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당 대표 후보들의 막말, "전당대회인가 분당대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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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9  |  수정 2023-02-09 06:41  |  발행일 2023-02-09 제23면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이 가관이다. 국민의힘은 당초 전당대회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상은 '막말의 장'이 되고 있다. 후보들은 '간신배' '호위무사' 같은 입에 담기 민망한 말들을 마구 쏟아낸다. 친윤, 비윤, 반윤 논쟁은 과거 진박, 친박, 비박 논란으로 선거를 망친 박근혜 정부 때를 연상케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당 선관위는 이렇다 할 경고도 없이 지켜만 보고 있다.

김기현 후보와 측근들은 안철수 후보의 과거 발언까지 소환하며 이념 정체성을 공격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까지 나서 안 후보를 겨냥해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 '무례의 극치'란 표현을 동원했다.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 인물로 낙인을 찍은 모습이다. 안 후보는 윤핵관을 중심으로 한 '김장연대'를 일종의 '공포정치'라며 날을 세웠다. 대통령실이 '윤핵관'이란 말을 쓰지 말라고 하자 '호위무사'로 바꿔 윤핵관을 비판했다. 천하람 후보는 윤핵관을 대통령을 점점 작게 만드는 간신배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후보들과 측근들이 내년 총선 때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당 대표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선거에도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다. 작금의 상황은 선거 후 화합을 어렵게 하거나 함께하기 힘들 정도까지 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언사도 선거 개입을 의심할 만큼 과도하다. 대통령실은 "1호 당원인 대통령의 의견 개진"이라고 했지만, 3김 시대 이후 지금껏 보지 못한 행태이기에 우려스럽다. 윤심 좇기에 대한 대통령실의 선택적 비판은 선거 중립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후보들과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인지 분당대회인지 모르겠다"는 윤상현 후보의 말을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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