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

  • 신지겸 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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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6 06:02  |  수정 2023-08-16 06:03  |  발행일 2023-08-16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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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겸 (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길고양이들도 차량 밑에서 쉬는 걸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찌는 폭염이 계속된다. 입추가 지났지만, 아직도 습한 날씨와 한밤중에도 계속되는 열대야에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필자는 더위를 잘 참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제는 더위가 좀 물러났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추운 것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도 한다. 그런데 정작 추운 날씨가 되면 또 이 추위는 언제 물러나려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외부환경과 인간관계에 있어 나는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가? 혹 불평불만을 터뜨리고 있지는 않은가? 비교적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이 큰 틀에서는 행복한 일이지만, 당장 덥고 습하며 반대로 추운 날씨 속에서 우리는 감사한 마음보다는 왜 이리 덥고 추운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대학교 때 친구들의 단톡방이 있다. 얼마 전 한 친구가 톡을 보내 쳐다보니 로또 3등에 당첨된 사진이었다. 축하한다, 한턱 쏴라 하는 친구들의 성화에 벌써 아이들 학원비와 생활비로 다 써 버렸다는 친구의 답변. 그리고 1등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뒤이은 말에 매우 낮은 확률로 당첨된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보다는 1등이 안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와 닿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3등은 이미 달성된 것이고, 1등은 아쉽게도 안 된 것이니, 우리는 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의 마음이 더 클 것이다. 사람의 욕심은 어디까지일까? 어느 수준까지 도달하면 우리는 만족할 수 있을까? 계속 바라고 조금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을 거 같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그를 향해 꾸준히 정진(精進)하는 모습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더 많이 바라고 더 많이 가지기를 원하는 욕심을 부리는 와중에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이나 눈 앞에 펼쳐진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을 못 보고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가?

'패밀리맨'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성공만을 위해 달려온 남자 주인공은 스스로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 식료품 가게에 들어갔다가 강도를 만나는데 사업가적 수완을 발휘하여 자신이 복권을 대신 사게 되고, 집에 돌아와 잠을 자는 그 다음 날부터 전혀 다른 인생이 펼쳐지게 된다. 사업가로서의 성공과 명예, 그리고 가족과 인연의 소중함 사이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전해주는 영화 속 줄거리에서 내게 주어져 있는 환경과 주변 인연들, 그리고 지금 현재에 최선을 다하리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덥고 짜증 나는 날씨 속에서,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권한은 전적으로 내 자신에 있다. 나에게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와 그에 뒤따르는 행복을 위해 오늘도 묵묵히 내 갈 길을 가련다.

신지겸<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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