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스마트폰 세상보기] 대구 봉무공원에 때아닌 진달래꽃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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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20 15:32  |  수정 2021-12-2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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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대구 동구 봉무공원. 단산지 둘레 길 중간지점쯤에는 때아닌 진달래꽃이 만발했다.

진달래꽃은 2월에 피어야 곱고 단풍은 서리를 맞아야 아름답다. 2월의 꽃보다 붉은 진달래 단풍도 떨어진 메마른 가지 사이로 빠끔히 얼굴을 내밀고 진달래꽃이 피었다. 양지바른 곳에도 이제 곧 서리가 내릴 텐데 가녀린 꽃잎이 안쓰럽다. 여린 꽃잎은 차가운 날씨를 어떻게 견딜까. 진달래가 철을 모르고 추운 계절에 꽃을 피운 이유는 무엇일까?

따스한 봄볕이나 햇살 받으며 피어야 했을 꽃이다. 이 꽃에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건지 애틋할 수밖에 없다. 계절은 이미 꽃이 지고 꽃만큼 아름다운 생명의 열매를 갈무리하느라 분주하다. 더러는 잘 익은 열매를 다른 생명에게 나누어주고, 또 더러는 이미 씨앗을 멀리 떠나보내는 힘겨운 과정까지 모두 마친 이 계절에 뒤늦게 피어난 꽃.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주어진 목적을 내려놓지 않고 죽을힘을 다해 이 추운 계절까지 살아남아 꽃을 피웠다. 하나의 생명이 꽃을 피우는 건 다음 세상을 이어갈 새 생명을 피워내기 위해서다. 서둘러 꽃을 피우려 했겠지만, 그 만의 사정으로 이제야 겨우 피었다. 이 숲에 몰래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던 걸까. 그 바람을 봄바람으로 잘못 알고 피어난 건지 모르겠다. 아니면 봄 기다리는 마음 성급한 탓에 성마르게 피어난 건지 정말 알 수 없다.

양지쪽에 한두 송이 피어있는 것은 가끔 볼 수 있지만, 제철 인양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것은 드문 현상이다. 운동 나온 사람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철없는 꽃'이라고 하면서도 신기한 듯 너도나도 휴대폰에 담는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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