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지금 가면 좋은 8월의 바다 4選…태양이 작열해도 '내 마음은 파랑 !'

  • 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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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4 07:59  |  수정 2023-08-04 08:06  |  발행일 2023-08-04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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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리 앞바다는 기암의 군락, 바위가 엇갈리며 물길을 여는 바다의 협곡이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바다는 수심이 얕으며 유리알처럼 맑고 에메랄드처럼 빛난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바다를 보면, 선미에 서서, 한없이 뒤처진 채로, 항해를 하는 듯하다. 방파제는 내항의 바다를 주름살 하나 없이 펴놓았고 그 문진 같은 방파제 너머로 갯바위들은 새 떼처럼 앉았다. 도사리고 있는 바위들, 그것은 대범하고도 도도하고, 동시에 파도와 함께 다정하다. 파도와 바위, 모래와 사람들, 바다와 태양, 무엇보다도 태양!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기대는 시선이 된다. 경청이 되고 호흡이 되고. 급기야 갈증이 된다. 뛰어들지도 몰라!

◆강원 삼척 장호리…유리알처럼 맑고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보석상자'

장호리 앞바다는 기암의 군락. 바위가 엇갈리며 물길을 여는 바다의 협곡이다. 알개암, 내독암, 미역너느바위, 독바위와 같은 화강암 괴석들이 오래되어 선명한 주름을 드러내고, 주름을 따라 움푹 파인 해식노치가 곳곳에서 까만 눈을 뜬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200여m 구간의 해안은 수심이 1m 미만이다. 연중 적절한 수온대를 형성해 다양한 어자원이 서식하고 있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 바다는 유리알처럼 맑고 에메랄드처럼 빛난다. 녹주석 같은 해초들이 윤슬에 연마되어 바다는 그대로 보석상자다. 낮은 수역이 넓다 보니 예부터 창경바리로 살아가는 어부들이 있었고 여름이면 먼 데서 온 사람들이 투명 카누를 타고 스노클링을 즐긴다.

방파제가 껴안은 내항은 크고 깊고 잔잔하다. 하늘에는 소나무 울창한 남쪽 곶에서부터 출발한 케이블카가 어판장 위를 지나 내항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빨간 등대 위를 난다. 장호의 바다는 뛰어들고, 젖고, 만지고 싶은 곳이다. 바다의 윤슬에 몸을 내맡기고, 해초의 보드라운 살결에 뺨을 부비고, 바위의 절리를 손끝으로 쓸어보아도 좋다. 그저 가까이 마주 보아도 좋고, 하늘에서 내려다보아도 좋다. 무엇을 하든, 좋다.

◇ 여행 Tip

대구포항고속도로 포항IC로 나가 동해대로를 타고 계속 북향한다. 강원 삼척에 들어선 후 약 13㎞ 정도 가다 신남교차로에서 장호항길로 우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삼척 해상케이블카는 성인 왕복 1만원, 소인 완복 6천원이며 주변에 카페와 전망대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스노클링, 투명카누 등의 액티비티와 캠핑이 가능하다.

◆경북 울진 나곡리…데크 있는 송림·모래·자갈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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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곡3리 나실마을의 나곡해수욕장. 낮은 산과 송림, 모래사장과 갯바위, 바다와 나곡천이 어우러진 작고 아름다운 해변이다.

나곡3리 나실마을에 나곡해수욕장이 있다.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그리 크지 않은 갯마을이지만, 데크가 있는 송림과 모래와 자갈이 어우러진 해변, 크고 작은 갯바위가 선 바다, 그리고 바다로 흘러드는 나곡천이 함께하는 평화로운 곳이다. 모래놀이 하는 아이, 스노클링을 하는 청년, 다이빙을 하는 소년, 낚시를 하는 남자,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누군가, 가만히 바다 멍을 하는 여자. 저마다 가장 좋은 바다를 갖지만 나로서는 나곡천의 끝자락에서 종아리를 담그고 서서 천이 바다가 되는 물살을 느껴보는 것이 가장 좋았다.

나곡1리는 석호마을이다.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곳은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를 촬영한 곳이다. 어린 병수와 영채가 걷던 호숫가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다. 바다에는 돌섬인 해망산이 있고 백로 떼가 날아든다는 백로암이 있다. 바닷가 남쪽 갯바위에는 전망 데크가 놓여있고 낚싯대 든 청년들의 조잘댐이 끝없다.

◇여행 Tip

대구포항고속도로 포항IC로 나가 동해대로를 타고 간다. 죽변항 지나 북면 부구의 언덕을 넘으면 나곡1리 석호, 조금 더 가면 나곡3리 나실이다. 나곡해수욕장에는 샤워실, 식수대, 화장실, 식당, 무인카페 등 다양한 편의시설과 차박, 캠핑이 가능한 데크 등이 마련되어 있다.

◆경북 포항 하정리…일출을 본 사람은 언제나 그곳의 태양을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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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을 보기 위해 호미곶으로 달리던 사람들이 구룡포에서 마음을 바꿔 향하는 곳이 하정리라는 소문이 있다. 하정1리 임물마을은 하정리에서 모래사장이 가장 너르다.

일출을 보기 위해 호미곶으로 달리던 사람들이 구룡포에서 마음을 바꿔 향하는 곳이 하정리라는 소문이 있다. 그리고 단 한번 하정리의 일출을 본 사람은 언제나 그곳의 태양을 그리워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소문도 있다.

하정리는 구룡포읍의 남쪽 해안을 따라 길게 자리 잡은 마을이다. 하정1리 임물마을은 하정리에서 모래사장이 가장 너르다. 모래사장의 가장자리에는 여름 물놀이객을 위한 평상구조물들이 줄지어 설치되어 있고 평상대여, 물놀이 용품 대여, 음식 배달 등의 글들이 길가에 가득하다. 하정2리 어촌계 공동작업장에는 해녀들의 고무 옷이 널려있다. 하정1리 당사포에는 모래밭에 꽃들이 피어있고 고흐의 노란 별들과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과 여러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과 활짝 피어난 꽃들이 고샅을 지키고 있다.

◇여행 Tip

대구포항고속도로 포항IC로 나가 31번 국도를 타고 구룡포로 간다. 구룡포읍에 도착하기 직전 병포교차로에서 하정리, 감포 방향으로 우회전해 들어가면 좌측으로 처음 보이는 바닷가 마을이 하정3리 당사포다. 남쪽으로 하정2리, 하정1리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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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몽돌해안은 울산 12경 중 하나다. 1.5㎞에 이르는 해안에 새알처럼 둥글고 까만 몽돌이 가득 펼쳐져 있다.

◆울산 주전동…몽돌의 해변, 울산 12경 하나로 울산 사람들의 강추 1번지

주전동은 바닷가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동네다. 남북으로 얼추 3㎞가 넘고 하리항, 큰불항, 주전항 등 항구가 3개나 된다. 주전항 북쪽에 몽돌해안이 있다. '울산 12경' 중의 하나로 울산 사람들이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이라 한다.

번다한 항구들을 거쳐 검은 몽돌의 해변에 들면 머리와 가슴이 동시에 비워진다. 1.5㎞에 이르는 해안에 까만 몽돌이 가득, 새알같이 둥근 돌은 크기도 제각각이다. 주전의 몽돌은 용암이 천천히 식어서 된 안산암이다. 처음에는 주상절리와 같은 지형이었던 것이 바람과 파도에 깨지고 깎여 돌멩이가 되었다. 걸음마나 자글자글 이를 악무는 소리 들린다. 먼 데서 들려오는 차륵차륵 절도 있게 구르는 소리 위로 알록달록한 파라솔과 시원하게 몸을 드러낸 여인들, 젖은 채 돌아다니는 사내들의 모습이 환영으로 펼쳐진다. 파라솔의 색동 그늘에 몸을 묻은 연인들과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아이들의 모습에는 육신만이 가질 수 있는 기쁨이 있다.

◇여행 Tip

경부고속도로 경주, 부산 방향으로 간다. 언양 분기점에서 16번 울산선을 타고 울산IC에서 내려 7번국도 북부순환도로를 타고 간다. 연암IC교차로에서 31번 국도 무룡로로 감포, 강동동 방향으로 가다 무룡나들목에서 오른쪽 주전동 방향으로 가면 된다. 해변에 아이들을 위한 무료 물놀이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바나나보트, 밴드왜건, 수상마차, 제트스키 등을 즐길 수 있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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