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군함도, 지프차도 뚝딱"…'금손' 최정복씨를 찾아서

  • 진정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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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7 17:00  |  수정 2023-02-27 17:01  |  발행일 2023-03-15 제21면
사진1청도함774
최정복씨가 3년에 걸쳐 제작한 '청도함774'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2청도함774정면모습
최정복씨의 '청도함774' 군함 모형 정면 모습(길이 2520mm, 높이 1030mm, 폭 500mm의 크기로 제작했으며 무게는 70 kg에 달한다).

최정복(68·대구 달서구 도원동)씨는 서재에서 철공소를 운영하면서 틈틈이 군함 및 전투기, 지프차 등 주로 무기 모형을 만드는 것이 취미다. 설계도면 한 장 없이 인터넷이나 사진 등을 참고해 실물과 거의 똑같은 모형을 제작한다. 최씨의 사무실 한켠에는 주로 2차세계대전 당시 사용되었던 무기 모형이 여러 점 전시돼 있다.

전시된 무기 모형 중에서 사무실 한쪽 벽면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는 군함 모형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청도함 774'이라고 하는 이 모형은 최씨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에 걸쳐 제작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사용됐다는 길이 250m에 달하는 프랑스 군함을 100대 1로 축소해 길이 2520㎜, 높이 1030㎜, 폭 500㎜의 크기로 제작, 무게는 70㎏에 달한다.
다만 프랑스 군함에는 없었던 곡사포 직사포를 포함한 무기 16대를 장착한 것은 최정복씨의 아이디어다.

"옛날 수송선은 전투기를 만나면 모두 침몰됐다. 이 군함을 제작할 때 전투까지 가능한 수송선을 생각해 16대의 함포 장착과 헬기까지 탑재했다. 이 군함은 쇠 70%, 플라스틱 30%의 재질로 이루어졌고 녹타이저라는 공업용 본드를 사용했다. 나무재질로 모형을 만들면 제작은 용이하나 뒤틀리거나 갈라지는 등 변형이 올 수 있으므로 장기간 보관할 수 없다. 처음에는 리모컨으로 조정을 해서 실제로 물에 띄울려고 했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모형제작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 군함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인터넷만으로는 정보가 부족해서 동해 1함대 구축함을 직접 보러 다녀오기도 했다. 지금의 외형이 갖추어지기까지 약 20여 차례 수정작업을 거쳤다. 못쓰는 오디오 부품이나 휴대용 가스렌지 부품 등을 본드로 붙였다 뜯어냈다 하는 과정에서 손가락 지문이 닳아서 없어지기도 했다"며 '청도함 774'의 탄생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최정복씨는 청도에서 6남매 중 4째로 태어났다. 그가 14세때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던 아버지가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우수한 성적으로 중학교 시험에 합격을 했으나 중학교 문턱에도 가지 못하고 15세때부터 산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그 당시에는 기술을 제대로 배울려면 3년간은 월급도 받지 못하고 도시락 싸다니면서 청소 일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돈 안 받고 일을 했지만 설명절에는 옷 한벌과 구두 한켤레 그리고 보너스 5천원을 받았다. 그 당시에 삼천리 자전거 한 대가 3천원이었고 쌀 한말에 1천원이었다. 3년이 지나고 첫 월급 5천원을 탔을 때 기분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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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복씨가 본인이 제작한 모형 전투기(90% 쇠로 만들었으며 무게는 10kg)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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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복씨가 제작한 독일제 지프차 모형으로 육군이 게릴라전을 펼칠 때 사용됐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철공 일이 평생의 업이 돼 상인동에서 27년, 서재로 옮겨 13년, 총 40년째 철공소를 운영 중이다.

그가 가정을 꾸리고 철공소도 안정을 찾을 무렵 청천벽력같은 일이 일어났다. 용접을 하던 중 베아링 파편이 왼쪽 눈에 3센티 깊이로 박혀 약 4개월간 수술과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의 나이 37세 때였다. 병명은 '초자체 혼탁'으로 사물이 뿌옇게 보이고 시력 또한 거의 없는 상태라 사실상 오른쪽 시력만으로 지금까지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최씨에게 원래 꿈이 뭐였냐는 질문에 뜻밖에도 '가수가 꿈이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무실 한켠에 오디오 세트와 대형 스피커, 그리고 기타가 눈에 들어온다. MBC 라디오방송국 '00전화노래방'에서 우승을 해 사량도 여행과 함께 오디오를 경품으로 받을만큼 노래실력도 뛰어났으나 가정을 꾸리고는 그 꿈을 접었다고 한다.

"요즘은 한 가지만 잘하면 먹고 사는 시대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기를 희망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롱런'을 하지 못한다. 자신이 즐길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릴 때부터 많은 것을 경험하고 관찰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군함을 만든 계기는 여러 가지 부품과 고철을 이용해서 이렇게 창의적으로 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서 "요즘은 용접만 해도 다시 쓸 수 있는 물건이 많은데 새 물건을 사서 쓰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지금도 '무기 모형 만들기'가 진행중이냐는 필자의 질문에 "항공모함을 만드는 것을 구상중이며 자료를 모으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글·사진=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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