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거부할 수 없는 큰 물결로 다가오는 가운데, 엔터업계에서도 ESG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SM, YG, JYP, CJ ENM, 하이브 등 국내 주요 엔터기업이 ESG 전담부서를 속속 신설하는가 하면 한 해 동안 ESG를 얼마나 실천했는지 보여주는 공식리포트를 발간하는 등 갈수록 강화되는 국제표준에 맞춰 유연성 있는 대처에 나서고 있다. 아티스트, 콘텐츠, 홈쇼핑 등 엔터업계 전 분야에서 감지되는 ESG 물결은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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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뉴욕서 열린 'UN 지속가능발전 고위급 포럼'에서 연설자로 나서 지구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걸그룹 에스파. |
◆지구환경에 힘 모으는 아이돌
K-pop 대표주자인 걸그룹 에스파는 지난해 미국서 열린 'UN 2022 지속가능발전 고위급 포럼'(HLPE)에 참석해 약 2분간 특별 스피치를 진행했다. 전 세계 팬덤을 몰고 다니는 아이돌 그룹이 지구환경에 목소리를 높인 사례로 주목받은 것. 대표로 연설에 나선 멤버 지젤은 에스파가 메타버스 기반으로 활동하는 첫 그룹인 만큼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공존에 대해 언급했다. 지젤은 "메타버스 세상은 현실을 반영하는 세계로 현실이 고갈되기만 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 가상세계의 무한한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지구의 생태계와 질 높은 삶을 위한 기회의 균등 없이는 메타버스 세계가 반영할 수 있는 현실세계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아이돌그룹 NCT DREAM은 지난해 5월 정규 2집 리패키지 앨범 '비트박스'를 발표하며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 앨범은 국제산림관리협의회의 인증을 받은 용지가 사용되었고, 쉽게 자연 분해되는 콩기름 잉크와 휘발성 유기 화합물의 배출이 없는 환경친화적인 UV 코팅 등을 활용했다. K-pop의 인기가 커지는 이면에서 과도하게 포장된 CD와 굿즈 상품 등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소속사 측은 친환경 앨범 제작을 통해 이전보다 환경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앞으로도 친환경 소재 앨범 제작 비중을 늘리고, 실물 앨범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폐기물 줄이고 에너지 재활용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TV홈쇼핑 역시 예외는 아니다. CJ ENM 커머스는 가치소비를 장려하고, ESG 생태계 구축을 위해 친환경에 눈 돌리고 있다. 폐기물 절감은 물론 고객에게 생동감 넘치는 비대면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업계 최초로 '미디어월 전용 스튜디오'를 구축했다. 가상현실(VR), 확장현실(XR) 등 새로운 영상기술이 적용된 스튜디오는 무대연출에 필요한 세트 설치와 해체가 불필요해 폐기물량이 줄어든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미디어월 도입 당시 117t이었던 방송세트 폐기물량을 50t가량 줄였으며, 연간 전기 사용량도 88% 절감하는 효과를 얻었다. CJ ENM은 TV홈쇼핑 업계 최초로 비닐, 부직포, 스티로폼 등을 사용하지 않는 3무(無) 포장재 도입, 친환경 종이테이프 사용하기 등으로 다각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엔터기업들의 경영 전반에서도 ESG가 확산하고 있다. JYP는 기업의 연 매출의 1%를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1% 포 더 플래닛'에 가입하고, SM엔터테인먼트는 사회공헌 브랜드를 중심으로 임직원의 정기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이브는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환경 분야의 대표적 활동가로 꼽히는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으며, YG엔터는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하고 소속 가수들의 친환경 앨범을 제조하기 위해 나섰다. YG엔터는 이를 통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환경친화적 코팅과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를 활용해 앨범을 만들 계획이다.
이 밖에 2021년 문을 연 SM엔터테인먼트 사옥은 녹색 건축과 에너지 효율 1등급 인증을 받았는데, 태양광·지열 시스템·연료 전지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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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공식팬클럽 영웅시대 대구경북 회원들은 어르신을 대상으로 영양꾸러미를 전달하며 선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대구시자원봉사센터 제공> |
◆선한 영향력 키우는 팬클럽
임영웅 공식 팬클럽 영웅시대 대구경북 회원들은 최근 대구 안심제1종합사회복지관에서 동구지역 돌봄 어르신 400세대를 대상으로 영양꾸러미를 만들어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펼쳤다. 회원들은 영양죽, 식혜, 영양제로 채운 영양꾸러미를 직접 어르신 세대에 방문해 전달했다. 올해로 벌써 3년째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과 봉사활동으로 선한 팬덤문화를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또 대구 동구지역 내 줍깅 활동을 통해 지역을 정화하고, 환경을 지키기 위한 ESG 실천도 동참하였다. 회원들은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가 전국적으로 다양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 회원들 또한 기부와 자원봉사활동을 지속적이고 자발적으로 가짐으로써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확산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이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엔터업계도 적극 동참하는 추세다. ESG 활동은 콘텐츠, 굿즈산업, 재생에너지 사용하기 등 엔터업계 전반에서 감지되고 있는데, 회사별로 임직원 대상으로 지속가능경영교육을 실시하고, 현업부서로 구성된 ESG 실무협의체 만들기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K-pop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따라 윤리, 준법, 인권, 환경경영을 펼치려는 움직임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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