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꿈꾸는 무용수

  • 김분선 대구시립무용단 수석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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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9  |  수정 2023-06-29 07:38  |  발행일 2023-06-29 제14면

[문화산책] 꿈꾸는 무용수
김분선〈대구시립무용단 수석단원〉

두 달 동안 매주 글을 쓰며 일상의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글의 소재가 됐다. 잊고 지냈던 지난 추억들이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것들을 글로 표현해내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란 걸 새삼 깨닫게 되었고, 그럼에도 영남일보 '문화산책'은 재미난 경험이었다.

마지막 글은 필자의 엉뚱한 꿈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언제부터인지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처진 달팽이'의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처럼 여기저기 말을 하고 다녔다. 그렇게 말로 내뱉고 나면 어느 날 그 가까이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현대무용을 시작하면서 대구시립무용단을 꿈꾸며 춤을 췄고, 2004년 대구시립무용단 입단은 필자에게 첫 번째 꿈을 이루게 해준 일이었다. 필자의 두 번째 꿈은 국가대표 무용수였다. 그 꿈 역시 2019년 '16th World Gymnaestrada evening show'에서 이뤄졌다.

지금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필자에겐 발목 부상에서 재활까지를 기록해둔 블로그가 있다. 썩 잘 적은 글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춰왔던 춤 인생도 담겨 있다. 하나씩 쌓여가는 글을 보며 필자와 같은 부상으로 재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재활 과정을 알려주기 위한 웹툰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웹툰작가가 될 거예요"라는 말을 내뱉고 다녔다.

필자의 이 엉뚱한 말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림 잘 그려요? 글 잘 쓰나요?"라는 질문을 한다. 그림이라곤 배워 본 적도 없는 '똥손'에다가 글은 블로그에 써 본 것이 다인데 웹툰 작가가 되겠다니 정말이지 엉뚱한 꿈이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작년 11월 다리 부상으로 두 달간 집 안에 꼼짝없이 지낸 적이 있다. 당장 춤은 추지 못하지만 그림 속에서는 춤을 맘껏 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부터 나와의 약속 '100일의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하나씩 '춤추는 나'를 그리는 것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는 정말이지 꿈이 현실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100일의 프로젝트'가 성공함과 동시에 영남일보의 '문화산책' 제의가 들어왔다. 두 달 동안 매주 글을 쓰며 필자가 걸어온 춤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간 느낌이 들었다.

'꿈을 크게 가져라'는 말도 있다. 필자의 꿈이 웹툰으로 만들어져 꿈이 아닌 현실이 되는 그날까지 이 엉뚱한 꿈을 위해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것이다. 지금까지 무용수 김분선의 두 달간의 이야기를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친다.김분선〈대구시립무용단 수석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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