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취향의 경제…'개취 존중'이 사회·경제에 끼치는 영향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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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6   |  발행일 2021-11-26 제14면   |  수정 2021-11-26 08:03
개인·취향 추구하는 MZ세대
수평적인 삶의 태도 만들어내
배척당한 콘텐츠도 시장 유입
속물·과시 행태 답습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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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성수점에서 모델들이 최근 MZ세대 대세 아이템으로 떠오르는 다양한 '민트초코 스낵'을 소개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취향의경제
유승호 지음/따비/320쪽/1만8천원

MZ세대를 두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바로 '개인'과 '취향'이다. 그 결과 MZ세대는 새로운 삶의 태도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기존 집단이 정한 선택에 따르거나 어떤 집단에 속해 일관된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나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디지털 세계에 익숙한 이들은 여기서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표출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의 취향을 마음껏 드러내며 살아온 이들은 기존 직업과 직장문화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수평적인 것을 추구하는 이들의 삶의 방식은 권위적이고 관료적인 기업문화와 충돌하며 기존 노동 방식에도 변화를 끌어낸다.

그 자체가 새롭진 않지만, 특정 그룹에 속한 사람들의 취향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최근 경북 영주의 호미가 글로벌 상품으로 떠오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호미를 만든 대장장이는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을 통해 브라질에서 주문이 오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궁금해했다. 아마존에서 판매한 호미를 써본 사람이 있었고, 이 사람이 리뷰를 달면서 세계 원예가들 사이에서 유명해진 것이다. 이를 본 한국의 아마존 셀러는 대장간을 찾아가 생산량을 늘려달라는 부탁을 하고, "나무로 된 호미 손잡이에 자꾸 찔린다"는 리뷰를 전달해 호미의 품질 개선에도 기여했다. 과거의 물건을 만들어내는 장인과 미래의 부를 앞당기려는 아마존 셀러가 만나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책에선 취향을 추구하는 이들이 경제와 산업을 어떻게 바꾸어냈는지를 이야기하고, 취향의 추구가 불평등과 혐오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들여다본다.

1부에선 개인의 취향이 대세가 되면서 기존 산업의 틀을 깨고 새로운 산업이 견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부에선 취향의 확산이 한국 사회와 산업을 바꾸는 과정을 소개한다. 혁신의 중심에 있는 얼리어답터들의 역할, 개인의 관심을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스트리밍, 호혜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고 개인에게 정서적 에너지를 공급하는 거점의 역할을 하는 팬덤도 유심히 살펴봐야 할 현상이다. 이와 함께 취향 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된 데이터와 인공지능, 친환경 같은 신산업의 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과연 콘텐츠 중심의 취향 경제가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간 데 이어 불평등 완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취향 중심 경제는 계급 간 이동과 유대를 활발하게 만드는 만큼 어쩌면 우리 사회를 평등한 구조로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취향을 만들어나가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로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기존에 배척당했던 이들이 새로운 기회를 엿보며 콘텐츠 시장에 유입되고 있지만, 취향의 경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쇠퇴하는 개인과 조직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존 자본에서도 소외되어온 만큼, 취향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자본에서도 고립당할 수 있다.

책에선 취향의 시대에 이에 적응하지 못한 개인과 조직이 소모적인 취향에 빠지거나 속물적이고 과시적인 취향을 답습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저자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취향이 경제와 사회에 끼치는 영향과 효과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라며 "취향 지향적인 경제시스템은 기존 계급 구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보다는 취향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유대와 인정을 얻어 자기의 계급에서 탈피할 수 있는 자신감을 부여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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