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암흑기'에 빠진 한국영화 대반격 나선다…2022 한국 영화계 전망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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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3 07:50  |  수정 2022-01-13 08:40  |  발행일 2022-01-13 제15면
작년 韓영화 점유율 32% 그쳐
2020년 외화와 입장 뒤바뀌어
올해 다양한 장르 신작 선보여
극장가 흥행부진 반전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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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한국 콘텐츠와 창작자들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한 해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속화된 OTT 플랫폼의 '콘텐츠 공급 전쟁' 속에서 두각을 나타낸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글로벌 시장으로 빠르게 외연을 확장했고, 투자와 제작도 활발히 이뤄졌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전까지 7년 연속 관객 수 2억명을 넘어서던 국내 관람객은 6천만명 수준으로 급감해 영화계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됐다. 물론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1월 첫 주말에 국내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팬데믹 시기 개봉한 영화 중 가장 짧은 기간 내 가장 많은 관객 수를 기록했다. 볼 만한 영화가 있다면 관객은 외면하지 않는다는 걸 방증한다. 2022년 배급사들의 라인업에 한국영화들이 빼곡한 이유다.

◆암흑의 시간을 지나

팬데믹 종식에 대한 기약 없이 2022년을 맞았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 예방접종 시작, 변이 바이러스 등장과 확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변화, 영화관 영업시간 제한 등 코로나19에 관한 변수가 극장 영업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정부의 극장 운영 시간제한 조치가 재개되면서 산업 종사자들이 대책 마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일부터 한시적으로 '밤 10시 영업 제한'이라는 기준을 없애는 대신 영화나 공연 시작 시각을 기준으로 '밤 9시까지 입장'할 수 있도록 기준을 다소 완화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멀티플렉스는 코로나로 관객이 급감한 가운데서도 힘들게 영업 활동을 이어갔다. 극장이 문을 닫는 순간 한국영화를 상영할 최소한의 공간이 없어지고, 영화계 전체의 생존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극장들은 티켓 가격 인상을 통해 적자 폭을 줄이려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한편으론 '모가디슈' '싱크홀' 같은 국내 텐트폴 영화의 개봉을 위해 제작비의 50% 회수를 보장하는 상생 방안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일궈냈다.

지난해 한국영화 점유율은 32%였다. 반면 외국 영화 점유율은 69.9%에 달하면서 2020년과 정반대의 양상이 펼쳐졌다. 개봉을 주저했던 한국영화와 달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잇따라 개봉해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그중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지난 10일까지 전 세계에서 15억3천625만달러(약 1조8천342억원)를 벌어들이며 한국은 물론 글로벌 극장가의 히어로 역할을 했다. 동시에 아이맥스 같은 특별 상영관은 극장만이 가진 힘을 증명하며 각광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영화 '듄'은 개봉 당시 아이맥스관에서 연일 매진을 기록했고, 11월 말 아이맥스관 재상영을 결정하며 100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다. 규모감 있는 블록버스터와 특별 상영관의 인기는 팬데믹 시대 극장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동시에 영화 다양성 면에서 숙제를 안겼다.

◆스크린을 가득 채울 한국영화

새해에는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들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한국 오락 블록버스터의 한 획을 그었던 '해적'이 후속작 '해적: 도깨비 깃발'로 돌아온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그렸다. 연출을 맡은 김정훈 감독은 "코미디적 요소와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는 것은 물론 관객들이 영화적 체험과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어드벤처와 판타지, 액션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강하늘·한효주가 주연을 맡았다.

임순례 감독은 황정민과 현빈 주연의 '교섭'으로 돌아온다. 중동에서 납치된 한국인을 구하려는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 이야기다. '소수의견'의 김성제 감독이 연출을 맡은 '보고타'는 콜롬비아 보고타를 배경으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 경쟁 속 오직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의 치열한 삶을 그렸다. 보고타의 상권을 쥐락펴락하며 정상에 우뚝 서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보여줄 국희 역의 송중기는 "여러 가지 많은 고비도 넘기고, 그 고비를 넘긴 만큼 굉장히 특별한 영화가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송강호·이병헌·전도연 등은 사상 초유의 항공 재난 상황을 다룬 '비상선언'으로 호흡을 맞췄다. 제74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완벽한 장르 영화"라는 평가와 함께 10분간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류승완 감독은 '모가디슈'에 이어 1970년대 두 여성의 범죄 활극을 다룬 '밀수'로 돌아온다. 김혜수·염정아·조인성·박정민 등이 출연한다. 거장들의 신작도 만나볼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로, 박해일과 탕웨이가 출연한다. 최동훈 감독은 고려 말과 외계인이 출몰하는 2022년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 '외계+인'을 완성했다. 최동훈 감독은 "지금까지 촬영한 영화 중 가장 힘들었고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기쁨이 가장 큰 영화"라고 전했다. 류준열·김우빈·김태리 등이 출연한다.

독특한 콘셉트가 돋보이는 영화들도 있다. '더 문'은 우주에 홀로 남겨진 남자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고자 하는 지구 위 남자 이야기로, 설경구와 도경수가 주연을 맡았다. 김윤석·배두나 주연의 '바이러스'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 수일 내에 사망하는 정체불명 바이러스가 퍼진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이밖에 '1947, 보스톤' '영웅' '유령' '소울메이트' '한산: 용의 출현' 등이 관객을 찾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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