠다. 그리고 대구경북 시·도민께서도 재단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 주면 좋겠다. 못해서 매일 혼이 나더라도 재단에 무관심한 것보다 낫다. 알아야 애정도 생기고, 이런 애정과 관심이 재단의 큰 힘이 된다. 앞으로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재단이 하는 일에 대해 자주 알리고, 혼도 나고 칭찬도 듣도록 하겠다."

글·사진=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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