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의미 없는 생명 연장을 원하는 사람은 없어요"

  • 이명주 시민기자
  • |
  • 입력 2023-03-28 14:09  |  수정 2023-03-29 09:16  |  발행일 2023-03-29 제21면
대구 중구노인복지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
상담사, 비공개 장소서 충분한 시간 두고 진행
4월부터 반월당, 달성공원 등에서 맞춤 홍보 계획
2023032701000826400034611
중구노인복지관 4층,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들 (시계방향)박정숙, 양남영, 안영선 (위)조성갑>

"죽을 날을 기다리며, 의미 없는 생명 연장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양남영(76)씨는 대구 중구노인복지관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상담사 팀장이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도입된 다음해인 2019년 부인과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연명치료 거부를 신청했다. 부모의 뜻이 잘 전달되도록 자녀들에게 설명과 함께 등록증도 보여줬다.


중구노인복지관은 작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지정받았다. 등록업무를 담당할 상담사를 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로 창출했다. 2대 1의 경쟁을 뚫고 자격을 갖춰 활동하고 있는 복지관 상담사는 양남영 팀장을 비롯해 안영선(73) 조성갑(65), 박정숙씨다. 동년배가 하는 상담이어서 복지관을 이용하는 고령자들에게 보건소나 병원에 비해 접근성도 좋고 마음의 거리까지 좁혔다고 한다.


올해 3월부터 본격적인 상담 활동이 시작됐다. 하루 20명이 넘게 찾았다.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이었다. 양씨는 "남편이 등록하러 왔다가 다음날 아내 손을 잡고 오시는 분, 친구들을 데리고 다음 날 다시 오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연명치료의 중단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어디서 하는지 몰라서 못 온다는 말을 들을 때면 상담사들은 보람을 느낀다.


죽음을 대하는 일은 항상 조심스럽고 세심한 일이다. 비공개 장소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상담이 진행된다.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더라도 효력의 발생은 엄격하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담당 의사와 전문의 판단을 거치며, 그 내용은 본인의 뜻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 또는 철회할 수 있다. 상담과 등록은 지역과 관계없이 19세 이상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복지관 상담사들은 4월부터 반월당, 달성공원을 비롯해 노인대학, 타 복지관까지 찾아가는 맞춤 홍보를 할 계획이다.


김창규 중구노인복지관장은 "복지관의 강사 중 3분의 1 이상이 이곳에서 배움을 익힌 분들이다. 배움과 가르침이 협동 체제로 진행되고 실질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들처럼 기존의 경력과 활동을 활용한 사회서비스형 일자리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에게 사회적 지지와 응원이 지속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이명주시민기자 impsee@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