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점령한 경상도 사투리…영화계도 접수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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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2 07:37  |  수정 2023-03-02 07:38  |  발행일 2023-03-02 제14면
K콘텐츠로 주목받는 경상권역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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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최근 개봉한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뜨고 있다. 투박하지만 정감이 가득한 경상도 말이 극적 긴장이 감도는 대목에서 터져 나오는가 하면 아름다운 경상도의 풍광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잔상처럼 남아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물론 세계무대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K콘텐츠를 통해 대구·부산 등 경상권역이 새로운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계기가 된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안방극장서 흥행돌풍을 일으킨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시청률 26.9%(자체추산)를 찍으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드라마는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불굴의 인물과 기업 이야기가 다이내믹하게 펼쳐지며 매회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이성민, 송준기 등 주역들은 신들린 연기로 일찌감치 드라마 성공을 견인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닷컴버블, 펀드 열풍과 같은 굵직한 시대적 이슈와 함께 실제인물과 기업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드라마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감칠맛 나는 경상도 사투리를 빼놓을 수 없다. 주인공인 순양그룹의 진양철 회장으로 분한 배우 이성민은 '~했나?' '~이루래이' 등 구수한 대구 사투리로 드라마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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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외비'의 김무열 배우

지난달 개봉한 영화 '카운트'는 1988년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의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경남 진해 올로케로 촬영했으며, 진선규·오나라·고창석 등 모든 출연진이 능숙한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했다. 영화 '카운트'는 개봉 첫 주 누적 관객 수 22만4천277명을 기록해 한국영화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유명 영화인들의 응원메시지가 이어져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영웅'의 윤제균 감독이 "진선규, 성유빈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과, 권혁재 감독의 진정성 어린 연출에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과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단연코 올해 최고의 감동 수작"이라고 표현한 것을 비롯해 '공조2: 인터내셔날'의 이석훈, '내 안의 그놈'의 강효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감독과 영화인들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최근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이 영화 속에 소개된 진해의 벚꽃을 보러 가겠다는 댓글을 남기는 등 촬영장소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착착 감기는 사투리 맛

1일 개봉한 한국영화 '대외비'는 부산지역 권력가들의 어두운 이면을 다룬 정치드라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권력을 움켜쥐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고스란히 담겼다. '세상은 더럽고, 인생은 서럽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속물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처절하고 충격적이다. '해운대의 아들'을 자처하는 해웅과 정치판 숨은 실세 순태, 행동파 조폭 필도 등 역동적 인물 군상들이 극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영화 '대외비'는 특히 부산 출신인 조진웅과 경북 봉화 출신인 이성민이 펼쳐놓는 경상도 사투리가 화려한 언어의 연금술을 자랑한다. 본토 출신인 두 배우의 사투리가 착착 감기며 찰떡같은 맛을 준다면 조폭으로 분한 서울 출신 김무열의 사투리는 날것의 활기가 느껴지는 맛이다. 이번 영화를 위해 체중을 12~13㎏이나 증량했다는 김무열은 기자간담회에서 "부산 사투리가 가장 어려웠다. 마치 외국어를 배우는 것 같았고, 말을 다시 배우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가 제대로 된 사투리를 구사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무열은 "촬영장에 가기 전에 대본을 외우고 가는데, 가끔 현장에서 수정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땐 막막했다. 그런데 진웅 선배님이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대사를 한 번씩 읽어주셨다"며 조진웅에게 사투리 연기를 사사받았다고 밝혔다.

'재벌집…' 진양철 회장 역 이성민의
구수한 대구 사투리 드라마에 생명력

영화 '대외비' 출연 조진웅 부산 사투리
부산출신답게 찰떡같은 맛으로 연기살려


◆감정표현 솔직한 언어

이밖에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 '리바운드' 역시 경상도를 배경으로 촬영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012년 부산 중앙고 농구부 이야기를 그린 '리바운드'는 예비 선수 하나 없이 전국 고교 농구대회 결승에 진출한 기적 같은 실화를 다루고 있다. 농구에 대한 열정으로 기적을 써내려 간 청춘들의 감동실화를 영화 '범죄도시'의 제작진이 10여 년에 걸쳐 영화화를 준비했다. 여기에 장항준 감독 특유의 밝고 따뜻한 웃음과 공감, '공작'과 '수리남'을 통해 촘촘하고 쫄깃한 실력을 인정받은 권성휘 작가의 각본, '킹덤' '싸인' 등으로 팬덤을 확인한 김은희 작가까지 가세해 웰메이드 드라마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K콘텐츠에서 인기를 끄는 경상도 사투리의 매력은 무엇일까.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찰진 경상도 사투리를 써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배우 이성민은 경상도 사투리에 대해 '감정표현이 솔직한 말'이라고 표현했다. 경북 봉화 출신으로 대구서 성장한 이 배우는 "솔직히 잘은 모르겠는데, (경상도 사투리는) 싫고 좋고가 명확한 말들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콘트라스트가 강하다고 할까요? 서울과 다른 지역의 말에 비해서 감정의 콘트라스트가 좀 세게 느껴지는 듯해요"라고 평가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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