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국가대표 무용수

  • 김분선 대구시립무용단 수석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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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5  |  수정 2023-05-25 07:47  |  발행일 2023-05-25 제15면

[문화산책] 국가대표 무용수
김분선 (대구시립무용단 수석단원)

필자에겐 14년간 호흡을 맞춰온 '베스트 파트너'가 있다. 14년간 아크로바틱듀엣(곡예와 춤 동작을 결합해 두 명이 연기하는 것)을 함께 춰 온 송경찬 무용수이다.

아크로바틱듀엣을 시작했던 시기에는 배울 곳도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다. 제대로 된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연습하다 보니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 어려움도 많았다. 보호매트 하나 없는 딱딱한 마룻바닥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나면 크고 작은 부상이 생기기도 했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는 늘 즐거웠다. 가끔 위험한 테크닉을 연습할 땐 실패했을 때 다치지 않고 착지하는 방법을 먼저 연습하기도 했다. 성공보다 실패를 먼저 연습하고 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부상에 대한 염려도 사라졌다. 그렇게 성공한 동작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완성됐고, 그 작품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 기회가 찾아왔다.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제16회 World Gymnaestrada' 메인 무대에서 당당히 세계인들 앞에서 아크로바틱듀엣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World Gymnaestrada'는 1953년 네덜란드(암스테르담)에서 시작해 4년마다 개최되는 비경쟁 체조올림픽이다. 성별, 나이, 인종, 종교, 문화, 지위와 관계없이 아크로바틱, 춤, 리듬체조, 프리러닝, 트램펄린 점프, 데모스포츠 분야를 한자리에서 보고 즐기며 참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체조 축제이다.

2019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체조올림픽은 42개국 나라에서 약 3만여 명이 참가해 규모가 엄청났다. 그곳에서 송경찬 무용수와 함께 태극기를 휘날리며 오프닝 세리머니 현장을 걸었고, 'National Performance evening show'에서 현대무용과 아크로바틱으로 구성된 춤을 선보였다.

'evening show'에는 모든 팀이 10명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듀엣으로 무대에 오른 건 한국팀이 처음이라 한다. "쇼의 하이라이트 중 한국 공연인 송경찬, 김분선의 듀오는 한국의 전통적인 사랑 이야기를 연주하면서 현대무용과 곡예의 융합으로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공식 기사에 실린 내용 중 일부이다. 24개 공연 팀 중 한국의 기사가 실리다니 필자의 인생에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오는 7월에는 첫 개최국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World Gymnaestrada'가 열린다고 한다. 경쟁이 아닌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축제에 참여해 즐기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김분선 (대구시립무용단 수석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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