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2] 영양고추 명성의 중심 영양고추유통공사…세계 최대 규모 시설 갖추고 최고 품질의 '빛깔찬' 고춧가루 생산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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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2   |  발행일 2022-09-22 제11면   |  수정 2022-09-22 07:11
2006년 설립…홍고추 수매·세척·건조·가공 일괄처리 시스템
1천200여 농가 계약재배…영양서 생산된 고추 20~30% 처리
철분 제거 등 위생관리 철저…지난해 4개국에 33.6t 수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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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고추유통공사 직원이 농가로부터 받은 고추를 건조라인에 투입하기 전에 정리를 하고 있다. 영양고추유통공사는 전국 최고의 고춧가루를 생산해 농가의 소득 안정은 물론 영양 고추의 매운맛을 세계에 전하는 첨병 역할도 맡고 있다.

영양이 홍고추 주산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는 영양고추유통공사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영양고추유통공사는 홍고추를 수매해 건고추와 고춧가루를 만드는 지방공기업이다. 지난 17년 동안 농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영양 고추의 명성을 지키는 데 큰 몫을 해냈다. 영양고추유통공사는 전국 최고의 고춧가루를 생산해 농가의 소득 안정은 물론 영양 고추의 매운맛을 세계에 전하는 첨병 역할도 맡고 있다.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2편에서는 영양 고추 발전을 이끌어 온 영양고추유통공사를 소개한다.

◆홍고추 건조부터 가공까지

"영양 고추는 과피가 두껍고 색깔이 맑아요. 보시다시피 빛깔이 선홍색이잖아요."

지난 14일 영양군 일월면 가곡리에 있는 영양고추유통공사에서 만난 최현동 영양고추유통공사 사장은 말린 고추와 고춧가루를 직접 보여주며 설명했다. 말린 고추에는 고추씨가 가득했다. 고춧가루는 대형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보다 좀 더 밝은 빛깔을 띠고 있었다.

"최상의 고춧가루를 만들려면 세척·건조·가공 전 과정이 잘 이뤄져야 해요. 이에 앞서 농민들의 뛰어난 재배 기술·자연 환경·좋은 육묘·양질의 퇴비 등이 모두 갖춰져야 이런 고추가 나와요. 영양 농민들은 모두 고추 박사예요." 정승화 경영관리팀장이 웃으며 최 사장의 설명을 거들었다.

영양고추유통공사 건조처리공장과 고추분쇄공장 안은 쉴 틈 없이 돌아갔다. 자동 세척된 고추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자 흰색 위생복을 착용한 직원들이 매서운 눈으로 이물질을 선별해냈다. 이어 바람으로 수분을 날려주는 기계를 통과하자 고추의 물기는 모두 제거됐다. 고추는 다시 반원을 그리며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해 절단된 뒤 건조기로 들어갔다. 건조를 마친 고추는 10㎏짜리 비닐에 담겼다. 이렇게 포장된 고추는 저온창고에 보관된다.

"다른 지역은 고추를 마대자루에 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는 이물질 유입 방지와 위생을 위해 비닐을 사용합니다. 공장 안에는 24시간 중앙집중식 관리가 가능한 제어실도 갖추고 있어요." 최 사장이 설명했다.

영양고추유통공사는 홍고추를 수매해 세척·건조·가공하는 일괄처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건조라인에서는 건고추를 원료로 일정량을 투입하면 자동으로 1·2차 세척 뒤 직원이 직접 이물질을 선별해낸다. 이후 자동으로 고추 절단과 예비 건조, 본 건조를 거쳐 포장이 이뤄진다.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돼 처리시간은 3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가공라인에서는 건고추를 타격식 조파쇄 장치를 이용해 종자와 과피로 분리시킨다. 1·2차 분쇄를 거친 고춧가루는 김치·양념·고추장용 등 다양한 용도에 맞는 크기의 입자로 선별되는 입도선별 공정을 거친다. 이후 분쇄작업으로 나올 수 있는 미세 철분을 제거하고, 자동포장기를 통해 규격별로 포장이 이뤄진다.

매년 8~9월은 영양고추유통공사가 가장 바쁜 기간이다. 수확한 고추가 본격적으로 밀려 들어와 하루 종일 공장이 가동된다. 영양고추유통공사에서 처리하는 고추는 영양 전역에서 생산된 고추의 20~30%에 이른다. 영양 고추 농가 절반 이상인 1천200가구 정도가 영양고추유통공사와 계약재배한다.

"약 두 달 동안은 일요일만 빼고 하루 24시간 공장이 계속 돌아가요. 25명 정도가 한 팀으로 해서 세 팀이 3교대로 투입됩니다. 고추유통공사에서는 1t 트럭 16대를 돌려 농가에서 수확한 고추를 계속 실어옵니다." 최 사장은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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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고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영양고추유통공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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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고추유통공사 설비는 최첨단 자동화 공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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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건조라인을 거친 홍고추를 포장하고 있다.

◆17년 역사 영양고추유통공사

영양고추유통공사는 2006년 9월 지방공기업법을 근거로 설립됐다. 앞서 그해 1월 영양군은 영양고추유통공사 설치 조례를 제정했다. 영양고추와 지역 농산물의 가공판매를 통해 군민의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당시만 해도 영양 고추 산업은 △불합리한 고추 유통구조 △비절단 상태의 고추건조 방법 △고품질 위생적 건고추 원료 생산의 필요성 △소규모 고추 재배 농가의 소득기반 확보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영양고추유통공사 설립이 이뤄졌다.

영양고추유통공사의 규모는 대지면적 5만6천100㎡, 건축면적 6천990㎡다. 건조처리공장 2동(3천643㎡)과 고추분쇄공장(1천165㎡), 저온저장고 및 부대시설(2천574㎡) 등을 갖추고 있다. 연속건조기 2대는 1년에 1만2천t의 홍고추를 처리할 수 있다. 고추분쇄 포장라인시설은 1년에 고춧가루 2천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영양고추유통공사는 △고추 등 지역 내 농산물 수매 △고추 건조 및 가공 △농산물 가공 및 유통사업 △비료제조 및 판매사업 △농산물 직판장 운영 △농산물 유통 및 수출 △주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하는 경영수익사업 △소득다변화를 위한 해외 농업개발사업 추진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홍고추 수매·세척·건조·가공의 일괄처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국제규격의 고품질 고춧가루를 생산한다. 이 덕분에 영양 고춧가루의 수출 기반을 조성해 해외 판로를 새롭게 열었다.

영양고추유통공사는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해 계약재배를 통해 홍고추를 수매하고 있다. 매년 5월쯤 농가와 계약을 하면 계약금액의 20%를 선급금으로 지급한다. 농가와 계약할 때 순한 맛이 나는 고추를 생산할지, 매운맛이 나는 고추를 생산할지도 미리 협의한다. 이후 고추가 생산되면 영양고추유통공사에서 직접 농가에 가서 생산된 고추를 실어온다. 이 과정에서 최상품 홍고추만을 엄선해 수매한다.

사들인 홍고추는 세척, 건조, 절단한 뒤 건고추로 팔거나, 이를 다시 분쇄해서 고춧가루를 만들어 판매한다. 영양고추유통공사는 이런 건조와 가공 과정에서 엄격한 위생 관리를 하고 있다. 꾸준히 최고 품질의 고추를 생산해 소비자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함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영양고추유통공사가 판매하는 고춧가루 브랜드가 '빛깔찬'이다. 빛깔찬 고춧가루는 김치용·양념용·고추장용으로 나뉘어 생산된다. 맛도 매운맛·순한 맛·보통 맛이 있으며, 150g·500g·1㎏·3㎏·5㎏단위로 포장돼 판매된다. 빛깔찬 고춧가루는 여러 차례 세척과 절단, 3시간 저온 건조를 통해 영양소가 살아있는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영양 고춧가루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으며 수출되고 있다. 2019년 영양고추유통공사가 생산한 고춧가루는 미국에 10.2t이 수출됐다. 이후 수출량이 급격히 늘어 지난해에는 미국·캐나다·호주·독일 4개 나라에 모두 33.6t이 수출됐다. 2년 만에 수출량이 3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수출액도 같은 기간 1억여 원에서 8억여 원으로 훌쩍 뛰었다.

이외에도 영양고추유통공사는 영양군농업기술센터 등과 연계해 육묘장을 운영하며 농가에 육묘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공동기획 : 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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