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토크] 흥행 속 종영 JTBC 드라마 '나쁜엄마' 진영순 역 라미란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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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6 08:31  |  수정 2023-06-16 08:34  |  발행일 2023-06-16 제39면
"실제론 방임형 엄마…자유롭게 자란 아들은 현재 사이클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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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완전 방임형이에요.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놔두는 편이죠." JTBC 드라마 '나쁜엄마'를 성황리에 마친 배우 라미란이 실제 자녀를 키우는 교육관을 얘기했다. 극중에서 아이를 검사로 성장시키기 위해 24시간을 감시하고, 공부만 시키는 악착같은 모성을 보여줬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일절 개입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의 자율에 맡기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녀가 주인공으로 분한 드라마 '나쁜엄마'는 재미와 감동까지 잡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어긋난 자식 사랑이 가져온 갈등과 파국, 화해가 다양한 캐릭터와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맛을 남겼다. 특히 라미란은 남편을 일찍 보내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주인공 진영순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섬세한 감정과 깊은 연기내공으로 승화시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라미란은 "연기자들과 촬영하는 내내 즐거웠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니 진심 만족스러운 드라마"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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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순이라는 인물을 매우 리얼하게 연기했다는 평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기했나요.

"처음에 개략적 내용만 보고 다소 진부하고, 올드한 작품일 거라는 생각을 잠깐 했어요. 그런데 대본을 읽는데 그런 생각은 하나도 없고, 그냥 나도 모르게 빠지게 됐어요. 파란만장한 영순의 인생을 감히 공감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거에요. 저는 다만 영순의 입장이 돼 사람이 얼마나 무너질까, 어느 정도로 독해질까라고 상상하면서 연기를 했어요. 실제로 제가 그런 상황이 되었다면 영순보다 훨씬 더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했어요."

▶요즘 대세 배우로 떠오른 이도현과 아들로 호흡을 맞췄는데 어떠했는지요.

"너무 좋았어요. 그동안 제가 만났던 아들 중에서 단연 손꼽히는 아들이었어요.(웃음) 작품을 하는 내내 같이 호흡하고 티키타카를 맞춰야 하는 역할이었는데 서로가 너무 잘 맞았어요. 장난치다가도 슛이 들어가면 바로 연기에 돌입하고, 상대의 눈빛을 보면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믿을 만한 상대였어요."

▶배우 조진웅이 남편 역을 맡아 초반에 잠깐 출연했는데, 일찍 퇴장해서 아쉽기도 했겠네요.

"조진웅씨는 동생인데 오빠처럼 챙겨줘서 참 감사한 분이에요. 추운 날 힘들게 작업했는데, 촬영을 하러 와서 '제가 오늘 잘 열어드릴 테니까 걱정마세요. 저만 믿으세요'라고 말해주는데 너무 든든하고 감사하더라고요."

▶진영순이 라미란 배우의 인생캐릭터가 됐다는 말이 나오는데 정말 그러하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게 정확할 거에요. 제가 조금 더 부각됐다고 해서, 혹은 드라마가 조금 덜 유명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요. 저는 다만 매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고, 작품이 끝나고 나면 제겐 지나간 작품일 뿐이에요. 다만 이번 드라마의 경우 촬영하는 동안 너무 행복했고, 시청자분들이 재밌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한 작품이에요."


많은 풍파 마주한 영순 역에 자연스럽게 매료
배우 이도현은 그동안 만났던 아들 배역 중 최고
장난치다가도 촬영 슛 들어가면 찰떡 티키타카
실제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는 '응팔' 치타여사
차분한 성격상 코믹 역할 맡을 땐 다소 버겁기도



▶이번 드라마에서 맡은 진영순을 비롯해 '응팔'의 치타여사, '정직한 후보'의 주상숙 등 그동안 맡은 역할마다 개성 있는 연기 내공을 발휘했어요. 실제의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는 누구였다고 생각하나요.

"아무래도 제 성격과 가장 근접했던 캐릭터는 '응답하라 1988'의 치타 여사였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진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그동안 맡은 역할에 코믹적 요소가 많았던 듯하네요

"사실 코미디 역할을 할 때마다 힘에 부쳐요. 왜냐하면 제가 텐션이 높지 않고, 가라앉은 사람인데 톤을 업해야 하거나 말을 빨리 해야 할 때는 다소 버거운 게 사실이죠. 그런데 제게서 뭔가 재밌는 걸 바라는 눈빛을 볼 때, 속으로 나는 재밌는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재밌게 해주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2003년 결혼한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어요. 실제 집에서는 어떤 엄마인가요.

"아이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써줬어요. 아이와 저 사이에 정한 몇 가지 약속만 지키면 나머지는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을 지켜왔지요. 아이에게 네가 선택한 것에 대해서 책임도 네가 진다는 것을 강조했고요. 일례로 아이가 초등학교 때 숙제를 한 번도 안 해 갔어요. 그래서 어느 날 한번 숙제 안 해가면 혼나지 않냐고 물어봤는데, '괜찮아 뒤에 좀 서 있으면 돼'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네가 선택한 것이니까 마음대로 하렴'이라고 했죠. 중학교에 진학해서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할 때도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줬어요. 그랬더니 아이는 지금 사이클 선수가 됐고, 첫 월급을 받아 제게 팔찌를 선물했죠."(웃음)

▶아이를 자율적으로 키우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제 경험이 자연스럽게 녹아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오남매 막내인데 엄마가 지금 여든일곱이신데 자식에게 그냥 퍼주는 정말 전형적인 옛날 어머님이세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가정이 되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제가 요즘 아이들처럼 챙김을 받지 못하고 방임하듯이 자랐어요. 만약에 엄마가 몇 시에 어디 학원가고, 어디 가고 이러면 전 못 살 것 같아요. 그래서 내 아이에게도 빡빡하게 할 수가 없는 거죠."

▶가족분들은 이번 작품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던가요.

"저희 식구들은 제가 나온 드라마를 거의 본 적이 없어요.(웃음) 아들은 게임을 해야 하고, 남편은 또 일이 있어 바쁘거든요. 드라마를 틀어놔도 식구들은 안 보고 저만 봐요. 그런데 저는 뽀뽀신 나오면 애 보기도 민망하고 하니 차라리 가족들이 안 보고, 아무 말 안 해주는 게 차라리 편합니다."

▶연예계 활동하면서 마음을 터놓을 친한 친구나 멘토가 있나요.

"많이 없어요.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더 없어지는 것 같아요. 제가 워낙 제 얘기를 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요. 모든 걸 털어놓고 저를 딱 오픈할 수 있는 사람이 한두 명만 있어도 성공한 거라고 하는데, 진짜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캠핑을 함께 하는 친구 등은 있어요. 김숙·송은이씨와도 얼마 전 전화통화를 했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펑펑 울었다고 하더군요."

▶연기자로서의 삶에 매우 만족하는 듯 보여요.

"행복해요. 엔도르핀이 마구 나오는 것 같아요. 작품을 하면서 비록 제 인생은 없어지지만,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인생을 살아보니까 재밌어요. 연기가 아니라면 제가 어떻게 영순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아보겠어요? 영순이 느꼈던 삶의 고통과 환희를 제 아들과의 실제 관계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을 거예요."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도 있을까요.

"네.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것, 제가 온전한 정신으로 연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게 제 꿈이고 목표입니다."

글=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사진=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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