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37년간 자원봉사' 대통령 표창 받은 장애인 황영호씨

  • 박태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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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24 13:53  |  수정 2023-01-25 07:56  |  발행일 2023-01-2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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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씨가 봉사활동이 자신의 삶을 구했다며 봉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태칠 시민기자palgongsan72@kakao.com


지체 3급 장애인이 오랜 기간 봉사활동을 펼치고 대통령 표창까지 받아 화제다. 대구시 동구 방촌동에 거주하는 황영호(68)씨다.

늘 밝은 모습에 봉사단 이름도 '해맑은 웃음'인 것처럼 항상 따뜻한 사람이지만 그의 삶은 지난(至難) 했다. 총각 때 부터 중동에 가서 건설 노무자로 일하고 결혼 후 목수로서 바쁜 삶을 보내던 그에게 청천벽력같은 사고가 일어났다. 1983년도에 작업 중 15m 높이 상가건물에서 떨어지고 만 것. 그로 인해 그는 1년 6개월 동안 병원생활을 해야 했다.

나쁜 일은 홀로 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불편한 몸으로 간신히 퇴원하고 보니 이번에는 부인이 자녀 둘을 데리고 떠나 버렸다. 그에게는 지체 3급 장애인이라는 명칭과 짚고 다닐 지팡이밖에 남지 않았다. 살고 싶지 않았다. 누구를 위해 먹고 누구를 위해 일할 것인가.

자살까지 시도했다가 실패한 그가 어느 날 지체 장애인 협회 사무실에 갔다가 우연히 삶의 전환기를 맞았다. 지체 장애인들을 야간학교까지 태워줄 차량 봉사자들을 구한다는 말에 참가하게 됐다. 매주 월·수·금요일을 차량 봉사하면서 그는 처음으로 봉사에 눈을 떴다. 20년 동안 이어졌다.

1986년부터는 '그림과 사랑 노래봉사단'에 가입하여 전국을 다니며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고 2005년부터는 '해맑은 웃음 봉사단'을 창단하여 회장으로서 칠곡군 '연꽃 피는 집' 등 노인요양시설들을 방문하며 지금까지 18년 동안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7년부터는 대구 동구의 재가 노인 돌봄센터인 효청원에서 관리하는 도시락 배달사업도 맡아 주 1회씩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여 22개 독거노인 댁을 방문 전달하고 있다. 20년 전부터 4년 전까지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위촉 강사로 안전교육을 하며 강의료 절반은 항상 봉사통장에 적금하여 선행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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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씨가 지난해 12월 5일 전국 자원봉사자대회에서 행정안전부차관으로부터 대통령 표창을 받고 있다. <황영호씨 제공>


이렇게 바쁜 봉사활동을 한 지 37년, 그는 지난해 12월 5일 서울에서 개최한 전국 자원봉사자 대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인터뷰 기회를 잡으려 해도 그는 늘 바빴다. 지난 연말에는 평소 봉사를 다니던 '연꽃피는 집', 고령 '대창 양로원', '신안 노인 돌봄센터'에 약 300개의 과자봉지(180만원 상당)를 만들어 전달한다고 바쁘다는 것이다. 설에는 음료수와 빵 등 60만원 상당의 선물을 만들어 '연꽃피는 집'에 전달하느라 시간을 못냈다.

겨우 짬을 내어 만난 그에게 왜 그리 봉사활동 을 기를 쓰고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봉사활동이 내 삶을 구했는걸요".

글·사진=박태칠 시민기자palgongsan72@kaka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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