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조선 십승지 '성주 가야산 만수동' 기념비의 역사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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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9 10:48  |  수정 2023-05-11 08:00  |  발행일 2023-05-10 제21면
김재성 성주십승지연구소장 만수동 표지석 찾아
한국학중앙연구원에 관련 자료 제출해 인정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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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 성주십승지연구소장이 성주 가야산 만수동에 설치된 기념비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재성 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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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 성주십승지연구소장이 성주 가야산 만수동 표지석을 발견하고 기뻐하고 있다. 김재성 소장 제공

지난달 30일 경북 성주군 가천면 마수리 뒷산. 해발 623m의 능선 '만수동' 표지석 옆에 '천하 명당 조선 십승지 성주 가야산 만수동' 기념비가 설치됐다. 이 기념비는 십승지 개발의 동력을 부여하기 위해 출향민 김재성(59·성주십승지연구소장)씨가 사비로 만든 것이다.

조선 십승지의 한곳인 가야산 만수동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데 김 소장의 끈질긴 노력이 한몫했다. 김 소장은 전국의 산을 다니면서 각 고장의 갖가지 사연에 흥미를 가졌다. 그러던 중 고향 성주를 공부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고, 가야산 만수동의 진실을 밝혀 보자는 열정을 가졌다. 전국의 십승지를 둘러보기도 했다.

십승지란 조선시대 전란 등을 피해 몸을 보전할 수 있고 거주 환경이 좋은 10곳을 의미한다. 십승지를 기록한 정감록에 가야산 만수동이 나온다. 가야산이 경남 합천군과 경북 성주군에 속해 '합천 가야산 만수동'으로 부른다. 가야산 만수동 표지석은 성주군 가천면 마수리 뒷산 623m의 능선에 자리하고 있다. 표지석은 가로 2.5m 세로 1m 정도 크기의 화강석으로 거북이 등 모양이다. 글자의 크기는 가로 72cm, 세로 27cm로 '萬壽洞(만수동)'이라 큼직하게 조각되어 있다.

김 소장이 '가야산 어딘가에 있다'고 알려진 만수동 표지석을 찾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성주가 만수동임을 입증하려면 표지석을 찾아야 했다. 수소문 끝에 옛날 마수리 사람들이 소 먹이고 땔감을 하던 곳이 만수동이라는 어릴 적 할아버지가 했던 이야기를 기억한다는 '친구'를 만났다. 가야산을 삶의 터전으로 하는 심마니의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여름철 소나기를 만나 '물에 빠진 생쥐 신세'가 되면서까지 마수폭포 주위를 샅샅이 뒤졌지만, 만수동 표지석은 쉽사리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정확한 위치를 아는 사람은 고령으로 산행이 어려웠다.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처럼 막막한 상황이었다.

'칠전팔기'의 심정으로 비 오는 가야산 언저리를 탐색하는 날. 행운의 여신이 기적처럼 나타났다. 김 소장은 2021년 8월 22일 마침내 만수동 표지석을 마수리 뒷산에서 발견했다.

김 소장은 민족문화를 관리하고 집대성하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만수동의 진실 규명을 위한 관련 자료와 증거를 제출했다. '성주 가야산 남쪽 만수동'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성주 가야산 만수동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고서와 가야산 주변을 여행한 경험과 내용을 정리한 '가야산 만수동의 통설과 실증'이라는 책을 지난 2021년 12월 발간했다.

성주 가야산 기슭은 마수폭포로 흐르는 풍부한 수량으로 전쟁과 천재지변을 피해 살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곶감을 임금님 진상품으로 만든 고장이기도 하다. 십승지의 만수동에는 아직도 집성촌의 흔적이 있다. 실제 전쟁을 피해서 입향한 사실이 사부랭이 경주 최씨, 아전촌 김영 김씨, 마수리 김해 김씨의 족보에서 확인되었다. 진주 강씨의 후손들이 입향했다는 기술도 있다. 그 후손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

기념비를 설치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악천후를 겪기도 했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역경을 딛고 끝내 기념비를 설치한 김 소장은 지금 흐뭇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이제 김 소장은 가천 삼거리에 만수동 표지석 모형을 설치해 성주의 랜드마크로 만드는 게 꿈이다.

김 소장은 "성주 가야산 만수동이 전국적인 관광지가 돼 고향 성주가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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