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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설치 기사 김영준 씨가 에어컨 실외기를 둘러보고 있다. 김영준씨 제공 |
에어컨 설치 기사 김영준(42) 씨가 일하는 곳은 냉방이 전혀 되지 않는다. 에어컨 이전과 신규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김 기사는 무더운 여름철이 가장 바쁘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열혈 에어컨 기사이다.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일하는 상황이 더 어색하고 이상해요. 어쩌겠어요. 처한 상황을 즐겨야지요." 김 기사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농담으로 웃어넘겼다. 가끔 에어컨이 여러 대 설치된 상가에 추가로 에어컨을 설치하는 경우는 좀 낫다. 대부분 찜통더위 속에서 일을 한다.
24살 때부터 일을 시작한 김 기사는 이제 20 년차의 베테랑이다. 김 기사에게 가장 큰 자산은 거래처 사장들이다. 김 기사는 "이 일을 하며 알게 된 많은 분들이 저를 도와주고 있어 오늘날까지도 일하고 있다"라며 고객들을 소개해 주는 이사 업체와 에어컨 판매처 등의 협력 업체 사장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소개해 주신 분들에 대한 보답으로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이어진 고객과의 인연이 또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도 합니다."
20년의 경력이 말해주듯, 김 기사와 함께 다니며 일을 배운 후배들이 지금 독립해 일을 다니고 있다. 이런 후배들이 대구에만 7팀이나 된다. 보통 두 명이 한 팀이니, 열 명이 넘는 후배들이 있는 셈이다. 김 기사는 "요즘은 다들 바빠 얼굴을 잘 못 보지만, 일의 애로사항을 누구보다 잘 알아주는 동료이자 후배들 덕분에 많은 의지가 된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한 할머니 집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비용으로 요구르트를 받은 것이다. 김 기사는 "폐지를 주워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손녀를 보살피는 할머니였는데, 돈을 차마 받을 수 없었다. 할머니가 요구르트를 주셨는데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할머니의 에어컨도 형편이 어려운 것을 알게 된 동네 이웃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선물한 것이었다.
김 기사는 한 여름 일이 몰려 에어컨 설치가 늦어지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여름이 오기 전 에어컨을 미리 점검하고 구입하면 고객들과 설치 기사 모두에게 이익입니다. 비용도 저렴할뿐 아니라 기다림 없이 바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원욱 시민기자 judge520@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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