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색이 나는 사과로 '시나노골드'가 주렁주렁 사과나무에 열려 있다. |
배도 아닌 것이, 사과도 아닌 것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있다. 소위 황금 사과라 불리는 열매가 대구에서도 볼 수 있다.
노실농원 농장주인 서훈열씨가 탐스럽게 열린 시나노골드를 만져보고 있다. |
사과라고 하면 보통 붉은색 홍옥을 연상하는 시민들에게 노랗게 황금빛 나는 사과는 정말 의외다. 이곳은 대구시 동구 내곡동 325번지 과수원으로 노실농원이다. 농장주인 서훈열(59)씨는 대대로 살아온 이 지역 출신이다. 은행원으로 30년을 근무하다 8년 전 퇴직한 후 고향으로 내려 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데 아로니아 6천600㎡(2천평), 부사 사과나무 300주와 시나노골드란 품명의 황금 사과 70주를 재배하고 있다.
황금사과를 키우게 된 계기는 영천에서 과수원을 하던 친구가 폐원을 하게 되어 받아온 3년생 묘목이었으며, 이후 3년 동안 정성스레 키워왔다. 여리고 작은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사과를 보며 참 잘 자라는 나무라 생각했더니 의외로 재배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지주대도 필요하고 과육 생장 속도도 느려서 애를 먹는다고 한다. 판매는 수확량이 적어서 주로 개별로 판매한다. 껍질을 벗겨보니 겉과 속이 같은 황금빛이다. 먹어보니 아삭아삭 한 식감에 새콤달콤한 과즙이 입안에 한가득 사과의 풍미를 전해준다.
그는 또 루비에스란 미니사과도 60주도 재배하고 있다. 세척 후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사과다. 과수원을 돌다 보니 골프공만 한 앙증맞은 사과도 보인다. 30~40g 정도인 사과로 알프스 오토메란 품종인데 학교급식용으로 많이 쓰이는 사과란다.
다양한 사과 품종을 개발하고 있는 서씨를 보면 대구는 아직도 사과의 고장임을 느낀다. 1899년 미국인 선교사 우드브릿지 존슨 박사가 미조리 주에서 사과나무 72주를 가져와 대구 동산의 사택 뒤뜰에 심은 지 123년, 한때 대구는 사과의 고장으로 유명했지만 지구 온난화로 사과의 주산지가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고 있어 민들을 서운하게 한다.
하지만 대구에는 동구 평광동에 아직 120여㏊ 면적에 사과를 생산하고 있고 아직도 전국 최고령 홍옥 사과나무가 대구에 있다. 그리고 특히 서훈열씨처럼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는 사람이 있어 아직도 대구가 사과의 고장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는 반야월 연꽃 협동조합 대표도 맡고 있고, 도시농업전문가인 마스터 가드너 자격증을 가지고 초보 농민들을 지도하는 등 지역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있다.
그는 "청송에서는 황금사과를 주력생산품으로 선정하고 많은 지원을 해 주는데 비해, 대구는 도시지역이다 보니……"라고 씁쓸해하며 흠다리 사과 (흠집있는 사과) 몇 개를 비닐봉지에 담아 준다.
글·사진=박태칠 시민기자 palgongsan72@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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