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따뜻한 봄을 닮은 '어느 노부부의 사랑이야기'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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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5   |  발행일 2022-07-27 제12면   |  수정 2022-07-26 07:58
노부부
이경남씨 아버지 이병호, 어머니 문순숙씨가 꽃양귀비밭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경남씨 제공>

이경남(66·대구 동구 신암동)씨는 최근 친정이 있는 경남 하동군 인근에서 열리는 꽃 양귀비 축제장에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왔다. 오랜만에 외출에 나선 부모님은 형형색색의 꽃 양귀비가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루고 있는 모습에 마냥 즐거워했다.

양귀비 꽃길 사이로 등이 굽은 아버지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파르스름한 힘줄이 돋아난 연약한 마른 두 손이 하나가 되어 조용히 속삭인다. 누가 봐도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부부라는 것을 보여주는 무늬가 손등에 아롱져 있다.

1953년 아버지 이병호(88)씨와 어머니 문순숙(89)씨는 결혼에 골인해 69년째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배우자는 서로 늙어가는 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주는 사람이다. 오랫동안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서로의 다양한 모습을 보는 사람이다. 실망스럽고 미운 날도 많을 테지만 그 시간을 겪고도 옆에 있는 고마운 사람이다.

이씨는 아주 어릴 적 기억 한편을 끄집어낸다. 찬바람이 가슴을 파고들 때 잡아주던 어머니의 그 손은 얼마나 따뜻했던가. "춥지" 하면서 코트 주머니 안에 내 손을 넣고 꼭 잡아주면 세상의 그 어떤 바람도 비집고 들어 올 수 없었던 든든한 방패였고 안전한 성이었다. 늘 단단해 보이던 두 분의 뒷모습에도 세월이 앉았다.

부모님과 꽃길을 걸으며 도란도란 정담도 나누며 새로운 추억도 만들었다. 순간순간 부모님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 꽃길 사이로 걸어가는 어머니의 얼굴에선 함지박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그림자가 되어 따라다니는 아버지의 입가에도 당연히 미소가 번졌다.

이씨는 "절친으로 살아가고 있는 두 분의 모습이 참 따뜻한 봄을 닮았다. 꽃처럼 아름답다. 나도 부모님처럼 그렇게 익어가고 싶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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