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8]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 영양 산나물…해발 400~700m 산에서 자연 그대로 키운 '밥상위의 보약'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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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3 07:07  |  수정 2022-11-03 07:16  |  발행일 2022-11-03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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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군은 높은 해발고도와 산나물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낙엽을 많이 생산하는 활엽수가 많아 산나물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다. 이곳에서는 취나물을 비롯해 고사리 등 다양한 산나물이 자란다. 산마늘 재배지 전경. <권명달씨 제공>

산나물은 말 그대로 자연의 선물이다. 향과 맛이 풍부한 데다 무기질·비타민이 많아 우수한 섬유질원으로 손꼽힌다. 또 대부분의 산나물에는 특수 약리성분이 있어 건강식품으로도 가치가 높다. 때문에 산나물은 예부터 늘 우리네 밥상에 오르는 찬으로 사랑받아왔다. 최근에는 과학적 분석을 통해 여러 효능이 알려지며 소비시장도 커지고 있다. 산나물이 자라기에 알맞은 지리·자연 환경을 갖춘 영양에서도 점차 산나물 생산량이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영양 산나물은 상당수가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키워져 인기가 더욱 높다.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8편에서는 청정지역 영양의 자연이 키운 산나물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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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산골형제농장 대표 권명달씨가 내년 산나물 주문을 미리 받아 적어 놓은 운송장들을 살펴보고 있다.

◆임산물 박사가 키우는 영양 산나물

지난달 31일 경북 영양군 영양읍 서부리 한 주택가. 골목길 입구에 내걸린 '영양산골형제농장' 푯말을 따라 발걸음을 내디뎠다. 평범한 주택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산나물 농장의 주소지이자 농장주 권명달(55)씨 자택이다. 집 마당에는 '밤하늘 영양산골 형제농장'이라고 적힌 박스가 가득 쌓여있다. '밤하늘'은 권씨가 만든 산나물 브랜드다.

박스에 적힌 문구들이 눈길을 끈다. '산나물은 꼭 산에서 자라야만 합니다. 산에서 자란 것만이 산나물입니다. 이 산나물은 산의 기운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산나물은 가장 싸고 효과 좋은 보약입니다.' 권씨의 재배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산마늘, 영양군 청기면 정족리 산54번지 산에서 자랐습니다'. 정확한 생산지 표기까지 해놨다.

권씨의 권유로 거실로 들어서자 한쪽 벽면에 가득 매달린 천 주머니가 낯선 광경을 연출한다. 주머니 앞에는 '곰취' '산더덕' '머위' '방풍' '눈개승마' '명이' '산두릅' '산당귀' 등 온갖 산나물의 이름이 적혔다. 각각의 주머니 안에는 택배 운송장이 가득했다. 내년 산나물 주문을 미리 받아 적어놓은 운송장들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그의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고 "안녕하세요. 영양산골형제농장입니다"라고 말하자, "머위 좀 사려고 하는데요" "명이나물 주문 가능할까요"라는 산나물 주문 문의가 이어졌다.

권씨는 직거래 단골고객만 약 4천명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는 수비면·청기면·영양읍 등 영양 산 곳곳에서 산나물과 송이를 재배하고 있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임산물 농장주다. 그가 갖고 있는 면적만 66㏊(20만평)에 이른다. 가장 많이 재배하는 산나물은 눈개승마(삼나물)·산마늘(명이나물)·참당귀(산당귀)다. 이외에도 취나물·더덕·두릅·어수리 등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산나물은 모두 취급한다.

산림 담당 공무원 출신인 그는 1990년 녹지직 공무원을 시작해 2014년까지 25년 동안 영양군에서 산림 업무를 맡아왔다. 월급을 모아 임야를 조금씩 사들였고 산을 관리하며 산나물을 연구했다. 명예퇴직 후 전문 임업인으로 변신한 그는 연소득 억대 농장주가 됐다. 봄에는 명이나물과 눈개승마, 여름에는 당귀, 가을에는 송이, 겨울에는 고로쇠를 수확하는 등 매년 바쁜 날을 보내는 중이다.


산악지형 산나물 재배 최적지
활엽수 비중 높아 토양 영양분 듬뿍
농약 사용 않고 친환경적 재배 인기
향 독특하고 무기질·비타민도 풍부

연소득 억대 농장주 권명달씨
공무원 명퇴후 전문 임업인 변신
눈개승마·산마늘·참당귀 등 재배
전국 직거래 단골 고객만 4천명


◆밭이 아닌 산에서 자연 그대로 자라

요즘은 산에서 자연적인 방식으로 키운 산나물은 많지 않다. 상당수가 밭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다. 반면 권씨가 재배한 산나물은 모두 해발 400~700m의 높이 산 중턱에서 자란다. 산의 비탈진 경사면에서 비료나 퇴비·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자연적으로 산나물을 재배하고 있다.

그는 산을 함부로 손대지 않는다. 포클레인으로 경사면을 평탄하게 만들고 큰 나무를 베어내는 등 인위적으로 산나물 재배 환경을 만드는 일을 배척한다. 대신 토질·햇빛·수분·방향 등을 고려해 그 장소에서 자라기 가장 적합한 산나물의 씨앗을 뿌린다. 각각 산나물에 대한 특성을 잘 알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취나물이나 더덕은 햇빛이 있어야 잘 크지만 반대로 곰취는 그늘에서 잘 자라요. 재배 환경에 맞는 작물을 심는 게 중요합니다. 불필요한 공사를 하지 않고 관수시설 등도 설치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농장에 비해 비용이 훨씬 적게 드는 편이에요."

그는 한국임업진흥원의 임산물 품질관리 제도인 '청정숲푸드' 인증도 받았다. 청송숲푸드는 산림에서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상태로 깨끗하게 생산된 임산물을 보증하는 제도다. 한국임업진흥원이 농가로부터 신청받아 현장조사와 품질검사(잔류 농약·토양 이화학성 검사)를 거쳐 청정숲푸드로 지정해준다. 유기합성 농약과 화학비료를 절대 사용하지 않고, 지목이 임야인 땅이나 산림 토지환경을 유지하는 땅에서 임산물을 생산해야 한다. 산림생태계 건전성도 유지하며 임산물을 재배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은 덤이다.

그래서 그가 생산하는 산나물은 다른 산나물보다 좀 비싸다. 산에서 자연적으로 재배하다 보니 생산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양산골 형제농장 산나물을 먹어본 사람은 대부분 단골이 된다.

그는 산림조합중앙회·한국임업진흥원·농업기술센터 등에 강의도 자주 다니는 임산물 전문가다. 그의 산에는 다른 농민들이 견학도 자주 온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정의한다. "나는 산나물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산을 파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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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군에서는 고사리나 두릅 등 일반적인 산나물뿐만 아니라 눈개승마(왼쪽)나 참당귀도 생산된다. <권명달씨 제공>

◆경북 최고 산악지형, 산나물 재배 최적지

영양은 산나물 재배 최적지다. 전체 면적 중 임야가 85%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평균 해발고도가 경북에서 가장 높은 산악지형이기 때문이다. 또 활엽수 비중이 높아 나뭇잎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쌓인 낙엽은 그대로 유기물이 된다. 이 때문에 영양 산나물은 영양분이 많은 토질에서 퇴비 없이도 잘 자란다. 깨끗한 물과 공기 등 청정한 환경도 산나물의 품질에 큰 도움을 준다.

영양지역의 높은 해발고도는 산나물에 자연적인 수분 공급을 해주는 역할도 한다. 보통 구름이나 안개가 산 중턱에 걸리면 그 일대에 충분한 수분 공급이 이뤄진다. 영양은 평지에 위치한 군청의 해발고도가 300m에 이를 정도로 평균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이다. 영양의 산 중턱에서 산나물을 재배하면 따로 물을 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연적인 수분 공급이 충분하다.

영양 산나물 생산량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지 않다. 하지만 품질 만큼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영양 산나물은 독특한 향과 함께 각종 무기질·섬유질·비타민 등이 풍부해 봄철 입맛을 돋우는 식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더욱이 영양 산나물 상당수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재배돼 더욱 인기가 높다.

덩달아 영양 산나물 재배 규모도 급속히 늘고 있다. 2018년 영양 산나물 재배면적은 10㏊에서 2020년 27㏊로 세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산나물 생산량도 67t에서 92t으로 증가했고, 생산농가도 95가구에서 189가구로 두배 정도 늘었다.

2020년 12월 기준으로 영양지역 산나물별 재배 면적은 취나물(11.9㏊)·두릅(8.1㏊)·어수리(2.2㏊)·고사리(1.6㏊)·산마늘(1.2㏊) 순이다. 생산량은 어수리(26.2t)가 가장 많고, 취나물(21.3t)·고사리(14.0t)·두릅(11.3t)·산마늘(8.5t)이 뒤를 잇는다. 단 행정 기관에 파악되지 않은 임산물 농가가 꽤 있어 실제 임산물 재배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공동기획: 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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