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사무실 방화범 확인된 1심 소송만 5건…전문가 "가망 없는 소송 남발, 결국 비극적 결말로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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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13 16:32  |  수정 2022-06-13 20:27  |  발행일 2022-06-14 제6면

지난 9일 발생한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 용의자 A씨가 연루된 소송이 13일까지 확인된 것만 5건(1심 기준)으로 드러났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9년 8월 신천시장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추심금 소송에서 패소하는 등 지금까지 5건의 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신천시장정비사업조합 관련 소송에서 "이번 사업은 다수 당사자가 관련돼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그때그때 개별적으로 정산해 왔고, 시행사와 조합 또한 여러 차례 금전 거래를 하면서 사업을 진행하는 관계"라며 "조합은 이 사건 채권에 대해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자신에게 해당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합과 시행사 사이 시행 대행 계약이 해지된 적이 없고, 시행사가 조합에게 투자금을 지급했다는 점에 대한 주장과 입증이 없다. 시행사가 조합으로부터 반환받을 채권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합이 시행사에게 채권에 따른 채무가 존재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과 청구는 이유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사건에 대해 대구고법은 2020년 5월 항소를 기각했으며, 대법원은 같은 해 9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A씨는 2016년 처음으로 시행사 등을 상대로 약정금 소송을 낸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에는 일부 승소했다.


이 소송은 시행사 대표와 시행사를 상대로 투자금 총 6억8천500만 원에서 일부 변제받은 돈을 뺀 나머지 투자금 5억3천400여 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달라며 제기한 사건이었다. 당시 법원은 시행사가 A씨에게 투자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시행사 대표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에서 일부 승소하고도 시행사로부터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A씨는 2019년 신천시장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2020년에는 도시환경정비사업과 관련한 수탁자 겸 공동시행자인 B투자신탁사를 상대로 추심금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패소했다. 이 중 B투자신탁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 선고는 사건 당일인 9일 오전에 있었다.

지난해에는 A씨가 시행사 대표만을 상대로 약정금 반환 소송을 또다시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시행사 대표)가 선행 판결 변론종결일 이후, 회사의 배후에서 회사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서 법인격 남용행위를 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A씨는 형사 사건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업무방해, 정보통신방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2017년 대구경북지역 부동산 정보 공유 대화방인 한 인터넷 카페에 접속해 시행사 대표를 비방한 혐의를 받았다.

대구지법 형사6단독은 방화 범행이 일어나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A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상당 부분이 추측에 의한 것으로, 글 내용이 모두 사실임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가 원한을 품었던 것으로 보이는 시행사 대표는 현재까지 투자와 관련한 사기죄 등으로 대구지법에서 선고받은 전력이 없다. 사기죄는 '기망' 행위가 입증될 때 성립한다.

법조계에선 승소 가능성이 없는 소송 남발이 결국 비극적 결말을 낳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천주현 변호사는 "법인의 대표자가 투자를 받을 때 '기망' 행위가 있었다면, 투자금에 손실금까지 손해배상 받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사기를 입증할 수 없는 입장에서 '채무를 공동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책임 범위를 늘리려고 하는 시도들은 민법과 상법, 계약법과 배치된다"고 했다. 

 

이어 "소송들의 개수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심급을 거듭하게 되면서, 소송비용 출혈도 심해졌던 걸로 보인다. 하는 일마다 모조리 되지 않는다는 절망감과 불만이 범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게다가 설령 시행사를 상대로 일부 승소 판결을 얻어낸 채권자였다고 하더라도, 비방을 목적으로 한 표현 행위로서 방해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형사 판결의 추세"라고 지적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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