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11시 취임식을 마치고 5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직면한 대내외 정세는 심상치 않다. 게다가 여소야대로 인한 대치 국면이 다음 달 1일 지방 선거 때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윤석열 정부의 앞날에 그림자가 짙어지는 형국이다.
다만, 삼성 등 국내 4대 그룹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석열 정부에 힘을 보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장 윤석열 정부의 '1기 내각'이 10일 국무총리와 장관직 대부분을 임명하지 못한 채 결국 '반쪽'으로 출발하게 됐다. 향후 윤 대통령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게 되면 여야 대치는 극한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오는 12일 처리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코로나19 피해 지원 등을 위한 3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도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상 6·1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추경을 두고 민주당은 집중 포화를 퍼부을 것으로 예측된다.
더불어 '검수완박' 후속 조치인 중대범죄수사청(가칭·한국형 FBI) 설치를 논의할 사개특위도 원만한 활동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이처럼 여야가 대치 국면을 이어가는 가운데 민생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도 급등하면서 금리도 오를 전망이다. 결국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고물가'란 악순환이 민생을 덮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추경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어 사실상 민생 보다는 선거를 노린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부 재정 지출 확대는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것"이라며 "추경 재원이 세수로 마련되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 및 국민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물가 안정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 글로벌 통화긴축,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 중국의 상하이 봉쇄 조치 등 불확실성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구기보 숭실대 교수는 "불황 중 금리를 올리면 경기 침체가 가중될 것"이라며 "비축 곡물을 과감히 풀어 곡물가격 안정시키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 교수는 "부품, 원자재, 희귀 광물 등의 수입 선 자체를 다변화하고, 생산기지를 동남아로 옮기는 등 중국 쪽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4대 그룹이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여 갓 출범한 윤석열호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재계에 따르면 국내 1등 기업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역량'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8월 '3년 동안 24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채용 계획도 3년간 4만명이다. 투자의 대부분은 반도체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 투자와 M&A로 16년 만에 재계 순위 2위로 오른 SK그룹은 배터리와 바이오, 반도체에 투자를 집중할 전망이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민간유치위원장을 맡은 만큼 적극적 유치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윤석열 정부의 취임에 맞춰 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 투자에 나설 전망이며, LG전자의 경우 미래 먹거리인 자동차 전장사업의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오는 20일 방한 예정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 4대 그룹 총수와의 별도 만남에서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와 경제동맹 강화 등을 주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4대 그룹은 작년 한·미 정상회담 때 44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 대학원 교수는 "바이든이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은 반도체, 북핵, 한일 관계 개선 등 원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며 "반면 중국의 경계심은 극도로 커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가 메시지 관리를 잘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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