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 이발- 노래봉사하는 이용사 이득화씨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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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0   |  발행일 2022-01-12 제13면   |  수정 2022-01-12 07:57
이득화씨2
이용사이득화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이용소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대구 북구 국우동에서 22년째 이용소를 하는 이득화(68)씨는 IMF 위기를 기회로 만든 사람이다. 경북 상주 출신인 이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구미 LG전자에 입사했고 경남 창원 LG전자에서도 근무했다. 하지만 IMF 경제 여파에 따른 구조 조정으로 23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했다.

막상 회사를 나오고 보니 앞길이 막막했다. 답답한 마음에 경기 안산에서 이발소를 하는 고향 친구를 찾았다. 그 친구의 권유로 친구 가게에서 일을 배우며 자격시험을 준비했다. 기술을 익히면 영원한 직업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년이 지난 2000년 1월 대구에서 이용소를 개업했다. 친절과 정성으로 손님을 맞이하다 보니 어느덧 단골도 많아졌다. 깔끔하고 단정해진 모습에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수고했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 손님을 보면 덩달아 가슴이 뿌듯했다.

그해 4월 단골손님이 이씨에게 30여 명의 아이가 있는 아동복지센터에서 이발 봉사를 좀 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하겠다고 승낙했다. 이것이 그의 첫 자원봉사다. 이후에는 국우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가 이발 봉사를 필요로 하는 세대를 추천받아 60세 이상 독거 노인, 중증장애인 등에게 무료 이발 봉사를 했다. 이발 봉사를 하면서 그는 흥을 돋우는 노래 봉사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때부터 기타연주와 노래 개인 지도를 받았고, 자투리 시간에는 가게에서 기타연주와 노래 연습을 하며 실력을 키웠다.

이득화씨
이용사 이득화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이용소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그는 휴무일인 화요일에 평일보다 더 바쁘다. 이발 봉사와 노래 봉사를 번갈아 가면서 하기 때문이다. 자원봉사공로를 인정받아 강북노인복지센터와 효성실버타운에서 각각 감사패를 받았다. 2015년에 창단된 '사랑나눔교통봉사단'에서 3대째 단장을 맡으면서 200여 명의 단원과 함께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취약계층에 있는 주민들에게 기부하는 단체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이씨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LG복지재단은 10일 이씨를 'LG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는 수상상금을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봉사의 매력에 빠진 그는 2004년 영남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편입해 상담복지학을 전공하고 또다시 편입해 평생교육학 학사가 되기까지 8년을 공부했다. 2015년에는 대구한의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씨는 "LG에 다니고 있었다면 생각지도 못한 삶이다. 이발사가 되었기에 재능기부도 하고 석사학위도 받았다. 내 주변을 살피면서 따뜻한 손길도 내밀 수 있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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