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운트' 주연 진선규 "상처 극복 과정 그려…'봄'처럼 희망을 주고 싶어"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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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3 07:27  |  수정 2023-02-23 10:30  |  발행일 2023-02-23 제14면
박시헌 선수 이야기로 첫 주연
연고지 경남 진해서 작품 촬영
극중 캐릭터 취미·성격도 닮아
말하기보다 남 얘기 잘 들어줘
작업 함께한 배우들 호평 일색

진선규2

"처음으로 아이들, 장모님 등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관람했어요. 그동안 출연한 작품들이 주로 19금이라 온 가족이 함께 시사회를 가지는 못했거든요."

배우 진선규가 첫 주연을 맡은 영화 '카운트'로 온 가족이 함께 시사회를 다녀올 수 있어 좋았다고 털어놨다. 오늘(23일) 개봉한 '카운트'는 실화를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을 덧입힌 작품이다. 1988년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박시헌 선수가 예기치 않은 일로 복싱을 그만두었다가 다시 지도자로 컴백하기까지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진 배우는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시헌'을 맡았다. '범죄도시'의 위성락, '극한직업'의 마형사, '공조2'의 장명준까지 그동안 주로 조폭과 형사 등 강한 캐릭터를 맡았던 그가 이번에는 복싱을 사랑하고, 가족과 제자를 알뜰살뜰 보살피는 고교 체육교사로 탈바꿈했다.

영화는 경남 진해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나간다. 가슴 속에 커다란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시헌이 우연한 계기로 복싱을 다시 만나고, 상처를 극복하는 이야기다. 벚꽃 만발한 남도의 아름다운 풍경, 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올망졸망 이야기 등이 덧입혀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구성지고 찰진 경상도 사투리는 영화에 생명력을 더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진 배우는 이번 영화를 '봄'이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상처가 희망이 되는 과정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에 살아갈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봄과 같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선 "더 잘할 걸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여러 캐릭터들과 엮어내는 이야기가 밝고 건강해 보여서 왠지 모를 설렘과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언론시사회를 마친 소감은.

"제 부족함이 보여서 아쉬움은 남지만 한편으로 여러 캐릭터들이 너무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부족해 보여도 주변 인물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지요. 사실 영화를 3년 전에 촬영했는데, 그 부분이 오히려 시간이 퇴적되어 더 눈길을 붙잡는다는 생각도 했고요."

▶언론시사회에서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어떤 의미였나.

"그때 기자분의 질문이 주연 배우로서 무게감이 있었나 라는 것이었어요. (주연을 맡다 보니) 개봉과 홍보 등을 앞장서 진행하면서 적잖은 부담이 있었는데, 질문을 받고 그날 아침에 받은 문자 한 통이 생각났어요. 작품의 실제 모델인 시헌 샘이 보내준 힘내서 잘하라는 내용이었는데, 순간적으로 그의 따스함과 진심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치받고 올라온 것이죠."

▶실존 인물을 영화화하는 작업이 녹록지 않았을 듯하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사실 그 이유로 영화가 처음 개발되고 나서도 시작을 못한 채 적잖은 시간을 보냈어요. 실재 모델인 시헌 샘도 영화화하는 것에 많은 망설임을 가졌고요. 솔직히 아내 분은 아직도 두려움으로 시사회장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시헌 샘은 30년의 지난 세월이 조금이나마 치유되는 느낌이라고 했어요. 영화가 그들 가족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박시헌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나.

"촬영 당시 시헌 샘과 첫 미팅을 했을 때 인간적인 진실함이 느껴졌어요. 뭐랄까, 제 눈에 그는 복싱을 한다고 해서 결코 센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냥 복싱이 좋아서 했고, 복싱을 그만둬야 할 정도로 큰 상처를 받았지만 오롯이 견디고 이겨내는 강인한 사람이었지요. 그분의 그 모습을 고스란히 녹여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극중 인물 시헌과 진선규 배우가 매우 닮았다고 하는데.

"저도 깜짝 놀랐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배경이 경남 진해였어요. 진해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저였기에 그때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죠. 그런데 배우가 되기 전 저의 꿈이 체육 선생님이었는데 체육 선생님이 등장하고, 게다가 복싱을 취미로 하고 있는 제게 복싱에 대한 영화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무엇보다 가족과 동료를 사랑하고 상처를 오롯이 받아들여 극복하는 시헌 샘의 인물 캐릭터가 저와 상당히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품 속에서 진해의 아름다운 풍광이 또 다른 볼거리예요.

"진해 군항제가 열릴 시기에 촬영을 했는데, 당시 코로나로 모든 관광이 올스톱 돼 한적했어요. 오직 촬영팀만이 그 아름다운 풍광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던 거죠. 초중고를 모두 진해에서 보냈어도 이렇게 벚꽃 개화를 온전히 누린 것은 처음이었어요. 행복했지만 한편으로는 죄송하기도 했었죠."

▶오나라, 고창석, 성유빈 등 함께 작업한 동료배우들이 '찰떡궁합' '무한신뢰' 등으로 진 배우에 대한 큰 애정을 드러냈다. 이 같은 극찬을 받을 수 있는 자신만의 매력을 얘기한다면.

"제가 제 매력을 얘기한다는 것이 어색하네요.(웃음) 저는 원래 제 얘기를 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에요. 평생 그렇게 살아왔지요. 먼저 상대의 얘기를 들어주고, 그분이 원하는 것을 먼저 해보고, 거기에 제 생각을 보태고 그런 스타일이에요. 제가 주인공을 맡아서 어차피 관객들은 저를 볼 것이고, 제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제가 할 역할은 동료배우들이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 저는 그것을 지켰을 뿐이에요."

▶그동안 강한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이번에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서 반전인 듯해요.

"영화를 찍을 때는 영화에 집중할 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본 분들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피드백을 주셨어요. 그동안 진짜 나쁜 놈 같다는 얘기를 해주셨는데, 이번에는 '선규야, 이제야 진짜 너를 보는 것 같아' '너의 미소, 너의 눈빛이 고스란히 묻어났어'라고 해주셨죠. '건강하다' '따뜻하다' '희망적이다'와 같은 피드백을 주시는 것도 감사하죠."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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