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지역 사립대박물관 차별화 전략···대구경북 대학박물관은 살아있다

  •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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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30 08:50  |  수정 2023-06-30 08:52  |  발행일 2023-06-30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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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명대 행소박물관의 최근 전시. 〈계명대 행소박물관 제공〉 2 대구대 중앙박물관의 어린이 대상 교육 프로그램. 대구대 중앙박물관 제공 3 영남대 박물관은 임당유적 발굴 자료를 적극 연구하고 그 성과를 활용한 전시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박물관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영남대 박물관 제공 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2021년 통계(전국문화기반시설 총람 기준)에서 우리나라 국·공·사립박물관의 숫자는 1천164개관으로 파악되었으며, 그중에서 대학박물관은 100여 개관으로 우리나라 박물관 수의 1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학박물관은 1980년대 이전까지 고고학, 미술사, 인류학 등 관련 분야의 연구와 전시, 전문 인력 양성에 아주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대학의 재정적 위기와 구조조정, 통신과 과학기술의 발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활동 등 급변하는 대내외적인 환경에 대학박물관은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을 정도의 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각 대학박물관은 그야말로 생존하기 위해 관련 협회 또는 문화재청에서 주관하는 전문인력 지원사업, 길 위의 인문학, 대학박물관 진흥지원사업, 유물정리 사업 등을 통해 국가보조금을 지원받거나 지자체와 협업해 사업을 유치하기도 한다. 또한 국공립박물관과의 협력 사업이나 동창회, 문화재연구원 등 유관 기관의 기부금을 모금하는 등 여러 자구책을 강구하며 박물관의 고유 기능인 전시, 교육, 유물 연구 등을 수행하면서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박물관의 대표적인 역할이었던 유물 수집과 전시, 연구와 사회교육,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등은 상당히 위축되어 있고 사회 변화에 맞물려 그 위기는 더욱 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박물관은 지역 사회와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특성화하기를 요구받고 있다.


계명대 행소박물관
국공립박물관과 협력…공동 전시
타 지역 특별전 유치, 지역민 관람


대구대 중앙박물관
벽화고분 교육·창의적 체험 학습
어린이 전시 연계 프로그램에 주력


영남대 박물관
임당유적 발굴, 대표 콘텐츠 개발
압독국 문화 유산 연구·프로젝트



박물관 종사자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여러 제안을 살펴볼 때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각 대학박물관 소장 유물을 중심으로 특성화하고 학예 인력의 구성, 학예사의 전공이나 관심, 대학 내 박물관의 위상, 지역 사회에서의 역할 등을 면밀히 검토해 지역 내 다른 박물관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 우리 지역 사립 대학박물관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응해 연구와 전시에 있어 어떠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지, 국공립박물관과 어떻게 차별화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계명대 행소박물관은 국공립박물관과의 협력 사업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 개최된 특별전을 유치해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즉 국립고궁박물관, 한성백제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등에서 개최하는 좋은 전시를 순회 또는 공동전시함으로써 우리 지역민들이 먼 곳에 가지 않고도 가까운 곳에서 좋은 전시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전시의 비용은 지자체의 보조금이나 학교 발전기금, 총동창회 지원금 등을 활용해 박물관의 예산 부담을 줄였다.

대구대 중앙박물관은 어린이 전시 연계 프로그램에 주력하고 있는데 교육 프로그램은 상설전시실과 특별전시실의 모든 공간에서 진행되고 있다. 고고역사전시관에서는 영주 순흥 벽화고분 모형을 교육의 소재로 활용하였고, 동경을 활용한 '거울아 거울아'는 창의체험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습지와 실제 거울 문양을 제작하고 자신의 거울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였다. 현대목칠공예전시관에서는 전시연계 유아교육이나 '길위의인문학'을 운영하고 있다. 성산복합문화공간에서는 매년 인도, 인도네시아 등 다문화와 민화, 목공예 등을 소재로 관람과 체험 학습을 진행하였다. 이상에서 보듯이 대구대 중앙박물관은 학예사와 에듀케이터들의 젊은 감각을 최대한 활용해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에 집중, 다른 대학 박물관과는 큰 차별성을 두었다. 또한 대학 본관에 박물관이 위치하고 있어 이곳에 많은 어린이가 출입함으로써 학교 교직원들에게 박물관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영남대 박물관은 임당유적 발굴 자료를 적극 연구하고 그 성과를 활용한 전시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즉 분묘에서 출토된 인골 및 동물유존체의 연구와 전시를 대표적인 콘텐츠로 개발하고 있다. 이 인골이나 동물유존체는 1982년 발굴조사 후 여러 경로를 통해 학계에 알려졌으나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간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이 자료들을 정리해 분석하는 지난한 과정의 노력이 있었고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전시로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이 연구는 2019년부터 시작된 '압독국 문화유산 연구·활용 프로젝트'로 본격화되었으며 인골의 생물(형질)인류학 분석뿐만 아니라 DNA 분석, 법의학적 얼굴복원, 안정동위원소 분석 등 과학적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2019년 '고인골, 고대 압독 사람들을 되살리다', 2021년 '임당 발굴과 고고학의 세계', 2022년 '고분에 고분을 더하다' 등으로 소개되었고 올해는 '사람 뼈로 본 옛 사람의 질병'이라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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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대학박물관은 그 전문 인력(박물관장이나 학예사 등)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관심이나 전공, 역량이나 태도에 따라 박물관의 운영 방향에 차이가 큰 편이다. 또 국립박물관처럼 많은 사업을 기획하거나 다양한 방식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무엇보다 이러한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지역 대학박물관은 유물 연구를 중심으로 한 전시를 기획하거나 국공립박물관의 좋은 전시를 순회한다든지, 다양한 유물을 활용한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등 급변하는 사회적 위기에 맞서 주저앉지 않고 우리 지역 대학박물관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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