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따뜻한 한끼가 전하는 위로"…'위드밥상'을 찾아서

  • 진정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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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6 17:43  |  수정 2022-12-26 17:59  |  발행일 2023-01-04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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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은성당 공유 주방에서 금요일 저녁마다 차려지는 '위드밥상' 에 4명의 요리봉사자가 참석해 탕수육 소스와 짜장 등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진정림 시민기자

"음식에 스토리를 입히면 요리가 된다. 문화예술도 사람들의 마음을 풍성하게 하지만 정성이 들어간 음식도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청소년들이 오늘 먹은 따뜻한 밥 한 끼를 기억해 준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

지난 9월 23일 애은성당 위드밥상 오픈 날에 첫 번째 요리사가 돼 맛난 고기요리를 선보인 물베기 마을 김진수 대표의 요리철학이다.

대구 서구 평리1동에 위치한 애은성당에는 공유 주방이 있어 인근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밥도 해 먹고 라면도 끓여 먹으며 공유 주방 2층에 있는 공유 서재를 이용해왔다.

이에 애은성당 박용성 신부는 청소년들에게 '참새방앗간' 같은 이곳을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청소년들을 위한 식사를 제공하는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사회적 협동조합 위드복지의료(이하 위드의료복지)에 제안했으며, 그 이름이 '위드밥상'이다.

위드의료복지는 지난 9월부터 4개월째 매주 금요일마다 이어지고 있는 '위드밥상' 진행 현황을 약 450명의 회원이 이용하는 밴드를 통해 공유해 왔다. 봉사 희망자는 봉사 날짜가 겹치지 않도록 밴드에 봉사할 날짜와 참여인원을 공지하고 메뉴를 정해 식재료까지 준비한다. 봉사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점은 한번도 나오지 않은 신메뉴를 청소년들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날이 따뜻했던 9월에는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도 했지만 요즘은 날이 추워서 공유 주방을 이용한다. 김밥과 떡볶이를 비롯해서 이탈리안 크림 파스타, 돈가스, 불고기, 잡채, 카레라이스, 오징어 버터구이, 보쌈과 무침회, 중국식 짜장면 등 청소년들은 매주 새로운 요리를 먹는다는 기대감으로 은근히 금요일 저녁을 기다리는 눈치다.

요리봉사자들의 면면을 보면 의사, 간호사, 선교사. 상담사, 평리1동 공무원, 교사 등 각자 하는 일은 달라도 주고 싶고 베풀고 싶은 마음 하나로 약 40명 이상이 동참했다.

'위드밥상'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많은 날은 10여명이 훌쩍 넘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청소년보다 봉사자가 더 많은 날도 있다. 하지만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위로다. 그렇게 '위드밥상'은 금요일 밤의 작은 잔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12월 16일 필자는 애은성당 공유주방을 다시 찾았다.

이날 메뉴는 약 15인분의 탕수육과 짜장밥. 적당한 크기로 썰어온 고기에 튀김옷을 입혀 두 번씩 튀기고 이어 탕수육 소스와 짜장, 계란국까지 만드느라 4명의 봉사자가 바삐 서둘러도 한 시간을 훌쩍 넘겨 밥상이 차려졌다.

인근 청소년들 서너명이 요리가 되는 동안 2층 공유 서재에서 책을 보며 대기하고 있다가 요리가 완성되자 후다닥 내려와 탕수육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한다.

이어 인근에 사는 할머니 한 분이 "딸네 집에 갔다가 집에 왔더니 서글퍼서 왔다. 라면이나 끓여 먹을까 하다가 왔다"면서 따뜻한 계란탕과 짜장밥을 드시고 탕수육은 싸가지고 가신다.

위드밥상을 거의 매주 찾는 '의료복지 위드' 윤종필 사무국장은 "어떤 결과나 어떤 열매가 맺힐지 모르지만 무작정 심어봅니다. 우리 세대가 요구하는 성과 주의나 결과에 상관없이 편안하고 평화롭게 심을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요리 봉사를 마친 뒤 정민철 이사장은 "세상의 아이들을 엄마 맘으로 품는 '공적 모성애'가 위드밥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며 SNS로 소감을 전했다.

글·사진=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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