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시각장애인도 즐길 수 있어요" 보기 드문 점자시화전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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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7 11:51  |  수정 2023-03-08 08:46  |  발행일 2023-03-08 제24면
성주 보림사 해선 주지스님, '봄과 사랑' 개인전
3월 14~19일 대구문화예술회관 2층 11전시실
3년 동안 그린 80점의 그림과 19편의 시 선보여
나비_동네뉴스
해선스님이 자신이 그린 점자시화 작품인 '나비'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돌담_동네뉴스
해선스님이 자신이 그린 점자시화 작품 '돌담'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늘 머무는 곳에 있는 건/장애물이 아니다/한 순간 곁에 다가와/발길에 부딪고/아픔을 새겨버린/소리 없는 존재가 있어/넘어지고 무너진/나를 슬프게 한다. (시 '장애물')

점자시화전 '봄과 사랑(See and love)'이 오는 14일부터 19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2층 11전시실에서 열린다. 보기 드문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시다.

해선 스님(경북 성주 보림사 주지)이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의 장, 이해의 장, 배려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실천에 옮긴 전시회다. 최근 3년 동안 그린 80여 점의 그림과 19편의 시를 세상 밖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시각 장애인은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에 따라 사물을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표현 방법을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점자를 예술로 승화한 점자시화전에선 눈 감고 손끝으로 그림을 체험하고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의 주제는 문, 담장, 창, 나비, 부엉이 등으로 장애와 관련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돌담은 늘 그곳에 있다/ 그 누구라도/돌담을 장애물이라/여기지 않는다/장애라고 여기지 않는 한/그 누구라도 장애인이 아니다(시 '돌담')" 이 시는 각자의 공간을 벗어나 밖으로 나와서 다른 공간과 접했을 때 장애가 되고, 작은 몽돌 하나도 없다가 갑자기 생기면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 시다. 시화는 머릿속의 돌담을 찾아다니던 중 경남 거창 수송대에서 만난 돌담을 스케치해 그렸다. 작품에 등장한 소재는 대부분 실물이다. 작품 구상이 떠오르면 작품에 맞는 소재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스케치를 한다.

전시되는 작품은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해 사물 입체감과 촉감이 다 다르다. 작품 속 점자 재료는 비즈, 인조 보석, 단추, 흙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했다. 실물을 본 적이 없는 선천적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전시장에는 돌고래, 토끼 등 입체 모형이 준비되어 있다. 눈, 코, 입, 지느러미, 꼬리 등 세부적인 명칭을 점자로 표시해 미리 형태를 학습하고 난 뒤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나비는 비닐 필름으로 만들었다. 나비를 만져보고 학습하고, 큐레이터가 "조금 전에 본 나비 몇 마리가 이 그림에 있습니다"라고 하면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후천적 시각장애인은 실물이나 책에서 보아서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아 점자만으로도 작품 감상이 가능하다.

해선 스님은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이번 전시회를 하는 것은 아니다. 시작은 작은 조약돌을 던지는 것이다. 나는 처음 출발이고 0.5%라도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매우 족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해선 스님은 달구벌미술대전 입상, 대구 지하철 화재 위령제 무예춤 퍼포먼스, 광주 일월산과 안동예술제 초대전 등을 했다. 한국미술대전 특선, 한국미술대전 의장상을 받았고 달구벌미술대전에서도 입상했다. 이번 점자시화전은 대구를 시작으로 울산·서울에서도 펼쳐질 예정이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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