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가능성 높은 108가지 음식 재현"…대구경북 슬로푸드 회원 책 발간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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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9   |  발행일 2022-09-09 제35면   |  수정 2022-09-0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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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대한민국 맛의 방주'.

대구경북 슬로푸드 회원 겸 요리연구가 6명이 큰일을 해냈다. '대한민국 맛의 방주-향토편'(백산출판사)을 어렵사리 출간한 것이다. 그렇고 그런 요리책이 아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멸종 가능성이 많은 팔도의 해묵은 음식 108가지(제주도 25, 전라도 27개, 경상도 20개, 충청도 10, 강원도 15, 경기도 11)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방주에 걸맞은 식재료를 구입해서 방주음식을 재현한 것이다. 자신들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 지원 한 푼 받지 않았다.

대한민국 조리장이며 한식대첩4 때 들안길 한식당 용지봉(변미자)과 손을 잡고 최종우승을 차지했고 현재 경산에서 한식당 '뜰안'을 운영하는 최정민, 푸드아트아카데미 조은미 대표, 한국자연음식협회장 겸 이지사찰음식학교 원장인 전효원, 세종 신라 외식전문학교 조리 부원장인 엄희순, 마음찬 도시락 대표 서경희, 대구경북음식문화발전소 수석연구원인 강나윤. 이들 중 전효원씨를 빼고 나머지는 대구가톨릭대 외식산업학과 출신.

당연히 출간을 가장 기쁘게 받아들인 사람은 이들의 스승이기도 한 임현철 교수. 임 교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구현한 책"이라고 호평을 했다. "요리연구가에게 자극이 되고 일반인에게는 전통음식의 신지평을 느끼게 만드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슬로푸드 한국협회 김종덕 회장도 이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빛나는 저작물을 내준 것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방주 목록과 기타 한국 전통음식 중 국민과 반드시 호흡해야 될 음식을 중심으로 재현해 냈다. 사흘이 멀다 하고 푸드스튜디오에서 만나 레시피를 정리하고 관련 요리 과정에 꼭 필요한 팁도 소상하게 덧붙였다. 반찬과 양념, 소스 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고수의 팁'을 삽입했다. '자연양념'의 선두에 꼽히는 채수도 5가지(기본·진한·칼칼한·달달한·구수한 맛)로 세분해 놓았다. 이 책을 보면서 요리를 따라 하려는 사람을 배려한 것이다.

우리 식재료와 멸종위기에 처한 토종 씨앗이 사라져 간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공통분모가 생긴 셈. 연구자들은 마음을 모아, 요리의 전문분야는 다르지만, '맛의 방주'에 등재된 식자재를 널리 알리고 그것을 활용한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 하지만 방주에 등재된 식자재를 알아보는 중, 천연기념물로 등재된 것도 있고 구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오로지 맛의 방주에 등재된 재료를 구하기 위해 이른 새벽에 출발하여 전국 방방곡곡을 동분서주했다. 구하지 못한 식자재는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대체했다. 또한 음식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오류도 많이 경험하면서 고민도 깊었다. 지방마다 개인마다 요리하는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의 바람은 이렇다.

"이 책을 시발점으로 많은 분이 맛의 방주에 실린 귀하고 소중한 우리의 자원에 관심을 가지고 더 맛있고 더 유익한 레시피가 쏟아져 나오길 기대한다. 더 나아가 위기에 처한 우리의 토종 씨앗이나 음식이 사라지기 전에 '맛의 방주'에 승선시키는 노력도 쉼 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방주 음식이 사라지면 한국의 맛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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