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9] 새로운 농가 소득원으로 떠오른 영양 수박…일교차 큰 고랭지서 키워 당도 높고 과육 단단…"맛좋다" 전국 입소문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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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0 07:05  |  수정 2022-11-10 07:25  |  발행일 2022-11-10 제11면
경북 영양군 일월면 가곡리에 있는 수박공동선별장에서 직원들이 수박을 상자에 담고 있다. 건축면적 850㎡ 규모로 최신 설비를 갖춘 수박공동선별장이 준공되면서 규격화된 수박 출하와 체계적인 유통이 가능해졌다. <김정문씨 제공>
수박은 여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먹거리다. 더위와 갈증을 해소하는 데 수박만 한 것이 없다. 수박은 수분 외에도 당질과 무기질, 비타민A와 비타민C 등의 영양이 풍부하다. 고품질의 수박은 농가의 소득원으로도 각광 받는 작물이다. 최근 들어 경북 영양에서도 수박 재배 농가들이 크게 늘고 있다. 고추·사과 등 농가 소득원이 비교적 단조로운 영양에서 새로운 효자 작물로 떠오르고 있는 것. 더욱이 영양 수박은 기온 차가 심한 산간 고랭지에서 자라 당도가 높고 과육이 단단해 '맛있는 수박'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9편에서는 영양의 새로운 농가 소득원으로 떠오른 수박을 소개한다.

청기·수비면 등 재배 농가 113가구
2019년 106㏊ 면적서 4천907t생산
무게 8㎏ 넘고 정품 생산율 95% 이상
저농약인증 거쳐 친환경적으로 키워
최신 선별기 갖춘 공동선별장 마련

2009년 서울서 귀농한 김정문씨
6.6㏊ 농지서 품질 좋은 수박 생산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서 인기
영양사랑수박작목반 설립 일등공신

영양사랑수박작목반 설립을 주도한 김정문 전국수박생산자협의회 영양지회장. 김일우기자
◆영양의 새로운 소득 작물

"영양에서 고추를 대체해서 키울 작물이 뭘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여기저기 뛰어다니다가 영양이 수박을 키우기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난 7일 경북 영양군 일월면 가천리에서 만난 김정문(59)씨는 집 앞 복숭아 나뭇가지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는 영양에서 6.6㏊(2만평) 규모로 수박 농사를 짓고 있다. 수박은 보통 5월에 모종을 심고 8월에 수확한다. 일손이 많이 필요한 기간은 석 달 남짓이다. 그 때문일까. 한 해 농사를 일찌감치 끝낸 김씨는 조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영양에서 김씨를 빼고선 수박에 관해 이야기할 수 없다. 그는 몇 해 전 영양사랑수박작목반 설립을 주도했다. 일월면과 청기면을 중심으로 한 영양사랑수박작목반은 현재 지역 수박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다. 김씨는 2019년 전국수박생산자협의회 영양지회를 만들어 4년째 회장직을 수행 중이다. 또 영양 수박공동선별장이 생기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의외로 그의 수박 농사 경력은 5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태어나 한 대형 약국에서 관리자로 일하던 그는 2009년 가족과 함께 귀농했다. 우연히 영양으로 여행을 왔던 것이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농사가 아니라 농산물 유통업에 뛰어들 요량이었다.

"아직도 기억해요. 2008년 11월4일이었어요. 봉화에서 터널을 지나 영양으로 넘어왔는데 눈앞의 아름다운 단풍을 보고 순간 이곳에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농산물 유통을 한번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래저래 알아보던 그는 수박 재배를 택했다. 지인이 사는 봉화군 재산면에 다녀온 뒤였다. 재산면은 수박으로 유명한데, 영양 일월면과 인접해 기후나 해발 고도 등이 거의 비슷한 지역이다. 그는 일월면에서도 수박이 잘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당시에만 해도 그가 사는 마을에는 수박 재배 농가가 몇 가구에 불과했다.

"봉화 재산면과 영양 일월면의 차이라면 토질뿐이에요. 재산면은 물이 잘 빠지는 땅이고, 일월면은 조금 덜하다는 차이가 있어요. 수박은 배수가 안 되면 생육에 문제가 생기니까 그것만 신경 쓰면 충분히 품질 좋은 수박을 생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해발고도 300m가 넘는 영양에서 키운 수박은 일교차가 커서 당도가 높고 단단하며 식감도 좋았다. 또 산으로 둘러싸인 영양은 기후가 서늘해서 병해충 피해도 적은 만큼 농약도 적게 사용할 수 있었다.

"영양은 수박을 재배하기에 적당한 기후 조건과 자연환경을 갖고 있어요. 이를 토대로 얼마나 품질 좋은 수박을 생산하는 것은 농가의 노력이라고 봐요. 이제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종합도매시장에서도 영양 수박의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생겨났습니다."

영양 수박공동선별장에서 크기에 따른 수박 선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영양군 제공>
◆고랭지 수박…당도 높고 저장성도 좋아

영양에서 수박 재배가 본격화된 것은 2016년부터다.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수박 재배 면적과 생산량은 19㏊, 980t에 그쳤다. 이듬해 재배 면적(40㏊)과 생산량( 2천6t)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이후 성장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해 2019년에는 재배 면적이 106㏊, 생산량 4천907t으로 급증했다.

이후에도 영양 수박 재배는 꾸준히 늘면서 수박 재배 농가도 100가구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재배 농가가 113가구를 기록했다. 현재 영양에서 생산되는 과채류 채소(오이·호박·토마토 등) 중에서 수박 생산량이 압도적이다.

수박은 일반적으로 다소 높은 기온에서 재배되는 과채류 채소다. 낮 기온은 25~30℃, 밤 기온은 16~20℃가 적당하다. 기온이 10℃ 안팎으로 떨어지면 수박 생육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친다. 또 수박은 토심이 깊고, 공기가 잘 통하면서 물 빠짐이 좋은 토양에서 잘 자란다.

영양은 수박 재배에 유리한 환경을 갖고 있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심한 산간 고랭지가 많아 당도가 높은 고품질 수박이 나온다. 영양에서 생산되는 수박은 보통 무게가 8㎏이 넘고, 정품 생산율이 95% 이상이다. 영양에서는 노지에서 재배된 수박도 12Brix 이상의 당도를 함유하고 있다.

영양 수박은 청기면과 수비면, 입암면에서 많이 재배한다. 주로 시설하우스에서 저농약인증을 거쳐 친환경적으로 키워진다. 농민들은 화학 농약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대신 자연퇴비와 영양제를 사용한다. 특히 수박밭에 관수 시설을 적절하게 설치해 습해나 병충해 피해를 줄이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영양 수박은 크기가 크고 당도가 높다. 과피가 얇으면서도 단단한 특성이 있다. 그만큼 저장성도 좋다. 높은 일교차에서 생산된 영양 수박은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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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창 영양군수를 비롯한 군청 직원들이 서울지역 마트에서 영양 수박 홍보 행사를 갖고 있다. <영양군 제공>
◆생산량에 발맞춰 늘어나는 인프라

영양군 일월면 가곡리에는 2020년 7월30일 수박공동선별장이 준공됐다. 영양군의 지원을 받아 농업회사법인 광일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수박공동선별장이다. 수박공동선별장은 건축면적 850㎡에 비파괴 당도 측정기가 달린 2조식 최신 선별기를 갖추고 있다.

그동안 영양 수박은 포전 매매(圃田賣買·수확 전 밭에 심겨 있는 상태로 작물 전체를 사고파는 것)와 개별 출하 등으로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져 제대로 된 값을 받지 못했다. 수박공동선별장이 들어서면서 영양 수박 농가들에는 규격화된 수박 출하와 체계적인 유통으로 소득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수박공동선별장 준공에 앞서 2019년에도 영양 수박 재배 농가에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전국 140여 개 이마트에서 영양 수박이 처음으로 팔리기 시작한 것. 그해 7월4일 영양 입암면 방전리 수박밭에서는 이마트에 납품될 수박이 첫 출하됐다. 오도창 영양군수와 농업인들은 같은 해 7월26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이마트 성수점에서 영양 수박 홍보 및 시식행사를 열었다

영양군은 늘어나는 수박 재배 농가를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사업비만 3억1천여만 원에 이르는 '수박생산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자부담 50%를 조건으로 수박 생산에 필요한 종자나 농자재를 지원해 준다. 수박 재배 농가들은 지원 사업을 통해 종자는 물론 관수 시설·수박 재배용 받침대 등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있다.

재배 기술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영양군농업기술센터는 농업인대학을 운영하며 고추·사과와 함께 시설수박 과정도 가르치고 있다. 또 매년 1~2월 농업인을 대상으로 새해 농업인 실용교육에서도 시설수박 재배 교육을 한다.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공동기획 : 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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