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시골 목욕탕이 미술관으로 변신했어요"...의성 안계미술관 눈길

  • 조경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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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05   |  발행일 2022-04-06 제13면   |  수정 2022-04-0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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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안계면 안계시장길에 개관한 안계미술관은 기존 목욕탕 건물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고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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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안계면 안계시장길에 개관한 안계미술관은 기존 목욕탕 건물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고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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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작가의 개인전 '없어지는 것들, 없어지지 않는 것들'이 의성 안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대중탕 등 목욕탕 시설을 이용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경북 의성 안계면 안계시장길에서 40여 년간 주민에게 사랑받았던 시골 목욕탕이 미술관으로 변신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안성목욕탕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된 안계미술관(관장 김현주)은 첫 전시로 섬유미술 작가 김지용의 개인전 '없어지는 것들, 없어지지 않는 것들'을 17일까지 개최한다. 탈의실·남탕·여탕 등 내부 구조와 타일 등을 그대로 살린 덕에 일반 갤러리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안성목욕탕은 좌우로 길게 땅콩처럼 생긴 의성 서부 생활권의 중심인 안계면에서 1981년부터 운영됐다. 그동안 안계는 물론 인근 6개 면 주민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인구감소로 이용자가 줄면서 2019년 6월 영업을 종료했다. 그러다 지난해 청년시범마을 일자리사업에 선정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의성군은 이곳에서 '청년예술 캠프'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도시에 사는 청년 예술가와 지역 청년 예술가가 만나 '안성예탕'이라고 이름 붙이고 예술 관련 공부를 했다. 또 주민과 연계한 행사도 여는 등 안성목욕탕을 예술공간으로 사용했다.


의성군은 '청년예술 캠프'에서 다시 '예술가 일촌맺기' 프로젝트로 전환했다. 도시 청년 예술가가 안계면 마을로 들어와 3~6개월 살면서 그림을 그리거나 마을 주민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했다. '예술가 일촌맺기'는 현재 3년째 진행 중이다. 안계미술관 김현주 관장은 '예술가 일촌맺기' 2기에 참여한 예술가다. 그는 안계면 생송 3리 건강센터의 빈 찜질방에서 '3개월 동안 살아보기' 경험을 마쳤다.


김 관장은 시골에 살면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행운이라며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마을에 들어가서 사는 거니까 새벽 5시에 풀 뽑으러 나오라는 방송을 하면 슬며시 나가서 함께 풀을 뽑거나 청소를 하는 부역에 참가한다. 할머니들이 그림이나 예술 활동을 정말 잘하는 게 놀랍고 재미있다. 어르신도 저도 새로운 경험이다"고 했다.


2021년 하반기 '청년시범 마을 일자리 사업'에 선정되면서 김 관장은 안성목욕탕을 임대했다. 1층은 미술관, 2층은 작업실로 쓰이도록 꾸몄다. 청년시범 마을 일자리 사업은 외부 청년이 지역민과 2인 1조가 돼 안계면 소재지에서 창업하고 짧은 시간 운영비를 지원이 받게 된다. 안계미술관에서는 올해 첫 전시를 시작으로 '예술가 일촌맺기'에 참여했던 작가들을 중심으로 2~3주씩 전시를 할 예정이다.


의성은 미술관·전시장 등 미술과 관련된 기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곳이다 보니 '안계미술관'이 유일하다. 수묵화가 최수환(의성 단밀면) 씨는 촌에도 문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전시관이라고 문을 열었으니 의성사람들에게 훨씬 더 많이 알릴 생각이다. 의성에 연고를 가지고 있는 예술가를 찾고 장르에 상관없이 오는 7월쯤 초대 전시회를 열 계획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계기로 의성 출신이거나 의성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모임이 이뤄지고 안계미술관에 발길이 이어지기를 바란도"고 덧붙였다.


안계미술관은 무료 관람이며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단, 매주 월·화요일은 휴무다.


글·사진=조경희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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