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경주 칠불암 예진 스님 "늘 남산의 부처와 함께하겠다"

  • 문순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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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7  |  수정 2023-06-07 08:17  |  발행일 2023-06-07 제21면
루모스 사진전 초청 강연 통해 남산 가치 알려
물 없는 칠불암에 외국인들도 템플스테이 예약
예진 스님 "사람이 부처되는 메시지 전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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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칠불암 주지 예진 스님이 대구 남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갤러리에서 열린 남산 사진전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불국토' 경주 남산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지난달 28일 대구 남구 이천동에 자리한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열렸다.


석재현 루모스 관장의 기획으로 경주 남산에 얽힌 역사와 종교, 문화에 대한 가치를 사진으로 알리고자 마련한 전시에서 칠불암 주지 예진 스님의 초청 강연이 있었다. 신라 천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남산의 불상과 풍경을 사진으로 담은 작가들과 스님, 시민 등 50여 명이 모였다.


남산은 494m밖에 안 되지만 깊이가 있는 산이다. 동서 4km, 남북 8km에 걸쳐 길게 뻗어 있고, 신라 건국 이래 역사가 집중된 곳이다. 박혁거세의 출생 터인 나정에서 시작해 최초의 궁궐터 창림사지 삼층석탑은 남산에서 가장 큰 탑으로 알려져 있다. 남산은 많은 불교 유적을 품고 있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산 답게 왕릉 13기, 산성 4곳, 절터 150곳, 불상 130구, 탑 100여 기 등 694점에 이르는 문화재 유적이 있다. 골짜기 곳곳에 마애불과 불상, 불탑 등이 있어 '노천 박물관'으로 부르기도 한다.


칠불암은 남산 자락에 있다. 예진 스님은 월암 스님에게 화두를 지도받던 중 비가 새고, 누구도 원하지 않는 칠불암과 인연이 맺어졌다. 먹거리와 물도 없었으며 비가 새는 집으로 소문이 나서 아무도 찾지 않던 곳을 예진 스님은 정성을 쏟아 지금의 칠불암을 만들었다.


어른 스님 그늘에서 공부할 때라 '법문을 원 없이 듣겠다'는 마음으로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찾아주는 발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누구를 막론하고 "안녕하세요", "차 드세요", "공양 드세요"로 맞았다. 11.8평 되는 칠불암이지만 예약을 받아서 템플스테이도 했다. 현재 외국에서도 예약해 온다고 한다. 칠불암의 기적이었다.


예진 스님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절은 친절, 세상에서 가장 안 좋은 절은 불친절"이라고 하자 모두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예진 스님은 '사람이 늘 웃을 수 있는 것'을 기적이라 여긴다. 예진 스님의 지인이 '예진 스님이 얼마 동안 웃을 수 있나'를 몰래 지켜보았는데 "자동으로 늘 웃더라"고 했다. 모든 것을 이고, 지고, 생활한 그 자리에 웃음꽃을 피워냈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웃음을 심었더니 세월이 흐르고, 입소문이 나면서 칠불암에는 끊임없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마사토로 된 남산은 물이 귀하다. 예진 스님은 처음 집 근처 샘터에서 10개월 동안 물을 길었다. 물의 귀함을 새삼 알게 된 시간이었다. 비가 새는 칠불암을 헐고, 2009년 새로 지었다. 지금도 물은 해결되지 않아 오는 이마다 각자 알아서 물을 준비한다. 이젠 소문이 나서 외국인들도 물을 짊어지고 온다고 한다.


예진 스님은 칠불암에서 생활하면서 전국에서 찾아오는 많은 사진작가를 만났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가 든 가방을 메고 남산에 고요히 잠든 불상들을 일깨우는 작업을 한 후 돌아가는 발길에 뿌듯한 마음을 읽었다. 눈이 오면 눈 맞은 불상을 찍기 위해 아무도 밟지 않은 산길에 발자국을 남기는 작가들, 비가 오면 촉촉이 비 맞은 돌부처를 바라보면서 촬영하고 돌아가는 작가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예진 스님의 얼굴도 덩달아 환하게 빛이 났다.


15년 전부터 인연을 맺은 사진작가들이 칠불암을 지켜온 예진 스님의 동참을 원해 사진전 강연이 마련됐다. 예진 스님은 "세계문화유산인 남산이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성지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남산의 부처님들과 함께할 것이며, 사람이 부처 되는 메시지를 전파하겠다"고 염화미소를 지었다.


루모스에선 오는 7월 2일까지 김세원·박근재·배중선· 백종하·변명환, 윤길중, 이순희, 이호섭 작가의 경주 남산 사진전이 열린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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