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뿌리, 문화 예술 중심지 달성 .8]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최적지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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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3 07:52  |  수정 2023-06-20 07:57  |  발행일 2023-06-13 제16면
대구근대미술 이끈 법정 문화도시…'문화 인프라' 갈증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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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에 이어 지난 4월, 대구 달성군에 또 하나의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대구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달성이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예정지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최재훈 달성군수가 국립근대미술관 유치를 자신의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동분서주한 지 1년 만이다. 애초 국립근대미술관은 구(舊) 경북도청 후적지에 들어서는 것으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으나 달성군의 유치 노력과 사업추진 여건상 방향을 틀게 됐다. 달성군의 국립근대미술관 유치가 최종 성사된다면 이는 여러 의미를 갖는다. 근대미술사에서 대구와 달성이 차지하는 상징성을 인정받는 데다 지역균형발전의 표본으로 자리잡게 된다. 특히 달성은 문화도시 사업과 연계해 영남권을 대표하는 문화예술도시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구의 뿌리, 문화 예술 중심지 달성' 8편에서는 달성군의 국립근대미술관 유치 노력과 배경에 대해 다룬다.

달성 포함 대구 서부권 문화 불모지
공연장·미술관 등 점유율 18% 그쳐
문화향유 기회 불균형 심각한 상황

최재훈 군수 미술관 유치 동분서주
추진위도 구성해 당위성 적극 홍보
옛 대구교도소 부지 활용안 구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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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5일 김동우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이대구시 동인청사에서 국립근대미술관 및 국립뮤지컬콤플렉스 부지 변경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문화·예술 인프라 균형발전

달성군이 국립근대미술관 유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해 7월 최재훈 군수가 취임하면서부터다. 최 군수는 앞서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립근대미술관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미술관 부지도 미리 낙점해 놨다. 최 군수는 달성 화원읍 천내리에 있는 대구교도소 자리를 최적지로 꼽았다. 대지면적이 10만5천 여㎡에 달하는 대구교도소는 하빈면 감문리로 이전이 결정돼 올해 12월 이전 완료를 앞둔 상황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달성군은 대구교도소 후적지 개발 기본구상 및 기본계획을 수립(2014년 7월)해 후적지를 단순히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활용하는 구상만 갖고 있었다. 최 군수가 취임하며 국립근대미술관 유치가 구체화됐고, 대구교도소 부지 활용안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립근대미술관을 달성군에 유치하고자 하는 최 군수의 의지는 강했다. 그는 취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세종시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현 지역구 국회의원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단독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대구교도소 후적지에 대구근대미술관 건립 등을 건의했다. 그는 또 대구시가 같은 해 9월 대구교도소 후적지 활용과 관련한 기본계획 및 운영방안 수립용역을 시행하자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의견을 재차 피력했다.

지난 연말(12월13일)에는 국립근대미술관 유치 추진위원회도 구성했다. 당시 최 군수와 백동민 현대미술관 문화재단 이사 등 관계자 10여 명은 군청 상황실에서 추진위 출범식을 열고 유치전을 본격화했다. 최 군수가 위원장을 맡았고 국내 미술계 저명 인사 9명을 포함해 모두 11명이 위원으로 구성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립근대미술관 유치 가능성은 달성군이 아닌 북구 쪽에 더 힘이 실렸다. 지난해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지역 공약 가운데 '문화예술허브' 조성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 공약은 대구시청과 경북도청 후적지에 국립근대미술관 등을 지어 차세대 한류 콘텐츠 창작 기지로 조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변이 없는 한 국립근대미술관은 도청 후적지에 들어설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달성군 국립근대미술관 유치 추진위는 미술관이 달성에 지어져야 하는 당위성을 적극 홍보했다. 달성은 대구근대미술의 명맥을 잇는 현대미술제를 매년 성공적으로 열고 있으며, 문화 예술도시로 연계 가능한 인프라와 인적 자원도 충분한 것을 내세웠다. 특히 문화·예술 인프라의 균형 발전 측면에서 달성군이 최적지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 과천, 덕수궁, 청주, 대전(2026년 예정)에 위치한다. 근·현대미술 전시 인프라가 수도권과 충청권에 몰려있어 문화 편중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달성군과 대구는 국토의 남쪽에도 문화 인프라 확충이 절실함을 크게 강조했다. 더욱이 달성은 대구 내에서도 문화시설 인프라 쏠림 현상이 심한 점을 들어 국립근대미술관 유치 당위성에 마침점을 찍었다.

◆영남권 대표 문화도시로 가는 초석

지난 4월5일 대구시는 "윤석열 대통령 지역공약인 국립근대미술관, 국립뮤지컬콤플렉스 등 문화예술허브 조성을 위한 사업부지를 달성군 대구교도소 후적지로 변경해 추진하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상 사업지 변경의 가장 주된 이유는 지역균형발전과 후적지 활용성이다. 달성군이 포함된 대구 서부권(서구·달서구)은 상대적인 문화 불모지로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구 시민의 약 41%가 서부권에 거주하고 있지만 공연장·박물관·미술관 등 시설 점유율은 대구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대구미술관에 이어 대구간송미술관도 수성구 삼덕동에 들어서게 되면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달성군은 서부권 중에서도 문화시설 인프라가 가장 빈약하다. 시설이 부족한 만큼 주민들의 문화 향유의 기회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제2국가산업단지 조성과 월배차량기지 후적지 개발 등으로 달성군에 젊은 인구가 계속 유입되면 문화시설 인프라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점을 대구시도 감안했다.

대구교도소 후적지는 도시철도 1호선 화원역과 불과 3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접근성이 좋다. 화원읍은 중부내륙고속도로, 광주대구고속도로, 화원·옥포IC, 국도 5호선 등이 근처에 있어 승용차를 이용한 접근도 용이한 편이다. 2027년 대구산업선철도가 만들어지면 도시철도 1호선 환승역인 설화·명곡역이 개통돼 접근성은 더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대구시는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구 경북도청 후적지보다 대구교도소 후적지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 구 경북도청 후적지는 현재 대구시 공무원의 절반 이상(65%)이 입주해 있는 데다 대구시 신청사 건립 지연과 국토교통부의 도심융합특구 대상지와의 일부 중첩으로 당분간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반면 대구교도소 후적지는 올해 12월 이전이 끝나 관련 행정절차를 통해 쉽고 빠른 활용이 가능하다. 이 같은 판단 아래, 대구시는 지난 3월31일 국립근대미술관과 국립뮤지컬콤플렉스의 사업부지를 대구교도소 후적지로 변경해달라고 문화체육관광부에 공식 검토를 요청한 것이다.

대구시는 내년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에 들어가 2025년 예비타당성조사, 2026년 기본 및 실시설계를 거쳐 2027년 착공해 2028년 준공 및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대구시는 대통령실과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기관과 세부사항을 적극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달성군도 추진위 활동을 끝내고 차분히 국립근대미술관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공연장 하나 없는 달성군에 국립근대미술관이 들어서는 것을 계기로 지역 간 문화 인프라·향유 기회의 불균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기를 기대한다"며 "달성군은 대구에서 가장 젊은 도시이자 역동성의 뛰어난 도시로서 앞으로도 경쟁력 있고 매력적인 영남권을 대표하는 문화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우<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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