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메시지' 관객 취향 적중…2023 독립영화 열풍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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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6 08:19  |  수정 2023-03-16 08:20  |  발행일 2023-03-16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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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독립영화 '더웨일'의 브렌든 프레이저에 돌아갔다.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272㎏ 거구의 대학강사가 죽음을 앞두고 10대 딸을 만나 보내는 마지막 시간을 담았다. 배우의 열정적 연기와 아카데미 수상 소식에 힘입어 '더웨일'은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 벌써 제작비의 10배에 달하는 3천만달러를 훌쩍 넘기며 잭폿을 터트리고 있다. 이뿐 아니다. 콜센터 현장 실습생의 안타까운 실화를 다룬 '다음, 소희'는 올해 한국 독립예술영화 중에서 첫 10만을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배두나·김시은 주연의 이 영화는 잇단 해외 영화제 초청과 관객의 입소문에 힘입어 단체관람과 N차 관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 관객은 자발적인 극장 관람 캠페인을 벌여 주목받기도 한다. 이처럼 안팎으로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더웨일' '다음, 소희'의 바통을 이어받을 독립영화가 주목받고 있다.

◆다큐영화 '차별'

다큐멘터리 영화 '차별'은 일본의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제외된 조선 고급학교 5개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담았다. 제작진은 2017년 7월 오사카조선고급학교 고교 무상화 소송 1심 판결부터 2019년 4월 규슈조선고급학교 고교 무상화 소송까지 2년간의 과정을 빼곡히 기록했다.

한일관계를 조명한 기존 작품에서 나아가 심화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조선학교 차별이 단순한 민족차별의 문제를 넘어 교육과 인권 등 인류 보편적 가치의 차별이라는 시각을 제시한다. 논리와 설득보다는 외침, 눈물, 회한, 환희, 연대 등을 통한 분노와 공감의 힘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70년이 넘게 조선학교를 지켜오고 있는 재일동포들, 조선학교 학생들, 변호인들,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BTS와 K팝을 좋아한다며 해맑게 웃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과 법원의 패소 판정을 듣고 절망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함께 비춰내 이 시대의 미래가 될 아이들이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을 더욱 사실감 있게 전달한다. 오는 22일 개봉.


일본사회 차별받는 조선학교 학생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연극 도전기



◆6명의 비밀스러운 하룻밤 '여섯 개의 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이라는 긴 구간을 방랑하는 지구별 여행자다. 따라서 호텔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각자의 인생에 잠시 쉼표를 찍으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영화는 세대를 넘어 사랑받아 왔다.

영화 '여섯 개의 밤'은 여행 중 갑작스러운 비행기 결함으로 낯선 호텔에서 뜻밖의 하룻밤을 보내게 된 여섯 인물의 비밀스러운 하룻밤을 다뤘다. 항공편의 경유지에서 24시간 미만의 일시적인 체류를 의미하는 '레이오버' 소재의 트러블&트래블 드라마다.

뜻밖의 목적지에 불시착한 하룻밤 연인, 예비 부부, 모녀 사이 등 각기 다른 사연과 비밀을 가진 이들이 펼쳐가는 이야기는 흥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강길우·강진아·김시은·변중희·이한주·정수지 등 차세대 한국 영화의 주역으로 기대를 모으는 독립영화 대표배우 6인이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 앙상블을 선보인다. 29일 개봉.


불합리한 현실·상처에 지지않는 삶 조명
입소문 타고 각종 영화제서 초청·주목



◆로맨스 영화 '제비'

로맨스 영화 '제비'는 민주화의 목소리가 드높았던 1983년을 배경으로 학생운동에 앞장선 동지이자 비밀 연인 사이었던 제비와 은숙 그리고 은숙을 사랑하기에 프락치가 될 수밖에 없던 또 한 사람의 엉클어진 운명에 대한 이야기다.

은숙의 아들 호연은 세 사람의 40년 전 비밀을 알게 되고, 그 시절의 상처가 여전히 아프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운명적 사랑과 혁명의 목소리가 드높았던 1980년대 한국 사회가 씨줄과 날줄로 교직되며 극적 긴장을 높여간다.

'야간비행' 등 다수의 장편영화를 연출한 이송희일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받는 이 작품은 영국의 가장 큰 독립영화제인 레인댄스영화제에서 국제 장편 작품상을 받았다. 윤박·장희령·유인수·박소진·우지현 등이 출연하며 다음 달 12일 개봉한다.

◆세월호 참사 겪은 엄마들의 도전 '장기자랑'

세월호 참사를 겪은 일곱 명의 엄마들이 얼떨결에 연극을 시작하며 재능을 발견하고, 새로운 도전을 펼쳐나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다큐멘터리. 전국 200회가 넘는 공연을 펼친 극단 노란리본의 좌충우돌 연극 도전기를 담았다.

엄마들은 연극을 하면서 내면의 아픔을 걷어내는 것과 동시에 아이들을 향한 기억을 이어나간다. 대표를 맡은 수인 엄마는 극단의 정신적 지주로 해체 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 엄마들의 신임과 존경을 받는다. 애진 엄마는 극단 내 유일한 생존 학생의 엄마로 비록 작은 역할일지라도 다른 엄마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극을 시작했다. 또 예진 엄마는 자타가 공인하는 극단의 에이스로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던 딸 예진이를 생각하며 무대에 오른다.

영화는 엄마들의 연극무대 체험을 통해 결국 우리네 삶을 되돌아본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에 공식 초청받았다. 4월5일 개봉.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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