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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대구서구문화회관 공연기획 PD) |
"감사합니다. 서구문화회관 문화사업팀 김상욱입니다." 매일 응대하는 전화 속에 나의 친절한 마음은 얼마나 담겨 있을지 생각해 본다. 모두가 어려운 시간을 함께 지나고 환한 모습으로 공연장을 찾아오는 관객과 그동안 펼치지 못했던 역량을 과감히 발휘하는 지역 예술인을 더욱 자주 만나고 있다.
서구문화회관은 기획공연마다 만족도 조사 URL을 관객에게 보낸다. 팬데믹 상황 속에 미디어로만 쌓아온 실연의 갈증을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하기도 하지만, 날카로운 제언을 담아주시는 분도 많다. 조사 결과는 모든 직원에게 공유하고 피드백을 통해 개선 방안을 자유롭게 토론한다.
이처럼 공연기획자는 관객 만족도, 예술인의 니즈,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환류해 가면서 항상 더 좋은 공연을 제작하고자 노력한다. 특히 공연에 출연한 예술인과 조직 구성원의 솔직한 피드백을 받고자 하려면 친절한 행동뿐만 아니라 기획자의 친절한 마음이 먼저 전해져야 한다.
올해 서구문화회관으로 임용되고 모든 구성원이 친절하게 환대해 주었다. 이전에 함께 근무했던 구성원들도 찾아와 칭찬과 응원을 보태어 주었다. 나에게 먼저 전해준 친절과 용기, 칭찬과 응원은 깊고 따뜻한 감동이었다.
출퇴근 시간 항상 자성의 시간을 갖는 편인데 되돌아보니 나에게 먼저 친절한 마음으로 다가온 수많은 사람이 떠올랐다. 휴대전화에는 2천500명의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는데 14년간 기획자로 일하며 먼저 베푼 친절은 얼마나 진정성이 있었는지 생각해 봤다. 때론 친절한 대화보다는 침묵 속의 공감을 기다렸다가 상황을 수수방관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였고, 적극적인 관계성을 조언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웃픈(웃기면서 슬픈)' 이야기지만 본인의 MBTI는 INTJ이다. 제법 성향이 독특해 남성은 2%, 여성은 0.8%만 해당하고 '인티제'라고 불린다. 동료들은 모든 항목을 읽어가며 똑같다고 웃는다. 나도 읽어보면 웃기면서 슬프다. 인티제는 '사회생활용 페르소나'가 있다고 한다. 페르소나가 아닌 친절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나의 얼굴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자 다짐해 본다.
독자들에게 친절한 마음을 담은 영화 '원더'를 인생 영화로 꼭 관람해 보시길 추천한다. 플라톤의 격언을 인용한 이 영화의 명대사로 첫 산책을 마무리한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라."
대구서구문화회관 공연기획 PD

김상욱 대구서구문화회관 공연기획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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