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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겸<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
나는 원불교 교무이다. 개신교의 목사님, 천주교의 신부님, 불교의 스님처럼 원불교에서는 교무로 불린다. 원불교 교무를 정의하는 데 있어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한시도 끊임없이 변화, 작동되는 마음 상태를 잘 알아차리고 그때마다의 감정을 살피고 마음을 잘 사용하여 다른 사람에게도 마음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에 그 역할이 있다. 원불교는 생활불교라,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느껴지는 감상, 작은 깨달음을 매일 기록하는 것이 원불교 공부 중 일기를 쓰는 방법이다.
나는 교구 사무국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어 대구경북지역 출장이 잦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대구경북지역이 가장 크고 넓기에 먼 거리를 운전해서 가야 할 일이 많다. 고속도로를 타고 운전해서 다니다 보면 다양한 스타일로 운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다. 그 운전하는 스타일에 따라 움직이는 차들도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간다. 모든 차량이 나름대로 질서를 지키며 가지만, 때로는 불행하게도 차량 사고가 나는 것도 목격할 수 있다. 운전하는 사람들의 습관과 마음 상태가 서로 부딪치면 사고가 날 수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 종종 도로 위에서 경쟁이 붙어 서로 더 빨리 가려고 위험하게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서로가 가는 길, 목적지가 같은 경우는 거의 없다. 잠깐의 인연(?)으로 이 고속도로에서 만나 순간 일어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상대 차보다 빨리 가기 위해 험하게 운전해 가다가 사고가 나는 것이다. 자동차는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비교적 빠르게 도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은혜로운 물건이다. 그 이로운 차량을 잠깐의 일어난 나의 화나는, 짜증 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본래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잊어버린 채 상대 차량과 경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우리가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이번 생을 사는 데 있어 각자가 목표하고 계획하는 삶의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운전하는 데 비유해 보면 사실 상대와 경쟁할 것이 없다. 내 삶의 속도대로 저마다의 능력, 스타일에 따라 차근차근 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잠깐, 순간 일어나는 부정적인 감정에 끌려다니며 '운전을 저렇게 하면 어떻게 해?'하는 마음으로 상대 차와 싸우는 동안 내가 가는 길, 목적은 잊어버리고 헤매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각자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은 알고 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본래 생각하고 목표했던 자신의 인생길을 놓치고 남과 경쟁하는데, 혹은 전혀 나의 계획과 목표에 관계없이 다른 엉뚱한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순간순간 내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고 공부하는 것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2023년도 절반을 막 지나간 지금, 모든 사람이 연초에 세웠던 계획과 목표를 잘 진행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며 하반기를 본래 방향으로 다시 잡아가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신지겸<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신지겸 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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