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하나에서 열까지 스스로...대구 성광중 이경상군과 친구들의 특별한 여름방학 여행

  • 한영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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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02   |  발행일 2022-08-03 제12면   |  수정 2022-08-03 10:34
단체사진
이경상(성광중 2학년)군과 친구들이 여름 방학을 맞아 떠난 여행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이경상군 제공>

지난 7월 하순, 본격적인 더위와 함께 여름 방학이 시작됐다.

이경상(대구 성광중 2학년)군과 친구들은 올 여름방학을 앞두고 좀 더 특별한 계획을 세웠다. 평소 대구 강정보와 동촌유원지 등으로 자전거 트래킹을 떠나기도 했던 친구들이 1박 2일 여행을 계획한 것이다.

11명의 중2 남학생들은 부모님의 허락에서부터 여행지 결정과 장보기까지 단톡방에서 의논하고 각자의 역할을 정했다. 부산과 가평 등 여행지를 알아보던 중 어른이 있어야 펜션 예약이 된다는 것을 알고는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해 한두 분이 함께 해주신다는 약속을 받고 지난달 29일 여행지를 경북 청도군으로 결정했다.

2만원씩 부담한 최소 경비로 장을 보면서 유기농 야채와 버섯, 숯 집게는 사면서도 돈이 모자라 과자는 알아서 챙겨오기로 했다는 이야기, 스팸 대신 저렴한 리챔을 선택했다는 이야기 등 소소한 일들이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청도에 도착했을 때 가뭄으로 계곡물이 말라 어쩔 수 없이 펜션에서 마련한 작은 미니풀에서 놀 수밖에 없었는데도 아이들은 마냥 즐거웠다.

친구들이 물이 뚝뚝 흐르는 옷을 그대로 입고 들어와 펜션 거실을 물바다로 만들었을 때 최인용(동변중 2학년)군은 수건으로 바닥을 열심히 닦으며 "우와~ 나 집에서 이런 거 안 하는데…"라고 말하면서도 싫은 내색이 아니다.

저녁 고기 담당인 이경상군은 어른 못지않게 능숙하게 숯을 피우고 고기를 구웠다. 김한준(동변중 2학년)군도 땀을 뻘뻘 흘리며 불판에서 돼지 갈비를 굽고 나머지 아이들은 제비 새끼 마냥 밥그릇을 내밀며 "빨리 좀 구워 줘"를 외쳤다.

이군과 김군이 쉴 틈 없이 고기를 구워 친구 밥그릇에 얹어주는 동안 몇몇 친구들은 고기를 굽느라 먹지 못하는 이군과 김군의 입에 고기도 넣어주고 콜라도 건네줬다.

낮엔 친구들끼리 인근에 있는 천문사에 산책도 다녀오고 저녁 식사 후엔 노래도 불렀는데 친구들이 쑥스러워 머뭇거리는 사이 이재준군이 마이크를 잡고 '진또베기'를 선곡해 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이경상군은 "고기 굽는 맛에 왔다"며 "준비하면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친구들과의 첫 여행이라 설레고 좋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한준군도 "친구들과의 여행이 재밌을 것 같아서 무척 기대했다"며 "1박2일 여행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1박 2일 동안 보호자로 아이들과 함께 한 이모는 "여행 내내 해맑게 웃고 서로를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했다"면서 "이런 경험이 아이들에게 분명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영화 시민기자 ysbd4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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