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길용아 다시 한 번 가자" 장애인 아들 향한 아버지의 믿음

  • 이준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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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03   |  발행일 2022-05-11 제13면   |  수정 2022-05-11 07:49
대구 신일휠체어 신동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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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신일휠체어 대표와 아들 길용씨.

뇌병변 아들과 그 후배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아버지가 있다.

대구 서구 평리동에서 장애인 보조기기 판매·수리업체 신일휠체어 신동욱(69) 대표 이야기다.

신 대표의 아들 길용(37)씨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에서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뇌병변 장애를 안고 세상에 태어났다. 신 대표는 아들의 장애 판정과 양육에 대한 부담감으로 한동안 극단적 생각까지 할 정도로 방황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 노력은 해보자고 아들 재활에 온 마음을 모았다.

길용씨는 특수학교인 대구보건학교에 입학했다. 체육에 두각을 나타내 초등학교 시절 전국장애인체전 대구 대표선수로 선발됐다. 육상경기 원반 종목에서 은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제1회 아시아 청소년 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길용씨는 각종 대회에서 50여개의 메달을 수상했다.

신 대표가 휠체어 수리업을 평생 직업으로 하게 된 것도 아들 덕이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휠체어 타고 사회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이 많지 않았다. 휠체어 바퀴가 조금만 닳아도 마땅히 수리할 곳이 없던 시절이었다. 손재주가 좋은 신 대표는 아들의 휠체어는 물론, 특수학교 학생들의 고장 난 휠체어를 고쳐줬다. 지금도 특수학교, 복지관 등에서 시원치 않은 휠체어가 있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신 대표는 정성과 노력을 인정받아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모든 상금은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또 수년간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전동휠체어 및 보조기구를 몇 대씩을 기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오롱 오운(五雲)문화재단(이사장 이웅열) 제21회 우정선행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정선행상은 매년 사회의 선행과 미담 사례를 발굴해 널리 알리고 격려하고자 이동찬 코오롱그룹 선대 회장의 호인 '우정(牛汀)을 따 2001년에 제정한 상이다.

신 대표는 장애인 복지현실이 녹록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들 치료를 위해 병원 통원을 해야 하는데, 저상버스는 노선이 한정적이고, 나들이콜은 배차가 그때그때 달라 이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는 수 없이 신 대표는 아들을 위해 수 천만원을 들여 리프트 차량을 샀다.

코로나19 탓에 장애인 주간보호센터가 문을 닫자 신 대표의 걱정도 커졌다. 신 대표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아들 길용씨가 몰래 바람 쐬러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아들 때문에 쉬어도 쉬지 못하는 나날이다.

조금씩 호전되고 있어 안도의 숨을 쉰다. 16개월의 병원 생활은 처음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한 발자국도 걷지를 못한단다.

신 대표는 "휠체어 바퀴가 씽씽 굴러가듯 장애 없는 세상이 오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어서 아들이 회복해 예전처럼 사람들과 호흡하기를 바랐다.

글·사진=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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