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메뉴 잘못 나와도 주문 늦어도 괜찮아요' 반짝 기억다방의 감동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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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04 11:24  |  수정 2023-04-05 08:42  |  발행일 2023-04-05 제25면
'반짝 거리는 기억을 지키는 다양한 방법'의 줄임말
경증치매 진단 어르신 사회교류 늘리고 인지능력 높여
대구에선 동구가 처음으로 시작한 이해와 배려의 카페
기억다방2
대구 동구 기억쉼터 내 반짝기억다방에서 어르신이 주문을 받고 있다.

"어서 오세요. 저희 가게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짝 기억다방 주문 할배 강대균'이라고 쓰인 명찰을 왼쪽 가슴에 부착한 강대균씨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활짝 웃는다. 강씨는 반짝 기억다방 주문서에 번호를 적고 주문을 받는다. '바리스타 강일선' 명찰을 단 강일선씨는 주문서를 확인하고 차와 다과를 준비한다.

대구 동구 보건소가 지난달 22일 대구 동구 효목동 동구 기억 쉼터에서 진행한 '반짝 기억다방' 풍경이다. '반짝 기억다방'은 '반짝거리는 기억을 지키는 다양한 방법'의 줄임말로 경증치매 진단을 받은 어르신들이 사회 교류를 늘리고 인지능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됐다. 이곳에선 주문부터 음료 제조 서빙까지 모두 경증 치매 어르신들이 담당하고 기억쉼터 직원 등이 어르신을 도왔다. 음료는 무료로 제공되며 동구청이 예산을 지원했다.

반짝 기억다방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서툴지만 노력하는 어르신의 모습에서 뭉클함을 느낀다. 대구에선 동구가 처음으로 시작한 '반짝 기억다방'은 일반 카페와 다른 점이 많다. 이곳에선 메뉴가 잘못 나와도, 주문이 조금 늦어도 그 누구도 짜증 내지 않는다. 너그럽게 이해하고 오히려 어르신들을 격려하는 것이 기본 규칙이다. 1시간가량 진행한 프로그램에 8명의 경증치매 어르신이 참여했고 지역 주민 50여 명이 손님으로 가게를 방문했다.


행사에 참여한 주민들은 만족도 조사에 참여해 스티커를 붙이고 예쁜 찻잔 받침을 선물로 받았다.


기억다방
대구동구기억쉼터 내 반짝기억다방을 찾은 손님이 초성퀴즈를 풀고 있다.
반짝 기억다방에 들어오면 차를 주문하기 전 간단한 퀴즈에 참여해 일일 화폐를 얻어야 한다. 치매바로알기 퀴즈로 룰렛 뽑기와 초성 퀴즈로 문제를 풀면 일일 화폐를 획득할 수 있다. 일일 화폐는 차와 다과를 구입하는 데 사용한다. 1천원권과 5천원권이 있다.

박모(76·대구 동구)씨가 룰렛 뽑기에서 5가지 과일 말하기와 초성 퀴즈의 답을 맞히자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축하해줬다.

이모(66·대구 동구)씨는 "룰렛 뽑기 게임에서 5천원과 초성퀴즈에서 3천원을 획득해 천마차와 호두과자, 과자 세트를 주문해 먹었다. 다과는 푸짐하며 예쁘게 포장되어 보기도 먹음직스럽고 맛은 좋아 기분이 아주 좋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윤석준 동구청장은 "오늘 행사가 치매 어르신들의 사회 참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길 바란다. 치매 예방부터 조기 검진 그리고 치매 환자 등록과 관리까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치매인식개선사업, 인지재활프로그램, 배회어르신 실종예방사업, 치매환자 가족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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