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트렌드 스토리] 호텔 밀키트 사업…우리집 식탁에 차려진 '호텔 메뉴'

  • 이재훈 영진전문대 호텔항공관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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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03   |  발행일 2022-06-03 제37면   |  수정 2022-06-03 08:03
집에서 즐기는 호텔 레스토랑… MZ세대 타깃

셰프가 참여, 한식·중식·양식 밀키트 메뉴 개발

가격 부담 줄이고 건강하고 고급스러운 맛 승부

포장재 쓰레기 배출량 증가로 환경문제 제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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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의 무덤이라고 표현됐던 코로나19가 막바지에 들어서고 있다. 코로나19에 의해 가장 발달한 사업은 배달임이 자명하다. 그러나 배달 못지 않게 발달한 사업이 있다. 바로 '밀키트(meal kit) 사업'이다. 밀키트란 'Meal(식사)'과 'Kit(세트)'의 합성어로서 '쿠킹박스' '레시피 박스' 등으로도 불린다.

밀키트는 2008년 스웨덴에서 시작됐지만 우리나라에서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이 더해져 '글로벌 이색 메뉴 밀키트'가 등장하면서 그 인기가 시작된 것이다.

홈쇼핑과 대형 마트들은 물론 호텔도 밀키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호텔의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와 맛이 보장된 호텔 레스토랑 이미지를 밀키트 사업에 적용한 것이다. 평상시에 고급 레스토랑은 자주 방문할 수 없거나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이들이 표적 고객으로서 설정된 것이다. 또한 1~2인 가구의 증가로 밀키트의 '프리미엄'이 붙었으며, 집에서 먹는 식사여도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요구하는 MZ세대가 밀키트의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것도 그 이유에 있다.

롯데호텔은 프리미엄 밀키트 브랜드인 '롯데호텔 1979'를 선보였다. 롯데호텔 1979의 슬로건은 '집으로 온 레스토랑'이다. 롯데호텔 1979는 1979년부터 이어온 롯데호텔 파인 다이닝의 철학과 노하우를 담는다는 의미의 명칭이다. 이들은 첫 밀키트 메뉴로 '허브 양갈비'를 선보였다. 양갈비와 라따뚜이, 컬리플라워도 제공하는 그야말로 고급스러운 호텔 밀키트로 볼 수 있다.

조선호텔은 2020년부터 SSG닷컴과 함께 밀키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첫 메뉴로써 조선호텔이 운영하는 광동식 중식 레스토랑 '호경전'의 대표 메뉴인 '조선호텔 유니짜장'과 '조선호텔 삼선짬뽕'을 밀키트로 제작하였다. 조선호텔은 호텔 브랜드의 밀키트임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밀키트를 처음 선보였다. '자극적이지 않은 깔끔한 맛'을 밀키트 슬로건으로 설정하였으며, 조선호텔 고급스러운 맛을 살리기 위해 경력 27년의 수석 셰프가 6개월간 밀키트 작업에 함께 참여했다. 실제로 '조선호텔 유니짜장'은 출시 한 달만에 2만 개가 넘는 판매량을 보여주었다.

호텔신라는 2021년에 밀키트 사업에 참여하였다. 호텔신라는 '집에서 즐기는 호텔 파인 다이닝'을 슬로건으로 프리미엄 밀키트 '신라 다이닝 앳 홈'을 출시했다. 호텔신라의 셰프들은 밀키트를 제작하기 위해 4개월간 메뉴 선정, 조리 알고리즘 개발, 품질 평가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호텔신라 밀키트의 독특한 점은 삼성전자와의 협업이다. 호텔신라는 삼성전자의 오픈 협업 시스템인 팀 비스포크와 협업해 해당 밀키트를 '비스포크 큐커(BESPOKE Qooker)' 전용으로 제작하였다. 이와 함께 프레시지, 오뚜기, 테이스티나인, CJ제일제당 등과 함께 비스포크 큐커를 이용한 밀키트 전용 메뉴들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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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영진전문대 호텔항공관광과 교수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63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고급 식재료를 이용한 프리미엄 밀키트 사업을 선보였다. 이는 프레시지와 함께 63레스토랑의 셰프들이 직접 구성한 메뉴를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63다이닝 키트(63 Dining kit)' 밀키트이다. 63다이닝 키트의 특징은 고급 식재료뿐만 아니라 파인 다이닝의 핵심인 가니시(음식의 외형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음식에 곁들이는 재료)를 포함한 것이다. 2인분 기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두 가지 소스와 7종류의 가니시로 프리미엄을 원하는 고객들의 입맛을 모두 충족하였다. 이 밀키트에는 또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호텔 레스토랑의 메뉴만을 밀키트로 재연한 것이 아니라 한화리조트 설악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설악황태진국 또한 밀키트로 출시한 것이다.

간편함과 고급스러움 모두를 챙긴 밀키트 산업은 소규모 시장부터 호텔 레스토랑까지 점령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밀키트 제조 과정에서 재료들을 아무리 신선하게 유지하려 노력하더라도 포장과 배송 과정을 거치며 그 신선도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밀키트 전문점들은 당일 재료 손질을 바로 하여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호텔 레스토랑의 인터넷 판매를 통한 밀키트들은 현실적으로 그러한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단점은 완성된 요리를 바로 먹는 것보다 내 눈으로 재료의 신선도를 체크하고 조리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밀키트의 특성상 각 재료들이 개별 포장되어 청결도와 신선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에 따른 많은 양의 비닐과 플라스틱 포장재 쓰레기들이 배출되는 단점도 있다. 편리함 그 이면에는 환경오염이 있는 것이다.

몇 가지의 단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호텔 브랜드 이미지가 주는 안정감과 신뢰, 편리함은 우리가 호텔 레스토랑 밀키트의 매력에 빠지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다. 영진전문대 호텔항공관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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