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이날은 우리가 배우다"-대구시민의 특별한 연극 공연

  • 최지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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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02   |  발행일 2022-08-03 제12면   |  수정 2022-08-03 10:33
[동네뉴스] 이날은 우리가 배우다-대구시민의 특별한 연극 공연
연출가 박세기씨(뒷줄 맨 오른쪽) 등 배우 경험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로 구성된 '인생세탁소'팀이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이라는 작품을 함께 공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인생 세탁소 팀 제공>

지난달 24일 대구 남구 대명동 소극장 '소금창고'에서는 한여름 더위를 더욱 뜨겁게 만든 연극 무대가 열렸다. 무대의 주인공은 배우 경험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 이들은 취미활동 플랫폼인 '이번주말'의 연극워크숍 19기로 만나 '인생 세탁소'라는 이름의 팀을 만들고, 이날 함께 무대를 꾸민 것.

이들이 함께 무대에 올린 작품은 옷이 아닌 마음을 세탁해야 한다는 주제로 30년간 대를 이어 운영 중인 세탁소에서 일어난 헤프닝을 그린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이었다.

연극에 대한 열망으로 뭉쳤지만 '인생 세탁소' 팀의 도전은 쉽지 않았다. 평소 연극 무대와는 거리가 멀었던 이들이지만, 3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연습, 소품준비, 공연장 섭외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챙겨야 했다. 휴일을 반납해서 연습하는 것은 기본, 공연을 앞두고 박차를 가해 매일 연습을 하면서 다른 배역의 대사를 다 외울 정도였다. 대사를 까먹을지 모른다는 걱정에 일시적이긴 하지만, 식이장애로 고생한 이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이들은 "피 땀 흘려 만든 돈으로, 피 땀 흘려 만든 연극"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좀비가 달려드는 악몽을 자주 꿀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다는 김미희(여·35·달서구 이곡동)씨는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분야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팀을 이뤘지만 함께 공연 준비를 하면서 불특정 이상의 존재가 됐다"면서 "데뷔와 동시에 은퇴인 오늘 무대가 아쉽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함께 도전하고 싶다"며 첫 무대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연출을 맡은 박세기(39·배우 겸 연출)씨는 "함께하는 즐거움에 힘듦을 잊게 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인생 세탁소' 팀의 연습 과정에 참여하면서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됐다"면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같은 꿈을 향해 진심과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각자의 꿈을 하나의 작품으로 뭉쳐 완성해 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세탁소 종업원 염소팔역을 맡은 손동훈(39·북구 복현동)씨는 "이번 연극에 참여할지 말지 3개월을 고민했다. 일주일에 하루를 쉬는데 연습에 하루를 온통 쓰게 되면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다. 예상은 했지만 연습이 진행되면서 계획했던 것보다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연습 기간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9살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면서 "만약 신문에 내가 말한 내용이 나간다면, 지면을 빌어 딸 혜원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성을 다해 깎은 연필로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쓴 투박한 손글씨 같았던 이번 공연은 배우들을 응원하기 위해 참석한 관객들에게도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관객으로 공연에 함께 한 유현실(여·50·수성구 수성1가)씨는 "아마추어의 연기 감성에 흠뻑 빠질 수 있었고, 그 부분이 오히려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면서 "누구나 꿈을 갖고 있지만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는 이는 많지 않다. 꿈을 접어두고 가족을 위해 애쓰는 남편이 떠오른 공연이었다"며 미소지었다.
최지혜 시민기자 jihye79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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