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의 문학 향기] 야구선수의 문학적 삶

  • 정만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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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2 08:18  |  수정 2023-06-02 08:21  |  발행일 2023-06-02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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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소설가

1941년 6월2일 야구선수 루 게릭이 타계했다. 2천130경기에 연속 출전해 '철마(The Iron Horse)'로 불렸던 루 게릭은 미국 야구사상 통산 타율 0.320 이상, 350 홈런 이상, 1천500 타점 이상을 이룬 단 6명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2년 연속 3할 이상 타율에 13년 연속 100타점 이상(역대 타이 기록)을 기록했다.

루 게릭은 불과 37세에 유명을 달리했다. 선수 생활 마지막 무렵 그는 대뇌와 척수의 운동신경 세포가 파괴되어 근육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불치병에 걸렸다. 하루는 우연히 마주친 소년들이 완치를 기원하며 손을 흔들자 그는 기자에게 "아이들은 제가 낫길 바라고 있지만 사실 저는 천천히 죽어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루 게릭은 늘 "현실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절망하지 않겠다"면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견뎌낼 것이고, 죽음이 다가와도 묵묵히 받아들일 것이며. 지금보다 좋은 상황이 오리라는 희망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의 의지는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었다.

아내 엘로노어 트위첼은 남편 사망 이후 재혼하지 않고 '루 게릭 병' 연구 지원 사업에 평생을 바쳤다. 그녀는 자신의 80번째 생일인 1984년 3월6일 세상을 떠났다. 부부 사이에 자녀는 없었다.

1946년 6월2일 송대관이 독립운동가 송영근의 아들로 태어났다. 송대관은 21세인 1967년 첫 음반을 내었고, 1971년 '세월이 약이겠지요'와 1975년 '해 뜰 날'로 이름을 얻었다. 두 노래 모두 송대관 본인이 가사를 썼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꿈을 안고 왔단다 내가 왔단다/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 모두 비켜라/ 안 되는 일 없단다 노력하면은/ 쨍! 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뛰고 뛰고 뛰는 몸이라 괴로웁지만/ 힘겨운 나의 인생 구름 걷히고/ 산뜻하게 맑은 날 돌아온단다/ 쨍! 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루 게릭의 말을 일반화하면, 사람은 모두 천천히 죽어간다. 누구에게도 불로장생은 '안 되는 일'이다. 루 게릭은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것을 송대관은 "세월이 약이겠지요"로 낮춰서 대중화했다. 대중은 그렇게 "쨍! 하고 해 뜰 날"을 기다리며 막연히 산다.

'해 뜰 날'을 맞지 못한 루 게릭, 그러나 그는 명작의 주인공이 되어도 손색없을 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여주었다. 아니, 그의 가치관은 그 자체로 이미 뛰어난 문학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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