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금아의수족보조기연구소 김종원 원장 "장애인들의 삶 풍요롭게 하는 게 내 사명"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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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1 14:38  |  수정 2023-02-22 08:03  |  발행일 2023-02-22 제12면
40여 년 의지·보조기 제작 한 우물
지난달 백년소공인으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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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금아의수족보조기연구소 원장이 보조기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백년소공인
대구 금아의수족보조기연구소 전경.

2011년 8월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대표로 출전해 400m 준결승 진출, 1천600m 계주 은메달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룩한 피스토리우스를 많은 사람이 기억한다. '다리 없는 가장 빠른 사나이'로 알려진 피스토리우스는 양쪽 다리가 없는 육상 선수로 치타 플렉스 풋(치타 다리를 본떠 만든 탄소섬유 재질의 보철 다리)으로 달리는 스프린터이다. 피스토리우스의 사례처럼 의수족은 한 사람의 신체가 되어 일상생활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누군가의 팔다리가 되어 주는 의수족 제작으로 백년소공인에 선정된 화제의 주인공이 있다. 대구시 동구 금아의수족보조기연구소 김종원 원장이다. 금아의수족보조기연구소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관하는 '백년소공인'으로 선정되어 지난달 17일 현판식을 가졌다. 백년소공인은 15년 이상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제조 기술 보유와 장인정신을 가지고 고객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점포 가운데 성장 잠재력이 높은 가게를 선정, 100년 이상 존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김 원장은 의지(義肢·사고나 질병 등으로 팔다리를 잃은 경우 형태 또는 기능을 복원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것)·보조기 제작에 입문해 40여 년 이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왔다. 오래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 일본, 대만 등 해외 선진 기술 도입과 끊임없는 연구 노력으로 장애인 의지 의수족 보조기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의수족 맞춤 제작 외에도 해외 의수족 기술 이전 및 국내 기술 전파, 대학 강의, 장애인 및 어르신 복지 향상을 위한 복지시설과의 업무 협약과 물품 기증 등의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원장의 의수족 보조기와의 인연은 중학교를 갓 졸업한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수족 매장을 운영하는 친형이 어릴 때부터 유달리 손재주가 뛰어나고 만들기를 좋아하는 동생을 불러 함께 일을 하게 된 것이 평생 직업이 되었다. 의수족 보조기 제작은 쉽지 않다.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큼 정교한 고난도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을 케어하는 보조기 주치의'로 불린다. 처음 배울 당시 체계적인 이론 강의가 없었고 경험이 전부였다. 김 원장은 부족한 실력을 채우기 위해 국립재활원에서 80시간 이상 전문 교육을 받았다. 2002년에 도입된 의지보조기기사 국가자격증도 취득했다. 인체학과 의료테크닉을 두루 알아야 합격할 정도로 어려운 시험이었다.

2006년 김 원장은 형의 가게에서 독립했다.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면서 의수족 보조기가 필요한 환자에게 최고의 선물로 기억되는 장인이 되고자 다짐했던 초심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김 원장은 1대1 맞춤 의수족을 만들고 있다. 착용감이나 내구성이 좋고 변색에 강한 재료를 사용한다. 붕어빵틀처럼 만들어 놓은 금형 틀에서 찍어내는 기성품이 아닌 한 사람만의 의수족을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의수족 제작은 손기술이 중요하고 그림 솜씨가 좋으면 더 정교한 제품을 만든다.

40여 년 한 우물을 판 김 원장은 무릎 위까지 다리를 절단해 기존의 의족이 맞지 않아서 상처가 생기고 감염으로 피부 괴사까지 왔던 30대 미용사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신공법을 적용해 만든 의족으로 피부를 살려내 더 이상의 절단을 막은 기적 같은 일을 이뤄냈다. 사격, 수영, 탁구, 육상 등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이 맞춤 의수족으로 좋은 성적을 받고 감사의 의미로 전달해준 메달도 열 개가 넘는다.

김 원장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의수족 보조기로 장애인들의 삶을 좀 더 풍요롭고 편안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사명이라 여기며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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