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91세 할머니의 편지로 더 큰 정을 나눈 아파트 주민화합대잔치

  • 천윤자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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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1 14:16  |  수정 2023-08-09 08:43  |  발행일 2023-05-03 제21면
대구 수성구 범물청구타운 부녀회서 마련
주민 소통의 장 마련...얘기꽃 웃음꽃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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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열린 대구 수성구 범물청구타운 주민화합대잔치에서 91세 할머니가 주민잔치 초대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쓴 손편지(위). 주민잔치 사회를 맡은 성병조 수필가가 주민들 앞에서 할머니가 보내온 편지를 읽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후 6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대구 수성구 범물청구타운의 103동 앞마당이 모처럼 주민들로 북적거렸다. 코로나19로 인해 몇 해 동안 열지 못했던 주민화합대잔치가 모처럼 다시 열린 것. 그래서인지 앞마당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부녀회에서 정성껏 마련한 식사를 비롯해 과일·음료·떡 등 먹을거리가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평일 낮시간대에 열려 젊은이들을 찾아 보기 힘들었다는 것. 어르신들이 주로 참석했음에도 앞마당에 모인 주민은 족히 150명은 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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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범물청구타운 주민화합대잔치를 마련한 부녀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승강기에서 만나 얼굴만 알고 지내던 윗층 아주머니와 아랫층 아저씨가 함께 음식을 먹으며 얘기꽃을 피운다. 궁금해서 귀기울여 보니 자녀 얘기가 대부분이다. 곧이어 주민장기자랑대회가 열렸다. 일흔은 넘었을 듯한 어르신이 나와 흘러간 옛노래 한 자락을 부르고 나니 또 다른 어르신이 나와 멋진 하모니카 연주를 한다. 한복 차림의 한마음 봉사단은 색소폰 등 다양한 공연으로 흥을 돋웠다. 한 주민은 "입주한 지 30년이 됐다. 아파트 연륜만큼 나이든 분들이 많이 살고 있고, 낯익은 분들이 많다"며 "잔치가 열리니 그 옛날 고향마을 이웃 같은 생각이 든다. 부녀회가 앞장서 이런 행사를 마련해 주고 함께 즐기니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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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물청구타운 주민대잔치에 참석한 주민들이 부녀회에서 마련한 음식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웃에 살면서/ 모르고 지낼까봐/ 일찍 꽃 피워 인사한다/ 냉이예요. 달래예요, 꽃다지예요. 까치밥이예요/ 방글방글 웃으며 인사한다/ 입은 옷 곱다면서"

꽃편지지에 정성들여 쓴 91세 할머니의 시를 사회 맡은 성병조 수필가가 낭독했다. 이 할머니는 나무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의 초대 글을 읽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 함께 읽고 싶은 시가 생각 나 썼다고 한다. 편지와 봉투에는 말린 풀잎과 꽃잎이 곱게 붙어 있다. 91세 할머니의 시심은 10대 소녀나 다름 없었다. 감동받은 주민들이 큰 박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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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화합대잔치에서 한마음 봉사단이 흥을 돋우는 공연을 하고 있다.
이 할머니 집의 옆동에 살고 있다는 주민은 "문을 닫고 외면하면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마음을 열고 정을 나누면 한지붕 아래 사는 식구다. 옆동의 할머니가 시와 함께 적어 보내온 편지는 마치 연서 같았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란다" 고 말했다.

천계순 부녀회장은 "다른 아파트 경우 부녀회 참여자가 점차 줄고 있는데 우리 아파트는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바자회를 열어 주민들은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수익금으로는 주민잔치나 경로잔치를 열고 있다. 많은 주민이 참여해 음식을 나누고 흥겨운 시간을 가지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글·사진=천윤자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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