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2회 방영·16부작은 잊어라…확 바뀐 안방극장 트렌드

  • 윤용섭
  • |
  • 입력 2022-12-01 07:26  |  수정 2022-12-01 07:32  |  발행일 2022-12-01 제14면
드라마 편성 공식 변화
안방극장의 편성 공식이 깨지고 있다. OTT의 등장으로 플랫폼이 많아졌고,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TV 드라마에 공통으로 적용되던 '주 2회' 편성 공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주 3회, 주 1회 편성이 등장했고, 과거 평일 방송되는 16부작 미니시리즈가 최근에는 12부작, 4부작으로 분량도 제각각이다. 숏폼, 미드폼과 같은 새로운 콘텐츠 형식이나 몰아보기 등 달라진 시청 행태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일환으로 읽힌다.

전 회차 몰아보는 시청 방식 유행해
주2회 공식 깬 주3회 편성 파격 등장
열악한 제작 환경 고려한 주1회 방송도
4·12부작 등 미니시리즈 분량 제각각

가족단위로 TV 통해 드라마 많이 봐
제작사서 힘 실은 드라마 주말에 집중


2022113001000967300040441
소방서 옆 경찰서
◆틈새 전략 유효할까

현재 TV 채널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는 총 13작품이다. 일일극이 3편, 월화극이 3편, 수목극이 3편, 주말극이 4편이다. 일주일 중 평일은 5일이고 주말은 이틀뿐이지만 주말극 편성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과거 평일에 방송되던 미니시리즈가 프라임 타임대로 불리며 동 시간에 3~4편을 방송하던 것과는 달리, 요즘의 드라마 프라임 타임대는 주말 밤 9시에서 10시로 통한다.

드라마들은 그간 일일극을 제외하곤 통상적으로 주 2회 편성을 유지해 왔다. 간혹 주 1회 편성이 시청자를 만나긴 했지만 아직 우리에게 익숙한 주 2회 편성이 관행처럼 자리를 잡았다. 방송 시간대 역시 드라마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밤 10시를 기점으로 맞붙었다. 당연히 해당 시간에 드라마 한 편을 온전히 보려면 한 작품만을 선택해야 한다. 방송 직후 OTT를 통해서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본방 시청을 원한다면 선택은 불가피하다. 이에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이 금·토·일요일, 주 3회 편성이라는 파격 행보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동안 JTBC는 주말극을 토요일과 일요일, 주 2회 편성해 왔다.

슈룹
JTBC의 이 같은 행보는 몰입감과 속도감이 중요한 장르물의 경우 전 회차를 몰아보는 시청 방식이 요즘 트렌드라는 판단에서 기인한다. '재벌집 막내아들' 연출을 맡은 정대윤 PD는 이와 관련해 "요즘 웬만한 드라마들이 OTT에서 공개될 때 전 회차가 한꺼번에 공개된다"며 "주말 3일 모두 드라마를 보는 게 쉽지 않겠지만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나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주 3회 편성이 가능했던 건 송중기라는 글로벌 스타의 존재감이 크게 한몫했다. 국내외로 탄탄한 팬덤을 갖고 있는 만큼 고정 시청자층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2022113001000967300040443
재벌집 막내아들
OTT 통합검색 및 콘텐츠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가 조사한 11월 3주 차(11월19일~25일) 통합 콘텐츠 랭킹을 보면, '재벌집 막내아들'은 TV 화제성 드라마 부문,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를 다룬 이 작품은 회귀물 장르 특유의 짜릿한 전개와 베테랑 배우들의 시너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대로 주 1회만 편성을 하는 경우도 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즌1·2에 걸쳐 모두 주 1회 편성을 했다. 방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 밤샘 촬영이 빈번한 드라마의 열악한 제작 환경을 고려한 결정이었는데, 시청자들도 제작진의 의도에 공감하며 '착한 드라마'라고 응원을 보냈다. 지난해 SBS '펜트하우스3'는 주 2회 편성을 했던 전 시즌과 달리 주 1회 편성을 했고, TV조선 '마녀는 살아있다'는 총 12부작 가운데 1∼6회는 주 2회, 7∼12회는 주 1회를 내보냈다.

드라마의 분량도 제각각이다. 과거 저녁 뉴스 이후 방송되는 미니시리즈는 대부분 16부작이었지만, 최근에는 12부작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단막극보다 조금 긴 4부작(MBC '팬레터를 보내주세요')이 등장하는 등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올해도 '마녀는 살아있다'를 포함해, SBS '사내맞선', tvN '작은 아씨들', KBS 2TV '진검승부' 등이 모두 12부작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사내맞선'의 주연을 맡았던 김세정은 "불필요한 장면은 생략할 수 있어 에피소드가 강렬하고 전개도 빠르다는 점이 12부작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방송사들은 왜 주말극에 집착할까

주말극의 시청률은 평일극보다 높은 편이다. 현재 방영 중인 월화, 수목극의 시청률이 모두 2~4%대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주말극인 SBS '소방서 옆 경찰서'(7.5% 닐슨코리아), tvN '슈룹'(14.1%), JTBC '재벌집 막내아들'(14.9%)은 상대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요즘 TV를 통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층이 가족 단위가 많다 보니 방송사나 제작사에서 힘을 실은 소위 핫한 드라마들이 주말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사들의 부수적인 광고 수입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광고주들은 최대한의 광고 효과를 보기 위해 시청률을 따지지 않을 수 없고, 때문에 평일극에 비해 시청 점유율이 높은 주말극을 선호한다. 방송사 간의 자존심을 건 진검승부가 펼쳐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문제는 결과적으로 상대평가가 되면서 괜찮은 드라마들도 제로섬 경쟁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라며 "주말에 드라마가 집중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분명 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