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만든 영화니까 손, 써야죠…한국 영화계에 부는 '손글씨 바람'

  • 김은경
  • |
  • 입력 2023-08-10  |  수정 2023-08-10 07:57  |  발행일 2023-08-10 제17면
감독·출연진 손글씨 직접 써 영화 소개

진심 담아 관객에 소회 전달…큰 호응

영화 '밀수' 300만 돌파 흥행 이어가자

배우들 친필 메시지 릴레이로 감사인사

애써 만든 영화니까 손, 써야죠…한국 영화계에 부는 손글씨 바람
〈게티이미지뱅크〉

예쁘고 귀엽고 반듯하고 화려한 온갖 종류의 컴퓨터 글씨체가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때 아닌 아날로그 감성의 손글씨들이 한국영화계에서 화제다. 최근 개봉한 영화에서 손글씨를 중요한 소재로 사용하거나 개봉작들의 홍보마케팅에서도 감독과 배우들이 직접 쓴 손글씨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애써 만든 영화니까 손, 써야죠…한국 영화계에 부는 손글씨 바람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시즌2' 한준희 감독이 쓴 손편지 일부분. <넷플릭스 제공>

◆손글씨로 소회 전하는 감독들

9일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손편지를 썼다. 오랜만에 장편영화를 만든 엄 감독이 영화를 만들며 느꼈던 소회와 기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를 펜으로 꼭꼭 눌러쓴 것이다.

엄 감독은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애썼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무척 행복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시간들을 쌓아 정성 들여 이 영화를 빚어냈습니다"라며, "캐릭터들의 극적인 상황들이 작품을 보기 전인 분들에게 알려질 경우 특별한 재미와 매력을 놓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못 보신 관객들을 위해 캐릭터의 결말 유추가 가능한 부분에 대한 언급을 조금 자제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전합니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시즌2' 한준희 감독도 자필 편지로 지극한 마음을 전했다. 한 감독은 앞서 공개한 시즌1의 성공에 대한 감사인사와 함께 스포일러 언급을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한 감독은 "'D.P.' 시즌2는 '첫 번째 이야기에서 무엇을 더 이야기해야 할까'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 매일같이 치열하게 고민하며 배우, 스태프 등 제작진이 한 땀, 한 땀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며 "이 이야기가 매듭지어질 때, 보신 분들께서 '뭘 할 수 있을까, 나는?'이라고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적어도 이 시간이, 이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유의미하게 남지 않을까 하는 소망으로"라고 전했다.

애써 만든 영화니까 손, 써야죠…한국 영화계에 부는 손글씨 바람
애써 만든 영화니까 손, 써야죠…한국 영화계에 부는 손글씨 바람
김혜수(위)·김종수 배우가 300만 돌파 감사 친필 메시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꾹꾹 눌러쓴 배우들의 흥행 감사

영화 '밀수'는 9일 기준 관객 수 378만명을 넘기며 올여름 극장가에서 짜릿한 흥행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범죄도시3'에 이어 두 번째 300만 관객 돌파작이 됐다. 무려 6편에 이르는 대작들이 동시에 개봉하며 올여름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가장 먼저 흥행 깃발을 나부낀 것이다.

영화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물질을 하며 살아가는 해녀들의 삶을 리얼하게 보여준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와 복고적 의상, 음악감독 장기하의 귀에 착 감기는 음악 등이 어우러져 류승완표 영화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밀수의 출연진은 이 같은 낭보를 전하며 진심을 담은 손글씨를 손보였다. 진심이 담긴 친필 메시지로 300만 돌파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다.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김재화, 박준면, 박경혜, 주보비, 정도원, 안세호, 신민재, 김충길, 이정수, 곽진석까지 밀수를 만든 주조연들이 모두 친필 메시지 릴레이에 참여했다.

이밖에 박하선 주연의 최근 개봉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흥행과 관계 없이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수작으로 평가받은 작품이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낸 후 남은 자들이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미려한 떨림과 아름다운 영상 등으로 보여준다. 김희정 감독은 작품의 마지막 엔딩에서 편지 한 통을 빌려와 관객들이 오래 참았던 눈물을 마침내 터트리게 한다. 죽은 동생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누이가 온 마음을 다해 쓴 손편지는 컴퓨터 편지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진심을 전한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기자 이미지

김은경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