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7] 후계농업인 지원사업…농기계 구입비부터 가계자금까지 경영·정착 지원 '든든'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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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6   |  발행일 2022-09-06 제11면   |  수정 2022-09-06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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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군 부남면 중기리 인덕농원 창고에서 김주환씨가 갓 수확한 고추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3대째 청송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후계농업인이다.

농사는 쉬운 일이 아니다. 농업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 기반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섣불리 농업에 뛰어들었다가는 실패를 맛보기 십상이다. 특히 농작물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역에 따라 재배에 적합한 작물과 품종이 다르다. 지역별로 후계 농업인을 키우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청송군에서도 다양한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선배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자체 지원책을 접목한 후계 농업인들이 지역 농업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카페 청송' 7편에서는 청송에서 3대째 농사를 짓고 있는 후계농업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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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능금농협 직원이 지게차로 복숭아 상자를 실어나르고 있다.

◆청송의 후계농업인 지원 정책

농촌 고령화는 심각하다. 1970년 한국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은 4.9%에 불과했다. 50년이 흐른 2020년 기준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은 42.4%에 이른다. 현재 농촌은 일손 부족은 물론 농업을 이어받을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국내 농업의 근간을 지키고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전문 후계농업인 양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후계농업인에 대한 지원은 2009년 4월1일 제정된 '농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농어업경영체법)'을 근거로 이뤄졌다. 이후 후계농업인을 체계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며 2020년 5월19일 '후계농어업인 및 청년농어업인 육성·지원에 관한 법률(후계청년농어업인법)'이 새로 만들어졌다.

후계청년농어업인법에서는 후계농업인에 대해 '농업의 계승·발전을 위해 농업을 경영하거나 경영할 의사가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대통령령으로 '50세 미만이며 총 영농 기간이 10년 미만인 사람'을 후계농업인으로 정해 놨다. 후계청년농어업인법에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5년마다 후계농업인의 육성·정책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또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와 지원을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심사를 통해 후계농업경영인을 선정해 각종 지원을 한다.

청송군도 후계농업인 양성과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이다. 청년 후계농업인에게 영농 정착에 필요한 농가경영비나 일반가계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독립영농경력 3년 이하인 만 18~39세 농업인 또는 농업인 예정자가 지원대상이다. 독립영농이란 본인 명의로 영농기반을 마련하고 농업경영체(농업인·농업법인) 등록을 마친 뒤 영농에 종사한 것을 말한다.

지원은 최대 3년 동안 이뤄진다. 1년차에는 월 100만원, 2년차에는 월 90만원, 3년차에는 월 80만원이 지원된다. 신청기간은 매년 1월이며 농림사업정보시스템(Agrix)을 통해 신청을 받는다. 이와 함께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농어촌공사 농지은행사업, 교육·컨설팅도 연계 지원된다.

농지·시설·농기계 구입 등을 위한 자금을 융자해 주는 '후계농업경영인 지원사업'도 있다. 대상은 만 18~49세 독립영농경력 10년 이하인 농업인이다. 융자한도는 가구당 최대 3억원으로 연리 2%, 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 조건이다. 매년 1월 읍·면사무소에서 신청하면 된다.

이외에 '가업승계 우수농업인 정착지원'사업도 진행한다. 농산물의 생산·가공·유통을 위한 시설 등의 확충과 개보수를 돕는다. 특히 ICT(정보통신기술) 융복합·6차 산업화·신기술 도입 등을 위한 시설과 장비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만 49세 이하 농업경력 3년 이상의 농업인이면 신청 가능하다. 단, 직계존속(본인 또는 배우자)의 농지(1천㎡)와 시설물을 승계받았거나 승계 예정이어야 한다. 지원금은 5천만원 이내로 자부담 30%가 조건이다. 신청기간은 매년 2~3월이며 읍·면사무소에서 신청 접수한다.


중기리서 3대째 농사짓는 김주환씨
고추·복숭아·사과 등 5만㎡규모 경영
선대 일군 농업기반 토대 억대부농 돼
"워라밸 생활 만족…지자체도 큰 도움"

郡, 3년이하 종사자 3년간 매월 지원
농지나 시설 구입 위한 자금 융자도
가공·유통시설에는 신기술 도입지원



◆3대째 가업 이은 후계농

지난 2일 찾은 경북 청송군 부남면 중기리의 한 과수농원.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도 농사일이 한창이었다. 조금씩 불던 바람은 어느새 강해져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초강력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습니다." 라디오에서는 태풍의 소식을 전하는 뉴스가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해발 350m에 위치한 이곳 인덕농원은 고요함 속에 긴장이 감돌았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어서 정신없이 바빠요. 강한 바람에 복숭아와 고추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익은 건 빨리 수확하고 과수나무 지지대 보강과 배수로 정비도 해야 돼요." 농원 창고 안에서 일을 하던 김주환(45)씨가 땀을 닦으며 말했다. 창고 안에는 4kg짜리 복숭아 상자가 사람 키보다 더 높게 쌓여 있었다. 자루째로 놓여있는 갓 수확한 고추도 눈길을 끌었다.

김씨는 중기리에서만 3대째 농사를 짓고 있는 후계농업인이다. 청송을 떠나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부친의 건강이 악화돼 귀향했다. 고향에 돌아온 뒤 그는 아버지의 농사일을 대신했고, 결국 가업을 이어받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일궈놓은 농업 기반이 사라지는 게 못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2004년쯤의 일이다.

어릴 적부터 농사일을 거들었던 터라 적응에는 별로 어려움이 없었다. 농지와 농기계도 물려받았기 때문에 큰돈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수익이 나면 농지를 더 사들여 농장 규모를 늘려나갔다. 현재 그는 사과 2만9천752㎡(9천평), 복숭아 1만6천528㎡(5천평), 고추 3305㎡(1천평) 등 4만9천586㎡(1만5천평) 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다.

"제가 대구에서 직장에 다닐 때 연봉이 4천만원이었는데 지금은 한해 소득 억대 농가가 됐어요. 고향에 잘 돌아왔다고 생각해요. 몸은 힘들지만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도 있어요. 농사만큼 좋은 직업은 없다고 생각해요.".

김씨가 아내와 함께 고향에 돌아왔을 때 자녀는 한 명뿐이었다. 농사를 지으며 자녀 넷을 더 낳았다. 다섯 명의 자녀를 키우는 것은 대도시 직장인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만큼 농사일은 '워라밸'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직종 중 하나다.

그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청송군의 지원도 한몫했다. 2007년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된 뒤 '후계농업경영인 지원사업'을 통해 낮은 이자율로 융자를 받았다. 그는 후계영농인을 위한 활동도 꾸준히 벌이고 있다. 9년째 중기1리 마을 이장을 맡고 있고 한국농업경영인청송군연합회에서 4년 동안 사무국장을 하다가 2년째 사업부회장직을 수행 중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아들이 저의 농사일을 이어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실제 둘째가 농사를 지을지는 그때 가봐야 아는 일이겠죠." 그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한국 농촌의 현실에서 4대째 농업을 이어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뜻깊은 일이기도 하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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