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80대 하모니카 연주자들 경산 남천강변서 추억을 공연하다

  • 천윤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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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0   |  발행일 2022-06-22 제22면   |  수정 2022-06-2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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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경북 경산 남천강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추억의 하모니카 연주회에서 빨간 모자를 쓴 80대 어르신들이 하모니카공연을 하고 있다.

"음악은 연주자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잖아요. 가진 재능으로 노년에 할 수 있는 작은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무렵이면 경북 경산 옥곡초등학교 앞 남천강변 분수대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하모니카 연주회를 열고 있는 어르신들이 있다. 검정바지에 흰 웃옷, 그리고 빨간 모자를 쓰고 연주하는 모습에서 여느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이 엿보인다.


방면석·이상삼·이정동씨는 모두 여든을 넘긴 경산시 노인종합복지관 회원이다. 이들의 연주는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 휠체어를 타거나 보행차를 밀고 나온 어르신, 부부 또는 친구와 함께 나온 주민 등 해거름 강변으로 산책 나온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연주곡은 모여 있는 관객의 연령에 따라 동요에서 가요까지 그때그때 다양하게 바뀐다. 어른을 위해 가요를 연주하다가도 아이들이 몰려오면 금방 동요로 바뀌는 것. 이날 인기를 끈 곡은 '모란동백' '찔레꽃' '어머니은혜' '파란마음 하얀 마음' '오빠 생각' '고향' 등이다.


흥에 겨워 어깨춤을 추며 가요를 따라 부르는 어르신도 있다. 또 엄마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며 나온 아기가 손뼉을 치며 춤을 추자 연주하던 어르신이 주머니에서 용돈을 꺼내 고사리 손에 쥐어 준다. 남천강변 분수대 무대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방면석씨 등은 노인복지관에서 만나 함께 하모니카를 배웠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는 유치원에 강사로 나가 어린이들에게 하모니카 연주를 가르치고 요양원으로 연주 봉사활동을 다니기도 했다. 이들이 남천강변으로 무대를 옮긴 것은 코로나로 인해 실내에서 연주하기 어려워지면서부터다. 연주 중간중간 '노년을 행복하게 보내는 방법' 등 살아온 경험과 삶의 지혜를 들려주기도 한다.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목요일 해가 넘어갈 시간이면 집에 있다가고 나오게 된다. 어릴 때 부르던 동요를 따라 부르며 추억에 잠길 수 있어 은근히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년 주민은 "노년을 참 멋있게 사는 분들 같다. 어릴 때 동네 오빠가 불어주던 하모니카 연주가 생각나 더욱 정감이 간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하모니카를 즐겨 연주했다는 방면석 어르신은 "하모니카는 휴대하기 편해 어디서나 연주할 수 있어 좋다. 폐활량이 좋아야 하기에 꾸준히 등산을 하며 건강관리에도 힘쓴다.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지도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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