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74세에 중졸, 76세에 고졸 검정고시 합격...꿈을 먹고 사는 황혼, 만학도 성영희씨

  • 문순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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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24 18:25   |  수정 2022-01-2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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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필가협회 신인상을 받은 성영희씨가 2019년 대전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은종일 수필가협회 부이사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공부를 마라톤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한 만학도 성영희(82, 대구 남구 대명서로)씨는 일본에서 태어나 태평양전쟁을 겪고, 해방되면서 여섯 살에 귀국해 달성 논공에 살았다. 열한 살에는 6.25 전쟁을 또 겪었다.


형편이 어려워서 초등학교 5학년 1학기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농사일 바쁜 부모님의 일손을 돕고 6남매의 맏딸로 동생들을 돌보느라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호롱불 기름이 다할 때까지 책 보는 재미에 빠지기도 했다.


결혼해 경북 고령 개진에서 6남매의 맏며느리로 3남매 자식까지 대가족 시집살이를 하는 동안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는 고행의 삶이었다. 자녀 교육을 위해 1980년 대구로 이사했다.

 

1987년 대구 남구 대명동 새마을 부녀회에 가입하여 봉사하는 일에 열정을 쏟았다. 1994년에 새마을 부녀회장이 되면서 나무 심기와 꽃길 조성, 마을 길 청소, 홀몸노인 돌보기 등에 솔선수범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성씨는 조건 없는 순수한 봉사를 통해 정직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을 우선으로 여기고 봉사에 임했다.


또, 65세 이상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 100명의 영정사진을 동네사진관에서 찍어 전달하고, 경로잔치까지 했다. 그 외에도 홀몸노인 돌보기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병원에 모시고 가는 일까지 했다.


성씨는 봉사 활동을 하면서도 못다 한 공부에 대한 염원은 한으로 남아 있었다. 73세에 초등 자격증을 받기 위해 검정고시 학원을 찾았다. 학원 측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등록을 받아주지 않아 사정해서 등록했다고 그때 기억을 떠올렸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공부는 쉽지 않았다. 고령이라 말귀도 어둡고 눈도 침침해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었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묵묵히 열성을 다했다.


60여 년 만에 시작한 공부는 두려움 반, 즐거움 반이었다. 수학은 초 · 중 과정은 재미있었지만, 고교 과정은 따라가기 어려웠다. 백번도 더 포기하고 싶었지만 어릴 적 느껴보지 못한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초등 검정고시는 바로 합격을 하고, 중졸 합격증은 74세에 최고령자로 받았으며, 고교과정도 76세에 대구·경북 최고령 합격자가 되었다.


2015년 5월 12일 대구교육청에서 열린 검정고시 합격증 수여식에서 교육감이 성씨에게 최고령으로 공부하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다며 격려하며 대학에도 꼭 진학하라고 권유했다. 방송국에서도 76세 할머니의 고졸 합격 축하 인터뷰를 했다. 학원 앞과 골목길에도 축하 현수막이 걸렸다.

검정고시 합격이 성씨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남편과 아들·딸, 손자·손녀들의 응원에 힘입어 꿈에 그리던 대학에 입학했다. 2017년 호산대 입학식 날 만학도 성씨는 가슴 벅차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행복한 눈물을 쏟았다.


대학 수업은 만만치 않았다. 교수 강의가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이럴 때면 젊은 짝꿍의 도움을 받아서 해결하였다. 배움의 갈증으로 마음 졸이던 세월이 흘러 2019년 한복에 학사모를 쓰고 축하객들의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졸업했다.


전문대학 졸업을 하고 다시 편입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마음을 접었다. 하지만 성씨는 글을 쓰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수필 반에 입문하여 거북이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고진감래 끝에 성씨는 2019년 한국수필가협회 신인상을 받고 수필가로 등단하였다. 수필은 그녀에게 세상을 보는 창이 되었고 황혼의 외로움을 이기는 지렛대가 되었다.


성씨는 "나이와 관계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면 행복한 삶이다. 그 일이 창의적인 일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라고 말했다.


2020년 11월 자신의 일생이 담긴 '나의 꿈, 나의 삶' 이란 자전 에세이도 펴낸 성씨는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동시 쓰는 공부에 푹 빠져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글=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사진=성영희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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