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장사하며 승마·검도에 글쓰기까지…"시설서 노래봉사하는 게 마지막 꿈"

  • 김점순 시민기자
  • |
  • 입력 2023-01-31 14:14  |  수정 2023-02-01 08:22  |  발행일 2023-01-31
대구 서문시장 상인 이미남씨 "자녀들이 응원해줘 더 힘나죠"
이미남1
서문시장 상인 이미남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아침 일찍 눈뜨면 생각나는 곳/ 내 사랑이 서문장터/ 삶에 영혼을 불태우면 오늘도 난/사랑에 빠져버렸네 오늘은 어떤 일/ 어떤 이야기 어떤 행복을 네게 전해줄까/ 설레면 가슴 조이는 서문장터"(이미남 시 '서문장터'중에서)

서문시장에서 견과류와 건어물을 판매하고 있는 이미남(54)씨는 '꿈 부자'다. 뮤지컬 배우, 승마, 검도, 드럼, 가수, 시인, 봉사활동이 그녀의 소박한 꿈이다. 작은 가게에는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아기자기한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체중이 92kg일 때의 모습, 검객의 모습, 틈날 때 쓴 시 등이 웃고 울던 삶을 대변한다.

강원도가 고향인 이씨는 외가가 있는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결혼도 하고 1남 1녀의 자녀를 둔 나름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우연한 기회에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지만, 녹록지 않았고 결국 실패했다. 무작정 탑승한 시내버스에서 "다음 정류소는 서문시장"이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내렸다.

'직원모집'이란 광고를 보고 찾아간 곳은 노점에서 김을 구워 파는 곳이었다. 일을 시작한 지 8개월 되었을 때 주인은 관문시장으로 이사간다고 했다. 같이 가자는 주인의 권유를 뿌리치며 김을 구워 파는 철판구이 판매대를 외상으로 달라고 부탁했다. 주인의 배려로 판매대는 샀는데 장사할 장소가 없어 시장 계단 한쪽에 공간을 얻어 장사를 시작했다. 이후 가게를 인수해 건어물 가게를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른다.

18년째 서문시장에서 장사하고 어느 정도 단골이 늘어나면서 여유가 생기자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꿈들이 하나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어릴 적 꿈은 뮤지컬 배우로 그 꿈이 제일 먼저 떠올랐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다음이 승마였다. 승마는 시간을 투자하기 힘들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몇 개월 맛만 보고 접어야 했다. 이후 검도를 하기 시작해 매일 저녁 9시 검도장을 찾아 운동하는 것이 벌써 4년째다.

그는 장사하면서 틈날 때마다 글도 쓴다.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그는 전문교육도 없이 그냥 평범한 일상의 추억들을 생각나는 대로 쓴다. '서문장터'란 제목의 글은 힘든 시기 서문시장에 와서 자리를 잡기까지 수많은 어려움과 흘린 눈물을 표현한 글이다.

유튜브에서 노래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노래 봉사를 하고 싶은 꿈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한 드럼도 있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니 시간이 부족하지만, 검도 하는 시간을 조정해 드럼 연주에 조금 양보할 예정이다. 이씨는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을 25시간으로 활용해야 할 만큼 시간을 쪼개며 꿈을 펼치는 요즘이 행복하다"고 했다.

엄마의 꿈을 응원하는 아들과 딸을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나고 용기도 생긴다. "하나하나의 꿈을 실천하면서 실력을 쌓고 꿈들을 모아서 시설이나 기관에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마지막 목표의 꿈"이라고 말하는 이씨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진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